블록체인 규제, 두려워할 필요 없다
탈중앙화는 과도한 규제를 방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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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rody
Paul Brody 2021년 5월12일 18:13
출처=Joshua Miranda/Pexels
출처=Joshua Miranda/Pexels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 분야의 투명성과 준법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기업들이 절대 준수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규제를 섣불리 도입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이러한 가능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블록체인 분야가 파멸에 이르거나, 중국이 세계 경제를 장악하게 될 것이란 종말론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자극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오히려 암호화폐 규제 도입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 업계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대단히 복잡하면서 고도로 분산돼 있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 있는 환경에 대한 규제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콘텐츠 검증이나 해적행위 방지 등의 규제 수준을 두고 수많은 토론을 벌여왔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인터넷을 파괴할 것이란 재앙적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지 않았고, 통제되지 않은 해적행위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죽음에 이르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인터넷 규제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네트워크의 가장자리부터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블록체인 생태계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이다.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은행이나 거래소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나 콘텐츠 배포사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규모와 복잡성 차원에서 좋은 규제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의 대규모 적용과 디지털화를 위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탈중앙화 방식의 신원 검증과 확인도 인터넷 규제 경험을 참고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모든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보안인증서를 사용하는데, 이는 사실상 일종의 신원 검증 역할을 한다. 보안인증서의 사용 또한 탈중앙화 방식을 따른다. 보안인증서의 사용은 필수 요구사항이 아니며, 공급자도 다양하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보안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는 다양한 공급자가 있어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이용자의 블록체인 지갑에 넣을 신원확인 토큰 또는 적격투자자 토큰 등을 발행해 운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스마트계약에 규제 내용을 접목하는 방안이다. 이 작업은 현실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언스트앤영(EY)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공개한 나이트폴(Nightfall) 기술에는 특정 주소 또는 이해당사자의 접근을 허가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보다 앞서 나가는 기술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공인된 공급자가 발행한 신원확인 토큰을 양 거래당사자가 모두 가진 경우에만 거래 체결을 승인해주는 기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중앙에서 모든 개별 거래를 검사하지 않아도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과도한 복잡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준법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코드를 추가하는 등 복잡성을 더하게 되면 악용이나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인터넷 세계에 존재하는 규제의 균형은 결코 아름답거나 단순하지 않으며, 여기까지 오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오늘의 인터넷은 1990년대 초 존재했던 이상적이고 통일된 글로벌 네트워크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각국이 설치한 규제장벽과 방화벽, IP를 기반으로 설정된 가상울타리 등은 당초 존재했던 무한한 연결성의 느낌을 조금씩 앗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아이디어의 네트워크 접근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만큼 큰 힘을 가진 단일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체로 인터넷은 여전히 비허가형 방식으로 작동한다.

출처=NASA/Unsplash
출처=NASA/Unsplash

인터넷이 혁신의 근원이 된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블록체인 생태계의 규제 환경을 발전 시켜 나가는 데 있어 우리가 반드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측면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인터넷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서비스 중 상당수는 인터넷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계의 치열한 반발을 견뎌야 했다. 공유차량, 오디오 스트리밍, 인터넷전화 등은 파괴적일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하거나 적어도 사용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했을 때 동의했던 규정들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은 그 자체로 비허가형 탈중앙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온라인 운영을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단일 규제기관이나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 동안 특정 기업의 서비스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많은 경우 이들 기업은 시장에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서비스의 이용에서 비롯되는 대중의 이익과 기존 업계 구성원들의 이익은 점차 균형을 맞춰갔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허가형 시스템과 비허가형 시스템의 차이는 아이디어에만 머물러 있는 서비스와 이미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각각 없앴을 때 나타나는 결과의 차이와 맞먹는다. 공유차량이 하나의 컨셉에 불과할 때와 이미 택시보다는 공유차량을 선호하는 이용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을 때 공유차량 서비스를 없애면 나타나는 결과의 차이다.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을 비롯한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허가형 네트워크인 이더리움 덕분에 디파이의 도약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규제당국이 어느 정도 통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번 구축된 서비스가 모두 규제 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의 규제는 그 필요성과 비용에 대한 대중적인 논의의 틀 안에서 도입돼야 할 것이다. 규제당국은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면 수백만 명의 분노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비용과 혜택

앞으로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규제 환경을 강화하면서도 과도한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비용과 혜택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이 유지돼야 하는데, 나는 여기에 두 가지 큰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똑똑한 기업들과 신생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규제당국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다. 한 기업이 규제를 준수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규제 당국에 수학적인 근거를 제출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승인을 받은 당사자만이 특정 거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 실제 참여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수학적 근거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다. 다만 오늘의 규제당국은 그런 자료를 받아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오히려 자료를 제출한 규제 대상이 규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규제의 정신마저도 위반하려는 목적으로 교묘한 수를 쓴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

둘째는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의 리스크다. 고객신원확인과 자금세탁방지 규제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이 두 규제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규제 환경이 복잡할수록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것을 기존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규제의 대량 도입과 집행은 디파이 생태계의 성장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

이 모든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마지막 무기는 탈중앙화다. 탈중앙화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오늘날 존재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1990년대 우리가 살던 세상과 비교하면 진정한 기적이다. 나의 자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 앨범 전체를 사야만 하는 고통을 영원히 겪지 않게 될 것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할 일도 없다. 완전하고 제대로 된 탈중앙화 방식으로 작동되는 비트토렌트(BitTorrent)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초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냅스터(Napster)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제거됐다. 비트토렌트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시작해 여전히 탈중앙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실 정말로 음악파일을 불법으로 받고자 한다면 여전히 방법은 있고, 비트토렌트에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이 여전히 값을 지불하고 음원을 구매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디지털 권한도 훌륭히 관리되기 때문에 거의 무료에 가깝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디파이 분야에서도 오늘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같은 규제 균형이 실현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개방된 지금의 생태계와 비교하면 때때로 제한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규제가 제대로 접목되기만 한다면 미래의 디파이는 저렴하고, 효과적이며, 자동화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용자는 규제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할 것이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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