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세돌 "'알파고 대국 NFT' 낙찰자와 바둑 한 판 두고파"
이세돌이 알파고 제4국을 NFT로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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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1년 5월12일 11:00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13일 알파고와 벌인 네 번째 대국을 최근 이더리움 NFT로 발행해 경매에 부쳤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13일 알파고와 벌인 네 번째 대국을 최근 이더리움 NFT로 발행해 경매에 부쳤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치른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또한번 신기술과 만났다. 이번엔 블록체인이다. 5년 전처럼 신기술과 맞서는 게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한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13일 알파고와 벌인 네 번째 대국을 최근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행했다. 이를 11일 오전 10시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 매물로 내놨다. 입찰 종료 시점인 18일 오전 10시가 지나면, 세기의 대국을 디지털 세계에서 처음 소유할 기회도 사라진다. 

NFT는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 중 하나인 ERC-721로 발행된 토큰이다. 매 토큰 하나하나가 고유의 가치를 지녀, 디지털 공간에서 소유권을 증명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세돌 9단은 4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나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 기술에 늘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 왔다"며, "25년 바둑 인생을 상징할 만한 대국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면 바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재미난 사건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알파고 제4국을 NFT로 발행하는 배경을 밝혔다.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슛을 아무리 사람들이 기억한다고 해도, 그 장면을 기념해 상징물을 만들기 전까진 기억 속에만 있었다. 사진도, 예술품도 디지털 파일로 영원히 남길 수는 있다. 하지만 NFT는 그것과 느낌이 또 다르다."

1997년 12살 나이에 프로 입단한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1997년 12살 나이에 프로 입단한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은 1995년 열두살 나이에 프로 입단했다. 그는 2019년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25년간 "수천 판의 바둑을 뒀지만, '바둑은 이렇게 둬야지'란 말이 나올 정도의 명국은 스스로 둔 적도, 남이 둔 걸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배운 마지막 세대"이지만, 승자와 패자 모두의 입장에서 어딘가에 영구히 남길 만큼 예술적 가치를 지닌 대국은 "꿈 속에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럼에도 남다르다. 그 중에서도 제4국은 인류가 인공지능을 상대로 이긴 역사상 첫 대국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인간이 또 한번 AI를 상대로 이길 확률을 구하느니 "어서 미국에 가서 파워볼 복권을 사는 게 더 현명할"만큼 AI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알파고와의 승부는 이세돌 개인에겐 은퇴를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바둑으로 최정상에 오른 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흔들었다. 

이세돌 9단은 "내가 수를 두는 순간 최고가 아니라는 게 들통날 정도의 고수가 존재하는, 이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바둑을 둔다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3번의 대국 끝에 최종 패배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이세돌이 제4국에서 거둔 1승이 더욱 값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와 다섯 차례 대국을 펼쳤다. 그 중 제4국만이 이 9단의 승리로 돌아갔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와 다섯 차례 대국을 펼쳤다. 그 중 제4국만이 이 9단의 승리로 돌아갔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최고가를 부르는 이라면 누구나 알파고 제4국을 소유할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낙찰자에게) 내 바둑 인생 전부를 넘기는 건 아니더라도, 나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어떤 NFT도 누군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없다면 시장에서 값어치를 인정받긴 어렵다. 인공지능과 겨뤄 인류가 얻은 역사적인 첫 승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NFT 발행에는 앞으로 바둑을 스포츠보다 예술로 받아들이는 이가 늘어나길 바라는 이세돌 9단의 소망이 담겼다.

"기보를 보면 한 수씩 둬 나갈 때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보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다. 나름의 의미를 지닌 예술품을 낙찰받은 이와 바둑을 한 판 둔다면 나에게도 매우 즐거운 일일 거다. 바둑을 잘 모르는 분이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제4국 NFT 낙찰자가 원한다면 기꺼이 한국으로 초대해 함께 바둑을 한 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은 "알파고 제4국 NFT 낙찰자가 원한다면 기꺼이 한국으로 초대해 함께 바둑을 한 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제4국을 NFT로 만든 대가로 벌게 될 이더리움은 어디에, 어떻게 쓸까? 거래소로 옮겨 현금으로 바꿀까?

이세돌 9단은 "입찰에 성공할지, (성공한다면) 몇 이더(ETH)에 입찰이 될지 정해져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 보니 명확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대답을 갈음했다.

"암호화폐 시장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실험들은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이뤄지더라. 다른 암호화폐를 만들 때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다. 암호화폐로 작동하는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 이더리움은 혈액 또는 연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은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은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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