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NFT 판매기] 7회, 이세돌이 NFT를 발행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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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김태권 2021년 5월16일 05:55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NFT 세상입니다. 이번 주 가장 눈길을 끈 NFT 소식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승리한 대국이 토큰으로 발행되었다는 뉴스 같아요. 

김태권(만화가) : 헤헤, 사실 저 NFT 발행하는 일에 제가 조금 참여했어요. 아주 살짝.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발행 전에는 비밀을 지켜야 해서.

박(뮤) : 아,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사실을 아는데 지금은 말할 수 없다'더니 이 이야기였군요.

김(만) : 그렇죠. 입이 근질근질해서 혼났네요.

1997년 12살 나이에 프로 입단한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1997년 12살 나이에 프로 입단한 이세돌 9단은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NFT에 담긴 무형의 자산]

박성도(뮤지션) : 이세돌 대 알파고 NFT는 그야말로 '묘수'였던 것 같아요('묘수'란 말도 바둑 용어네요). 체스부터 바둑까지, 인간이 기계에게 이겼던 것이 그때가 마지막이잖아요. 대퍼랩스 창업자 믹 나옘이 NBA톱숏에 대해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순간을 담고 있다"고 말했죠. 이세돌의 승리도 그래서 매력적이고요.

김태권(만화가) : 나도 이세돌 대 알파고 NFT 발행 계획을 처음 듣고 "멋지구나" 했어요. 언론 반응도 무척 좋았고요.

박(뮤) : 그런데 무엇에 대한 토큰인가요? 기보인가요, 동영상인가요, 이세돌 9단의 사인인가요?

김(만) : 그러잖아도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사고파는 것이 기보인가요, 대국인가요?" 바둑 기보에 저작권이 인정되는가, 저작권이 있다면 누가 소유하는가 등은 의견이 엇갈리는 복잡한 문제에요. 현재는 법적으로 지적재산권이 인정되고 있지는 않죠.

내가 들은 대답은 이래요.

"이 토큰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그 자체에 대해 발행되었어요. 기보는 그 대국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요."

물론 이미지나 사인이나 영상을 사고파는 것도 아니고요. 대국이라는 무형의 무언가가 NFT로 발행되었어요.

박(뮤) : 오픈씨에서 토큰 설명을 보니 암호 같은 영문자와 숫자가 잔뜩 적혀있어요. "Q16_D4_C16_R4_P4_P3_O3_Q3_C6_F3_N4_Q5_J3_..." 이것이 대국의 과정을 기록한 기보인가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A, B, C, D, ..., 위에서 아래로 1, 2, 3, 4, ...로 바둑판의 좌표를 기록했군요.

김(만) : 이 부분 역시 이 NFT의 흥미로운 시도죠. 지금까지 작품과 토큰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이 없다는 점이 NFT의 약점처럼 이야기되었어요. "예술작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구입했다는 '디지털 영수증'에 무슨 가치가 있냐는 지적"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NFT 자체에 대국의 정보가 들어가 버렸죠. 말하자면 "등기 서류에 땅을 집어 넣는 시도"랄까요. 대국은 영상처럼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정보 자체에 담겨 있으니까요. 해킹 당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이 대국은 영원히 온라인에 보존되는 거죠.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이세돌 9단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이세돌 9단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세돌 9단 NFT의 독특한 점]

박성도(뮤지션) : 나는 이세돌 9단이 직접 본인의 계정으로 NFT를 발행(mint)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무형의 멋진 순간을 기록한 NFT들이 종종 있죠. 하지만 그 순간의 주인공이 직접 발행한 일은 흔치 않으니까요. 잭 도시가 자신의 첫번째 트윗을 직접 NFT로 만든 일 말고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김태권(만화가) : 아, 좋은 지적이에요. 이세돌 9단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저 대국으로 발행한 여러 NFT가 이미 오픈씨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 아세요? 그런데 이세돌 9단에게 확인을 받은 NFT는 그 중에 없어요. 전부 다른 사람이 발행한 NFT이에요.

심지어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의 '백돌 78번째 수'도 NFT로 발행되어 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팬심으로 그랬다면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예를 들어 박성도 뮤지션이 사람들 기억에 남을만한 버스킹을 했어요.

그런데 누가 그 자리에서 전화기로 대충 녹음한 다음에 NFT로 발행해 이익을 챙긴다면? 박성도 뮤지션 쪽에서 기분이 좋지는 않겠죠. 

박(뮤) : 내 작품을 내가 모르는 사람이 NFT로 올린대도 나는 그 토큰에 대해 권리가 없는 거네요?

후지와라(Fujiwara)라는 계정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 기보를 NFT로 만들어 오픈씨 경매를 올렸다. 출처=오픈씨 캡처
후지와라(Fujiwara)라는 계정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 기보를 NFT로 만들어 오픈씨 경매를 올렸다. 출처=오픈씨 캡처

김(만) : 지금은 그렇죠. 예를 들어 내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파리 에펠탑이나 뉴욕 자유의 여신상 사진을 인터넷에서 구한 다음 "세계문화유산 NFT"를 발행할 수도 있어요. 옛날 미국 사람 중에 물정 모르는 유럽 사람들한테 미국 유명 건물들을 돈 받고 팔아넘긴 사람이 있다면서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본 것 같은데. 아무튼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대동강 그 자체를 NFT로 발행해서 팔아버릴 수도 있어요. 사고파는 것이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작품에 대해 발행한 토큰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아닌 문제에요. NFT 시대의 흥미로운 논점 중 하나지요.

박(뮤) : 그렇다면 이 NFT가 이세돌 9단이 직접 발행했다는 사실이 더 알려져야겠네요. 우리는 한국어 신문 보고 다 알고 있지만 외국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잖아요. 

김(만) : 나도 그 점이 걱정이 되어 물어봤어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냐고.  다행히 오픈씨에서는 '이 사람 본인이 맞다'는 인증 표시를 붙여줘요. 이세돌 9단의 이름 옆에 파란 색 체크가 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다만 오픈씨 쪽에서 일 처리를 늦게 해주는 바람에 인증 표시가 며칠 늦어져서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까지 미국 쪽에 연락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군요.

박(뮤) : 으, 파란만장하군요.

김(만) : 그래서 파란 체크일까요(이상한 농담 죄송합니다).

오픈씨는 이세돌의 계정에 본인이라는 인증을 붙였다. 출처=오픈씨 캡처
오픈씨는 이세돌의 계정에 본인이라는 인증을 붙였다. 출처=오픈씨 캡처


[NFT와 탈중앙화에 대한 생각]

박성도(뮤지션) :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가상화폐도 NFT도 원래 취지는 탈권위와 탈중앙 쪽이잖아요? 탈중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세돌 9단의 인증을 받지 않은 NFT라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어요. 

김태권(만화가) : 흥미로운 주제죠. 이번 주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올라온 마이클 케이시의 칼럼을 나는 인상 깊게 읽었어요. 완전히 동의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NFT는 웹3.0 시대의 해결책"이라는 글이에요. 케이시는 웹2.0 시대를 이끈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형 플랫폼이 가진 지나친 권력을 경계해요.

대형 플랫폼은 '디지털 복제성'을 악용해 콘텐트 생산자들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다룰 수 있었고, '중앙화된 주체'가 되어 창작물들을 큐레이션하는 힘을 휘두르게 되었죠. 케이시는 NFT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다고 기대해요. 

박(뮤) : 케이시의 주장에 따르면 탈중앙화와 큐레이션이 서로 모순된다는 거죠?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벌이는 ‘사상의 시장’이란 유토피아적인 비전에서 알고리듬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밀리에 경쟁하고, 계약업체들이 임의로 정한 이상하게 정의된 허용선을 넘는 순간 소위 ‘페이스북 징역’을 살아야 하는 악몽 같은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네요.

김(만) : 나는 약간 생각이 달라요. 물론 페이스북이 하는 짓이 밉살스럽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끔찍했어요. 내부 고발자 브리트니 카이저에 따르면 "데이터 비용이며 광고 비용이며 결국 돈을 번 것은 페이스북이었다"고 하죠. 케이시 역시 이 사건을 언급하고요.

그래도 내 생각은 플랫폼의 큐레이션은 필요하다는 쪽에 가까워요. 반사회적인 콘텐트를 걸러내는 일을, 사람들의 착한 마음만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나는 회의적이에요. 많은 이용자들은 맞춤 추천 같은 큐레이션의 편리함을 선호할 것이고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다룬 김태권의 칼럼 '나는 역사다'. 내부고발자 브리트니 카이저는 가상화폐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을 빚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폐업. 출처=KBS1 방송 캡처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을 빚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폐업. 출처=KBS1 방송 캡처

박(뮤) : 나하고 생각이 다르시네요. 나는 사람들 선의를 믿는 편이에요. 믿어야 한다고 봐요. 탈중앙화 문제에 있어서도, 처음 의도한 바가 이루어지도록 최대한 노력은 해봐야죠. 한두 달 오픈씨를 들여다보면서 생각한 점이 있어요. 지금 NFT쪽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 같아요.

여러 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이 그런 메시지에요. 비싸게 팔렸다는 비싼 작품에는 큰 관심이 없고, 내 작품을 중간에 다른 사람 안 끼고 직접 사는 사람과 거래하고 싶다는 정도를 바라는 사람들이에요. 투기로 한몫 잡겠다고 들어온 사람이 아니에요. 

김(만) : 그 이상주의자들이 꿈꾸던 상황이 지금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고요.

박(뮤) : 이 사람들 보기에 지금 상황은 이상적이고 탈권위를 좋아하는 취향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큐레이션이 들어온다? 결국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겪던 일을 NFT 세상에서도 겪게 될 것이고, 큐레이션의 권한을 손에 쥐거나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쪽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굴레에 다시 빠지게 된다는 거부감이 있을 거예요. 이 사람들은요.

김(만) : 그렇군요.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그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박(뮤) : 인간이 완벽한 존재는 아니니까 일이 또 잘 안 풀릴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결함이 드러났다기보다 우려만 있는 것이니까요. NFT세상에 아직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3월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에브리데이즈’는 시초가 100달러에서 시작해 6930만달러(약 785억원) 가치의 암호화폐(4만2329이더리움 ETH)에 낙찰됐다. 비플이 날마다 작업해온 5000여장의 이미지를 콜라주로 만든 작품이다. 크리스티 제공
3월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에브리데이즈’는 시초가 100달러에서 시작해 6930만달러(약 785억원) 가치의 암호화폐(4만2329이더리움 ETH)에 낙찰됐다. 비플이 날마다 작업해온 5000여장의 이미지를 콜라주로 만든 작품이다. 크리스티 제공

[경매에 대한 고민]

김태권(만화가) : 그나저나 이세돌 9단의  NFT 경매는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제법 뜨거웠는데 경매가에 반영될지는 모르겠네요. 경매 끝나려면 며칠 남아서 그런가요?

박성도(뮤지션) : 나도 이번 경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7백억 원 넘어갔다고 유명한 비플의 크리스티 경매 사례를 찾아봤어요. 100달러로 시작해 15일 동안 진행되었대요.

김(만) : 초반에 값이 많이 올랐나요?

박(뮤) : 전혀요. 마감 한 시간 전까지 1400만 달러 머물다가 막판에 69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고 하네요. 결국 비플이나 이세돌 9단처럼 유명한 사람이 내놓은 NFT의 경매는 마지막 한 시간에 맞물려 "경매가 곧 끝난다"는 분위기를 타고 결정될 것 같아요.

김(만) : 오오, 그렇군요. NFT에 작품을 올릴 창작자들은 경매 전략도 고민해봐야겠어요. 

박(뮤) : 좋은 결과 나오면 좋겠네요. 알파고를 꺾고 인간의 자존심을 세운 명승부였잖아요.

김(만) : 예, 그리고 우리 작품 판매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박(뮤) : 그러게요. 아직도 안 팔리고 있어요. 가격 고민부터 또 해봐야죠. 이더리움은 더 올랐네요.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오픈씨 계정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픈씨 계정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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