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비트코인 투자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비트코인 가격을 사토시로 책정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저축 상품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사토시가 있을까? 출처=Mike Bluday/Unsplash
거래소는 비트코인 투자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비트코인 가격을 사토시로 책정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저축 상품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사토시가 있을까? 출처=Mike Bluday/Unsplash
코인데스크US의 칼럼니스트 프란시스 코폴라(Frances Coppola)는 프리랜서로 뱅킹, 금융 및 경제학 관련 글을 기고하고 강연을 한다. 책 <사람들의 양적 완화에 관한 케이스>는 현대의 화폐 발행과 양적 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헬리콥터 머니(중앙은행이 소비 진작을 위하여 대량으로 시중에 푸는 자금)”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의 비트코인 가격, 채굴양 등은 지난 5월13일 기준이다.

비트코인은 비싸다. 전문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을 보고 구매를 단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소액 투자자를 모으려면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사토시(Satoshi)로 표시해야 한다.

사토시는 달러의 센트와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차이라면 센트보다 사토시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1달러가 100센트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 1개도 100개의 100만 사토시(즉, 1억 사토시)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비트코인 시스템의 원본 코드에도 정의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몇 센트에 지나지 않던 초창기에는 아무도 사토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이 약 3만달러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1개를 온전히 구매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또, 비트코인의 악명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1개를 살 수 있더라도 사지 않는 사람도 많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성공은 양날의 검이다. 얼리 어답터는 큰 이득을 보았지만, 늦게 투자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생겨났다. 비교적 더 어리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투자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고령층의 부유층에게 고수익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과는 달리, 비트코인은 1개를 온전히 살 필요가 없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쪼개어 사고 있다. 쪼개진 비트코인은 사토시로 표시할 수 있다. “사토시를 쌓는” (보유분을 늘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미 비트코인보다는 사토시 단위를 사용한다. 즉, 0.02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보다는 200만 사토시를 구매하는 것이다.

단위를 사토시로 바꿀 충분한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이 아닌 사토시를 단위로 사용하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생겨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소액 투자자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날 수 있다. 사토시는 은행 예금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예금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사토시 나카모토.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모든 사람이 얼마간의 사토시를 보유할 수 있을 만큼 공급이 충분할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세계 인구는 80억명이 조금 안 된다. (지난 5월13일 기준) 이미 1850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었으므로, 1조8500억 사토시가 현재 세상에 나와있는 셈이다. 이는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23만1천개의 사토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사토시로 저축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채굴된 1850만개의 비트코인 중에 20%는 사라지거나 복구할 수 없으며, 1천만개가량은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다. 따라서 1개든 쪼개서든 구매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420만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비트코인으로 다시 한번 계산해보도록 하자. 1조8500억 사토시 대신, 0.4조 사토시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1인당 5만 사토시 정도가 돌아간다.

여기서 쪼개기의 한계가 나타난다. 매우 작은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꼭 실용적이지는 않다. 피자를 원자 단위로 쪼갠다고 해서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음식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쪼개는 데도 실용적인 관점에서의 한계가 존재한다. 1인당 5만 사토시는 세계 전체 인구가 사토시로 예금을 하려면 부족한 개수다. 또한 소액 투자자도 동일한 개수의 사토시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토시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가격을 높이게 된다. 그러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토시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예금처는 될 수 없다.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또 다른 한계도 있다. 바로 수수료이다. 수수료 문제는 사토시 공급 한계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트래픽도 늘어나고, 이로 인해 평균 수수료 단가가 올라간다. 비트코인을 소액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은 높은 수수료를 피하려고 하므로 거래가 처리되기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거래가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는 소액 거래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수수료가 비트코인 투자의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소액 투자자에게 수수료는 이미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5만8천달러라는 가격(5월13일 기준)에서, 5만 사토시는 29달러 미만의 가치를 지닌다. 비트코인의 평균 거래 수수료는 약 22달러고, 60달러까지 치솟았던 적도 있다. 따라서 5만 사토시를 구매하는 데 드는 수수료가 매우 크다.

게다가 5만 사토시 이하의 보유분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수수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수료가 부족해 판매할 수 없이 남아있는 사토시를 “먼지”라고 한다. 평균 수수료가 올라갈수록 비트코인 생태계에 쌓이는 먼지도 늘어난다.

제2 레이어 솔루션은 소액 거래를 오프체인으로 옮겨서 “먼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거래라고 해서 부자보다 못한 익명성과 보안, 불변성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같은 금액의 돈을 잃는다면 부자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가?

이로 인해 비트코인 쪼개기의 한계는 비트코인의 본질에 관한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비트코인이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가? 과거의 금본위제와 비슷한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성하는 준비자산이 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평범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안전한 예금 장치가 되기를 바라는가?

이는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겪었던 “블록 사이즈 전쟁”과도 본질적으로 같은 딜레마다. 비트코인이 세계의 거래를 수용해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거래 시스템을 관장하는 기초 레이어가 되어야 할지에 관한 논쟁이었다. 기초 레이어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논쟁에서 이겼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비트코인이 전 세계의 예금을 수용해야 할지에 관한 논쟁의 형태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사토시로 비트코인을 쪼개면 한동안 문제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블록 사이즈 전쟁”을 겪게 된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사토시로 충분한 금액을 예금하는 데 있어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거래뿐만이 아니라 저축을 위해서도 제2 레이어 솔루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돈을 잃으면 큰 타격을 입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보안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세계는 매우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나는 이 딜레마를 해결할 솔루션이 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솔루션이 탄생하기를 바랄 뿐.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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