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세돌 NFT 낙찰자 '김두한'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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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5월24일 18:10

"거기서 우회전 하시면 바로 건물 지하 주차장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강남역 뒷골목으로 빨간색 페라리가 육중한 엔진음을 내며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보자마자 '저 사람이구나' 싶은 인상이었다. 지난 18일 경매를 통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NFT를 구입한 김두한(가명) 두한캐피털 대표다.

김씨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벌였던 5번기 중 2016년 3월 13일에 치러졌던 네 번째 대국을 60이더(낙찰일 기준 약 2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대국은 인간이 알파고에게 승리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기도 하다.

출처=오픈씨 캡처
출처=오픈씨 캡처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인데스크코리아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NFT를 낙찰받은 소감을 묻자 "일단 이세돌 9단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인데 그런 대단한 분의 대국을 NFT라는,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소장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말했다. 

이어 "이 NFT는 이세돌 9단의 대국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이 바둑 AI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한 유일한 바둑경기를 집약한 NFT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NFT가 반짝 유행으로 그치고 사라지더라도 당장 이 작품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세돌 NFT가 낙찰된 뒤, 일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김 대표와 그가 이끄는 투자회사 '두한캐피털'이 화제가 됐다. 김 대표가 이번에 NFT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전자지갑에 700만달러(약 79억원) 상당의 스테이블 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흙수저 자영업자에서 암호화폐 덕분에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전업투자가 입장에서 이번 낙찰 과정에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신분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수 차례 피력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의 양성화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정부가 시대에 뒤쳐진 규제를 하지 말고, 시장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신사업으로서 응원해주면 좋겠다"며 쓴소리를 내놨다. 아래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세돌 NFT 낙찰자 김두한(가명) 두한캐피털 대표. 김 대표의 요청으로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모씨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이미지를 삽입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SBS '야인시대'
이세돌 NFT 낙찰자 김두한(가명) 두한캐피털 대표. 김 대표의 요청으로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모씨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이미지를 삽입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SBS '야인시대'

- 이번이 몇 번째 NFT 구입인가. 

= 개인적으로는 몇 차례 구매한적이 있지만 회사(두한캐피털)를 통해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왜 이세돌 NFT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나.

= 우선 이세돌 9단의 대국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이 바둑 AI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한 유일한 바둑경기를 집약한 NFT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 이세돌 9단의 팬인가. 평소 바둑을 즐겨 두나.

= 사실 바둑을 잘 모른다. 하지만 일단 이세돌 9단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아닌가. 존경하는 분 중 하나다. 그런 대단한 분의 대국을 NFT라는,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소장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 NFT는 소유와 판매가 자유롭다. 이세돌 NFT를 재판매할 계획이 있나.

= 현재로서는 없다. 사실 NFT가 한 때의 유행일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내가 투자한 2억5000만원은 그냥 사라지는 건데, 그래도 괜찮다. 계속 보유하고 싶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경매 종료 이후 경매에 참여했던 아이디 'Doohan Capital'이 암호화폐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두한캐피털의 두한은 김두한이 맞나. 가명으로 김두한을 사용하는 이유는?

= 그렇다. 개인적으로 김두한의 팬이다. 그 역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흙수저로 태어나서 국회의원까지 했던 사람 아닌가. 나도 흙수저 자영업자 출신이다. 지금은 암호화폐 덕분에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었지만 말이다.

두한캐피털은 친한 동생과 둘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투자 기업이다. 한국인 최초로 익명 암호화폐 벤처캐피털을 설립해서 암호화폐 보급과 NFT 활성화를 촉진시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이세돌 9단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이세돌 9단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 인터뷰를 앞두고 가명을 요청했다. 가명을 쓰는 이유가 있나. 

= 불법적인 뭔가가 있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그간 경험상 얼굴이나 실명 같은 게 알려지면 귀찮은 일이 많아지더라.(웃음)

 

- 경매에 참여했던 전자지갑을 보니 700만달러 정도 스테이블 코인이 있더라. 어떻게 모은 것인지 궁금하다. 

=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모았다. 여러 가지 트레이딩을 한다. 현물 거래, 선물 거래, 디파이(Defi) 예치 등등. 2017년에도 암호화폐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자산이 많이 불었다. 

 

- 한국 사회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에 약간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는 편이다. 암호화폐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어떤 반응인가. 

= 가족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편이다. 아마 그게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2017년에 한번 고점을 찍고 비트코인이 400만원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날이 우리 집 이사하는 날이었다. 이사 비용까지 털어서 선물 투자를 했었는데, 시장 방향을 잘못 짚는 바람에 강제 청산당했다. 

이삿짐은 옮겨졌지, 줘야할 돈은 없지, 난감했는데 결국 아내가 처가에서 돈을 마련해 왔다. 처가에서는 그런 사건을 겪은 후에도 4년정도 계속 지지해주셨다. 사실 이세돌 9단 NFT 낙찰 받은 후 개인적으로 정말 기분이 좋았던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장인 어른이 바둑을 엄청 좋아하신다. 이세돌 NFT를 샀다고 하니까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 암호화폐 투자로 80억원을 번 자산가가 됐다.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 투자는 철저히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출을 받아서 투자에 쓰거나 하는 경우가 많던데, 내가 어느 정도 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투자는 100% 본인의 실력이 아니다. 어느정도 성공했다 싶으면 노후에 대해 준비하는 게 좋다. 나도 돈 벌고 집이랑 연금보험은 가족 명의까지 다 들어놨다. 또 모두 다 잃더라도 생활이 될 수 있게. 

 

- 요즘 암호화폐 시장 규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에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업 종사자로서 한마디 해 달라.

= 해야 할 걸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걸 안 하면 된다. 투자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다. 반면 암호화폐 금지 같은 건 하면 안 되는 규제다. 정부가 시대에 뒤쳐진 규제를 하지 말고, 시장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신사업으로서 응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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