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페이커 그리고 이세돌 NFT
미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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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5월23일 08:00
2020 엘시케이(LCK) 스프링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페이커’ 이상혁. 출처=라이엇게임즈 제공
2020 엘시케이(LCK) 스프링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페이커’ 이상혁. 출처=라이엇게임즈 제공

장면 1.
지난 19일 국내 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롤) 정상급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의 과거 소환사명을 440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상혁은 과거 SKT T1 소속이던 2019년 초까지 'SKT T1 Faker'라는 소환사명을 썼는데, 팀 이름이 T1으로 변경되면서 해당 소환사명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다른 사람이 이상혁의 과거 소환사명을 선점한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계정 판매를 약관상 금지하고 있다. 게임전문 매체인 포모스는 이 건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실제로 해당 매물은 삭제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에서 내 캐릭터를 선물할 수 있는 이벤트를 했다. 출처=리니지 웹사이트 캡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에서 내 캐릭터를 선물할 수 있는 이벤트를 했다. 출처=리니지 웹사이트 캡처

장면 2.
MMORPG 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새로운 업데이트 노트 '격변의 아덴'을 발표하면서 이색적인 이벤트를 했다. 내 계정에 있는 캐릭터를 타인에게 선물 할 수 있는 쿠폰을 모든 계정에 한 장씩 지급한 것이다. 

이 이벤트가 왜 이색적이냐면.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게임 계정이나 캐릭터를 사고 파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1회 한정이지만 사용자들끼리 합법적으로 계정을 사고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리니지에 신규 게이머들이 유입되지 않자 엔씨 측에서 기업의 이익을 더 키우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계정 거래가 가능하게끔 제한적으로 허용한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풍경들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게임 계정은 누구의 것일까. 게임 이용자의 것인가, 아니면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의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자일 것이지만 지금까지 세계의 모습은 후자에 가까웠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 벌였던 5번기 중 2016년 3월 13일에 치러졌던 네 번째 대국이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서 60이더에 판매됐다. 출처=오픈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 벌였던 5번기 중 2016년 3월 13일에 치러졌던 네 번째 대국이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서 60이더에 판매됐다. 출처=오픈씨

이런 의미에서 지난 18일 경매를 통해 낙찰된 이세돌 9단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승리한 대국 전체와 당시의 기보를 디지털화해 NFT로 만들었고, 이를 경매의 방식으로 2억5000만원을 받고 타인에게 판매했다.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무형의 결과물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온전하게 처분한 것이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이더리움 플랫폼이 활용됐다. 바둑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치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세상과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이세돌 9단 같은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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