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코인시장 정비해야” 국회, 가상자산법 논의
김병욱·이용우 더민주 의원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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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1년 5월26일 17:12
국회 본청. 출처=pixabay/baragaon22
국회 본청. 출처=pixabay/baragaon22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제도권 내에서 규제하려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개정됐고, 올해는 이용자 보호를 담은 여러 가상자산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새로운 개념인 가상자산을 기존 법 내에서 규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보여주듯,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확고해 그동안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한국 등 주요국이 가입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3월 특금법이 개정됐다.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도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법만으로는 ‘먹튀’, 시세조종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마련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껄끄러워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여당이 더 적극적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고, 열흘 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이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가상자산업권법)을 발의했다. 둘 다 금융위원회를 소관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 출처=한겨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 출처=한겨레

제정법인 두 법안은 모두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는 엄연한 현상으로 존재해 가치 논쟁을 넘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세계적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가상자산업권법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 법안 모두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또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 교환하거나 이전, 보관,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자를 가상자산업자로 분류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위에 신고한 뒤 사업을 할 수 있다. 현재 발의된 가상자산업권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강화된 조처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이거나 금융기관이어야 한다. 또 최소한 자본금을 5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기준이 없이 누구나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어 해킹이나 사기 등 이용자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의성실 원칙을 따라야 하며, 이해상충 관리 의무, 가상자산 상장 시 발행자 정보 확인 의무 등을 부여했다.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막아야 하며 코인의 주요 정보를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거래소의 해킹이나 파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자와 이용자의 가상자산 예치금의 분리 보관을 의무화했다. 더불어 시세조종, 가장매매, 통정매매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두 법안은 이용자 보호라는 큰 틀에서는 일치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증권의 성격을 갖는 가상자산(증권형 토큰)은 기존 법인 자본시장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증권형 토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주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반면 이 의원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도박에 관한 형법에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두 법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방법에 있다. 이 의원 안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인가, 수탁사나 지갑기업은 등록으로 구분했다. 반면 김 의원 안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거래소와 수탁사만 등록, 나머지 사업자는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 등록, 인가 순서로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특히 인가는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사업이 가능하다.

출처=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출처=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가상자산 소관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법안은 금융위가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추가로 이 의원은 민간의 사업자단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상자산업협회'를 설립하고, 가상자산업자 가입 의무화를 통한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여당에 이어 야당인 국민의힘도 가상자산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성일종 의원을 위원장으로 가상자산대책 태스크포스(TF) 비공개회의를 했다. 국민의힘은 곧 티에프를 공식 발족해 △미인가 거래소 추방 △부실 가상자산 정리 △시세조종 철퇴 △블록체인 기술 육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소가 금융위 심사를 받은 가상자산만 상장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계획이다.

 

업계, 기대와 우려 공존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권법을 통해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업권법이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처럼 될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온투법은 일명 ‘피투피(P2P)법'으로도 불린다. 가상자산 산업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회색지대에 있었던 피투피 금융 산업의 제도화를 목적으로 시작했다. 온투법에 따라 기존 피투피 업체는 오는 8월26일까지 1년 유예기간 안에 금융위에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하지 못한 업체는 국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온투법은 투자자 보호가 핵심인 만큼 피투피 사업자에게 자기자본, 재무, 경영 현황 등 공시를 의무화하고, 전산시스템 확충,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금융당국에 심사받도록 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가시밭길이었다. 피투피 업계에 따르면, 온투법 시행 전 국내 피투피 업체는 24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100여곳만 영업 중이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피투피 업계에서는 8월 말까지 온라인투자업자로 등록 가능한 업체는 많아야 20여곳일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가 가상자산에 매우 부정적인 상황인데, 금융위가 소관부처가 되면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져 산업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건전한 사업자가 살아남아야 가상자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업권법 입법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우려에 대해 “가상자산업권법은 산업 위축이 아니라 이용자 보호와 산업 진흥을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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