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쏜다면
중국, 스웨덴 등 바로 개인에게 지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추진
중앙은행 권력 강화와 금융 접근성 향상 목적, 비트코인 수요 감소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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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함지현 2021년 6월22일 15:12
중국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 기반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건설은행, 농업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주요 상업은행들과 협력했다. 출처=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중국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 기반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건설은행, 농업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주요 상업은행들과 협력했다. 출처=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중국 베이징에 사는 20만 명은 최근 200위안(약 3만4천원) 당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베이징시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디지털위안’ 테스트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링크를 눌러 디지털위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그리고 편의점, 식당 등에서 디지털위안 정보무늬(QR코드)를 열어 결제했다.

주요국 중 가장 일찍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도입하려는 중국의 풍경이다.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화폐 연구를 시작해 2017년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했다. 2020년부터 선전, 쑤저우, 청두, 상하이 등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인민은행은 2022년 2월 겨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디지털위안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간편결제와는 달라

디지털위안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1디지털위안의 가치는 종이화폐 1위안과 같다. 지폐나 동전으로 유통하던 위안을 스마트폰 안의 전자 형태로 옮겼다. 언뜻 간편결제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계좌를 등록해두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페이’를 떠올리면 된다. ‘중국에선 거지도 알리페이, 위챗페이로 구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편결제 이용률이 높다. 실제 2019년 중국의 결제 80%가 모바일 간편결제로 이뤄졌다. 그중 이용자 94%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썼다. 간편결제가 폭넓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CBDC 발행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화폐가 유통되려면 시중은행을 필수로 거쳐야 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시중은행으로 흘러가고 시중은행은 대출 등으로 민간에 화폐를 유통한다. 간편결제는 그 과정을 모바일에 옮긴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이나 삼성전자(삼성페이) 등 민간업체는 시스템 개발만 맡을 뿐 사실상 돈은 시중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나온다.

이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 개인에게 바로 지급할 수 있다. 화폐 유통 단계에서 시중은행이 빠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CBDC가 발행된다면 전 국민은 한국은행 계좌(앱)를 보유하게 된다. CBDC 시대엔 시중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앙은행은 CBDC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 중앙은행은 개인의 간편결제 사용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탈세나 자금세탁이 의심될 때도 개인의 거래 내용을 살펴보는 건 사정기관 권한이다. 하지만 디지털위안이 상용화하면 중앙은행은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샀고 누구에게 돈을 얼마 보냈는지 알 수 있다. 현금을 통한 지하경제가 사라지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의 경제활동이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통제하거나 포용하거나

전문가들은 디지털위안 실험이 중앙은행의 권력 확대를 노린 것으로 분석한다. 노은영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위안을 통해 결제 시장에서 민간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간편결제 운영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독점하던 결제 정보를 국가 통제하에 둘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 사정이 다르다. CBDC 연구가 상당히 진행된 나라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이다. 간편결제는커녕 제도권 금융 기반조차 미비하다. 이 나라들은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CBDC 실험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CBDC를 도입한 바하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미의 바하마는 7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나라다. 국민 약 40만 명이 30개 섬에 분포해 있다. 이런 지리적 한계로 제도권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다. 대신 국민의 모바일 기기 사용률은 90%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화폐를 유통하면 바하마 국민은 은행에 가기 위해 배를 탈 일이 없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CBDC 발행 이유 중 ‘금융 포용’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금융 포용은 기존 금융 인프라를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의 역할을 스마트폰의 CBDC 앱이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부 선진국도 CBDC 상용화에 긍정적이다. 스웨덴은 유럽 최초로 CBDC 테스트를 시작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은 2005년 화폐유통 업무 대부분을 민간은행에 이전했고 우체국은 2007년 금융 업무를 중단했다. 화폐유통 업무를 이양받은 민간은행조차 2008년부터 10년간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스웨덴 국민은 점점 현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스웨덴 정부가 CBDC 상용화에 나선 이유다.

출처=한겨레21 제작
출처=한겨레21 제작

 

CBDC 정착하면 암호화폐 사라져?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도 금융 포용을 제공할 수 있다. 2009년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화폐는 중앙은행 또는 금융기관이 발행한다는 대전제’에 도전했다. 그는 개인이 화폐를 발행(채굴)하고 이를 개인끼리 전송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결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CBDC와 암호화폐는 둘 다 금융 포용을 표방하지만 주체가 다르다. 암호화폐 생태계에선 민간 참여자들이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채굴)하면서 은행 역할을 대체한다. 반면 CBDC는 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으로 금융 포용을 꾀하는 국가도 있다. 중미에 있는 엘살바도르 국민 중 70%는 은행계좌가 없다. 은행계좌가 없는 사회에서 경제활동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진다. 은행 송금은 국민의 30%만 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최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CBDC와 암호화폐의 공통점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쓸 수 있는 디지털화폐라는 점이다. 그런데 상당수 금융 당국은 CBDC가 정착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사라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디지털달러’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 거래 메커니즘(수단)으로 널리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법인과 개인의 암호화폐나 디지털화폐 발행과 판매 행위를 금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 발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2021년 여름 발간할 계획이다. 일본 중앙은행도 2020년 발표한 계획에 따라 2021년 4월 1차 실험에 착수했다. 한국은행도 2021년 8월 모의실험을 추진한다.

CBDC가 상용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일부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즉각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도 실물화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접한 일본 국민은 소비를 늘리지 않고 은행에서 돈을 출금해 금고에 보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현금이 사라지고 CBDC만 있다면,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에 마이너스 금리를 직접 적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바로 연결된다. 대출 수요가 늘어나 경제회복에 이바지하고, 통화가치 상승을 제어해 무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또한 CBDC를 사용하면 신용카드, 간편결제와 달리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서도 상용화할까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CBDC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은 소수의 간편결제 업체가 금융 인프라를 독점하는 구조라 중앙은행이 이를 수월하게 바꿀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시중은행,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CBDC를 확산시키려는 기조가 아닌데다, CBDC를 도입하려면 우리나라 결제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이 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CBDC가 상용화된다 해도 재난지원금처럼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정도로만 그 쓰임새가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우위를 점치는 ‘말말말’
 

“디지털위안은 비트코인과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처럼 통화바스켓에 연동되지도 않는다.” -무장춘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장(2019년 12월)
 

“중앙은행이 대안을 제공하는 세계에서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가 계속 사용된 사례는 없었다.” -에릭 로즌그렌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2021년 2월) 

 “민간 암호화폐, 소비자 위험에 빠뜨릴 것… 스테이블코인, 와일드캣 은행 시대와 유사.”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2021년 5월)

“암호화폐 형편없어. CBDC는 금융혁신 가능성 높아.”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2021년 6월) 

 “CBDC 자리잡으면 블록체인만 남고 비트코인은 사라질 것.”-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2021년 6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화 채택, 법적·경제적 문제 우려.”-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2021년 6월) 

 “CBDC는 가치를 고정하고 통화시스템을 증진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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