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의 생존전략… 릴레이 상장폐지는 이제 시작됐다
업비트는 시작... 빗썸, 코인원 등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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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6월23일 15:25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최근 2개월은 악몽 같은 기간일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8200만원) 대비 반 토막이 난데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알트코인 상장폐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거래량 기준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18일 24종의 암호화폐를 대거 상장폐지했다. 비슷한 시기 거래량 2위인 빗썸은 4종, 코인빗은 8종을 상장폐지했다.

거래소에서 제거된 암호화폐들 상당수는 가격이 50% 이상 하락했다. 이 코인을 보유하던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봤다. 상장폐지된 암호화폐 발행사들은 거래소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당한 상장폐지라며 소송을 예고한 발행사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릴레이 상장폐지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무분별하게 상장했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관리·감독을 등한시했던 규제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합쳐져 투자자 손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4대 거래소의 2021년 암호화페 상장, 상장폐지 현황. 출처=한겨레신문
국내 4대 거래소의 2021년 암호화페 상장, 상장폐지 현황. 출처=한겨레신문

■ 상장에 열중했던 거래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일 국내 거래소들과 한 간담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추진계획서 반영 권고사항’을 전달했다. 거래소는 코인을 상장하는 절차와 공시 방법, 다단계 사기 등 불법 거래 가능성 등을 계획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권고는 최근 시작한 국내 거래소의 상장폐지 배경으로 지목됐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라지만 실제로는 권고 준수 여부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여부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거래소들이 이런 점을 고려해 미리 부실하거나 위험한 코인들을 자체적으로 대거 정리했다는 시각이 많다.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상장폐지를 할 정도라면, 그런 위험한 코인들이 애초에 상장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수수료 수입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가 코인을 사고팔 때마다 거래소는 거래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거래소 입장에선 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코인을 상장해 활발한 거래를 유도하는 게 유리하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원에 이르렀다. 상승장 당시 이들 거래소의 하루 수수료 수입은 많게는 수백억원을 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한 전직 거래소 관계자는 “전체 투자금의 90% 이상이 알트코인 투자에 몰리는 국내 시장 특성상 비트코인 등 ‘메이저’ 코인보다는 급등락이 가능한 알트코인을 여러개 상장하는 것이 거래소 살림에는 더 낫다”며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정상급 거래소들이 하나같이 수백개의 코인을 상장시켜놓은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21일 기준 상장된 코인은 업비트 178종, 빗썸 178종, 코인원 180종이다. 코빗, 고팍스, 한빗코 등 상장 코인이 비교적 적은 거래소들과 견주면 2~6배 차이가 난다.

상장 코인이 많다는 것은 일견 투자자 선택권이 넓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입은 올리면서 상장 코인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코인 가짓수가 많을수록 투자자 손해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비트는 지난 3월 암호화폐 ‘고머니2’가 5조원 규모의 해외 펀드사 셀시어스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공시를 교차 확인 없이 올렸다가 일부 투자자들이 허위공시 의혹을 제기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결국 업비트는 ‘애니멀고’가 허위공시를 건넨 것으로 보고 고머니2를 상장폐지했다.

아로와나토큰은 지난 4월 빗썸 상장 직후 1000배 이상 오르며 시세조종 논란을 낳았다. 이후 별다른 공지 없이 백서를 네차례 수정하는 등 허위공시 문제까지 더해졌지만 아직도 별문제 없이 빗썸에서 거래되고 있다.

 

■ 코인시장 방관한 정부

그동안 방관해온 규제당국도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다. 또 다른 전직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이런 무책임한 운영 행태는 어느 정도 안일한 규제당국의 대처에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년 동안 거래소 상장, 공시 절차 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어떤 제도도 만들기를 거부해왔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가상자산 정의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도 “(이 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 확인 의무, 의심 거래 보고 의무 등 자금세탁과 연관된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통상 제도화란 설립 인허가, 자본금 규제, 투자자 보호, 영업행위 규제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가 손을 놓고 거리를 두면서 상장, 공시 등은 모두 각 거래소의 자율로 정해졌다. 이렇게 거래소 경영진의 양심에만 맡기다 보니, 극소수 거래소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고 다수는 수익 올리기에만 열중했다.

거래소가 직접 코인을 발행해 유통하고, 별다른 검증 없이 ‘잡코인’을 대거 상장할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에선 악화가 양화만 구축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6월 초에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추진계획서 반영 권고사항을 올해 초에만 발표했어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손해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악몽은 6월로 끝날까. 업계 관계자들은 업비트의 상장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업비트가 9월에 있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염두에 두고 알트코인 정리에 나선 것이라면 빗썸, 코인원 등 다른 대형 거래소들도 계속 영업하기 위해 대규모 코인 정리를 안 할 수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상장된 코인 수를 살펴보면 업비트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21일 기준으로 올해 원화마켓에 4종의 암호화폐를 상장했고, 거래소 전체 마켓에서는 36종의 코인을 상장폐지했다. 최근 무더기 상장폐지로 인해, 상장된 코인의 가짓수가 작년에 견줘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빗썸은 같은 기간 원화마켓에 52종의 암호화폐를 상장했지만, 상장폐지는 10종뿐이었다. 코인원 역시 올해 39종 암호화폐를 상장했으나 상장폐지는 3종에 그쳤다.

한 암호화폐 개발사 관계자는 “약 200일 만에 약 50종의 암호화폐를 상장했다면 휴일까지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산술적으로 대략 1종당 4일을 심사했다는 얘기”라며 “상식적으로 그 코인들이 다 9월까지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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