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aron Greenwood/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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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중국과 비트코인에 관해 이야기할 때 늘 등장하는 주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또 한 차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번 규제는 중국 정부가 이전에 취했던 규제 조치 등에 빗대어 좀 더 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처음으로 대대적인 암호화폐 단속에 나선 건 2013년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으로 분류하면서도 거래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했다. 2017년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암호화폐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해 비트코인에 대한 거래 규제가 새롭게 발표되는 가운데, 최근 다수의 지역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면서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지난주 쓰촨성 정부가 채굴 금지령을 내리자 급히 채굴기를 해외로 옮기려는 수많은 채굴업자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번 조치로 중국 내 전체 채굴 활동의 90%가 멈추어 설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의 80%가 중국에서 채굴되는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 명령과 함께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찾아온 공포, 불확실성, 의심(FUD)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규제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에 유리할 것으로 낙관한다.

중국의 채굴 금지령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3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1.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강제로 압수하지 않는다.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비트코인’과 ‘금지’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하긴 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보유를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는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민은행이 암호화폐 열풍을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이를 국가 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무원이 투기적인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둘러싼 규제를 강화한 것도 격렬한 변동성을 보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단속은 2013년과 2017년의 규제 조치를 되풀이하는 성격이 크다.

물론 당국이 최근 몇 달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 발표한 규제는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강화된 모습이지만, 이 중 일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ICO 열풍이 불던 2017년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리자 많은 사람이 홍콩이나 일본 등 해외 거래소로 옮겨 거래를 이어갔다. 암호화폐 보유 자체가 법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중국인들이 거래 금지령을 회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현행 규제를 더욱더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2. 채굴의 탈중앙화

많은 채굴업자가 중국을 떠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채굴 활동이 전 세계로 분산되면서 비트코인 시장이 어느 한 국가의 규칙이나 규제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비트코인 채굴 지도(Bitcoin Mining Map)에 따르면 현재 세계 전체 비트코인 채굴의 65%는 중국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러한 활동 중 일부가 강제로 해외 이전되면서 비트코인 채굴이 중국에 집중됐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비트코인 채굴업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할 것이란 소문은 2018년부터 등장했고, 바로 지난달에는 이란 정부가 전국적인 전력 부족을 이유로 암호화폐 채굴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세계 암호화폐 채굴의 4.5%를 차지하는 이란에서 채굴이 금지됐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은 출렁였다. 안 그래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물론 이란의 비트코인 채굴 규모는 중국보다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동일하다. 채굴 활동이 세계에 폭넓게 분산될수록 관련 리스크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 채굴업계의 해외 분산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3. 친환경 채굴 촉진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조치로 중국을 떠나는 채굴업자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일은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 감축에 오히려 기여할 수 있다.

이들 채굴업자가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는 텍사스주다. 텍사스의 전기료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전력 시장도 규제에서 자유롭다. 그레그 에봇 텍사스 주지사가 미국에서 가장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치인 중 하나인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북미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원의 종류가 다양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비율이 낮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석탄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채굴에 이용하는 경우가 28%지만 아시아태평양에서는 65%에 육박한다. 아울러 북미에서는 공유 전력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전력원을 분산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지역별 암호화폐 채굴로 사용되는 에너지원들. 출처=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지역별 암호화폐 채굴로 사용되는 에너지원들. 출처=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특히 미국에서는 채굴 업계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에 꼭 정부 규제가 아니더라도 업계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동기가 충분하다.

지난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채굴 업계가 50% 청정에너지 사용을 달성할 때까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지 않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지난 9일 비트코인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채굴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머스크는 미국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과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오염과 관련한 비트코인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단체인 북미 비트코인 채굴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 of North America)를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CEO와 함께 이끌고 있다.

아울러 채굴 규제에 대한 북미 정부의 접근방식은 중국과 같은 ‘죽이기 아니면 살리기’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예산안에 암호화폐 보고 요건을 여러 개 추가했는데, 이는 앞으로 미국에서 암호화폐 규제가 강화될 순 있지만 완전히 금지되지는 않을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해서도 중국과 같이 전면 금지하기보다 채굴업계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대체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도 암호화폐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긴 했지만, 채굴을 금지하는 주요 이유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령과 또 한 차례의 거래 제한 조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일상적으로 겪어 온 어려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암호화폐 기술은 많은 가능성과 혁신, 기발함을 제공하지만, 정부 규제와 같은 장애물은 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애물은 장기적인 여정의 단기적인 걸림돌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해칠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더 큰 힘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

영어기사: 정효원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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