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콜렉터블 세계의 블룸버그 터미널"이란 포부를 갖고
[NFT뱅크의 Y콤비네이터 합격&투자 거절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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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김민수 2021년 7월3일 14:00
NFT.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NFT.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자: NFT뱅크는 NFT 가치 평가 및 자산 관리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최근 국내 블록체인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와이(Y)콤비네이터'에 합격했다. 그런데 정작 와이콤비네이터 측의 투자 제안은 거절했다. 

한국 기반 스타트업 중 와이콤비네이터 지원 대상에 선발된 곳은 아직까지 숨고와 미소, 센드버드, 마스오토, 미미박스 등 손에 꼽는다. 김민수 NFT뱅크 창업자 겸 대표가 와이콤비네이터에 앞으로 지원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해, 지원 및 선발 과정과 '꿀팁'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투자 유치 기회를 마다한 이유도 공개한다.

우선 와이콤비네이터(이하 YC)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YC는 전설적인 투자자 폴 그레이엄 등이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 기관)이자 벤처 캐피털이다.

대표적인 Y콤비네이터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출신 기업. 출처=Y콤비네이터
대표적인 Y콤비네이터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출신 기업. 출처=Y콤비네이터

현재까지 YC는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레딧, 쿼라, 코인베이스, 트위치, 인스타카트, 도커 등 유명 유니콘 기업 다수에 투자해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벤처캐피털의 표준이자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YC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경쟁률은 통상 100:1~200:1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합격하기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한국에선 2021년 6월 기준 센드버드, 미미박스, 숨고, 미소 등 7곳의 스타트업이 YC를 거쳐갔다. 

YC 첫 도전, 시작은 스팸 메일로부터 

때는 NFT뱅크 문을 연지 얼마 안된 2020년 가을. 무료로 진행되는 YC 스타트업 스쿨 수업을 수강하면 공짜 아마존웹서비스(AWS) 이용권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수강 신청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YC 스타트업 스쿨로부터 광고 이메일을 하나 받게 된다. 

“돈 쬐끔 주고 너네 지분도 꾀끔 가져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지원 해볼래?” 출처=김민수/NFT뱅크
“돈 쬐끔 주고 너네 지분도 꾀끔 가져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지원 해볼래?” 출처=김민수/NFT뱅크

"공짜 aws 크레딧을 미끼로 가난한 스타트업을 겨냥하다니… YC 칭찬해"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 보지 뭐' 하는 생각으로 구글링부터 시작했다. 

천리길도 구글링부터

구글링을 통해 YC에 대해 알아낸 정보를 요약하면 이랬다.

  1.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다
  2. 유니콘 기업으로 유명한 센드버드도 재수 끝에 합격했다.
  3. 5수까지 경험한 기업도 있다.
  4. 한국 기업을 통틀어 합격한 곳이 7곳도 안 된다.
  5. 공동창업자가 없는 '솔로 파운더'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편집자 주: YC는 회사 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한 복수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회사를 경영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보고, 1인 창업 기업에 대한 지원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시 NFT뱅크엔 매우 유능한 파트너가 있었다. 하지만 YC의 기준에서는 여지 없는 '솔로 파운더'였다. 또 (지금까지 YC에 합격한 곳이 몇 안 되는) 한국 기반 기업이며, YC에겐 익숙하지 않은 블록체인, 그 중에서도 대체불가능토큰(NFT)에 '올인'한 스타트업이니 합격할 확률이 높지 않겠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뭐, 그래도 한 번 해 보자. 그런데 지원 날짜까지 한참 남았네? 어차피 원서 작성을 지금 바로 시작하진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캘린더에 데드라인이라도 저장해 두자.

그러던 어느날 밤 12시··· 

YC 지원서 제출 마감일에 알림이 왔다. 그제서야 데드라인이 임박한 걸 확인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2:00 AM (12 hrs left): 밑져야 본전인데 Go!

데드라인은 한국 시간으로 다음날 정오. 부랴부랴 지원서 작성을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12시간 남짓. 

"무슨 질문이 이렇게 많아?"

자잘한 질문까지 하면 40개에, 굵직한 질문만 해도 20개나 됐다. 심지어 서비스 데모 영상과 창업자 소개 동영상까지 올려야 했다. 

대충 어림잡아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 서비스 데모 영상과 창업자 소개 영상 편집까지 하려면 최소 1~2시간 예상. 최악의 상황에는 편집 없이 날 것으로 간다.
  • 그럼 나머지 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은 개당 30분 예상.
  • 최종 점검 1시간 정도.

이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니 시간이 정말 모자랐다. 물론 일찍부터 시작하면 될 일이었지만, 폴 그레이엄 YC 창업자가 이런 말을 남긴 적 있다. 

“초기 창업가는 개발과 고객을 만나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면 안 된다." 

1:00 AM (11 hrs left): Ok, let’s do it!

첫 질문부터 난항이 시작됐다. 

Describe what your company does in 50 characters or less. (당신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50문자 이내로 설명하시오.)

머리가 하얘지고 멍해졌다. 한 문장 안에 우리 서비스를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든 창업가가 마찬가지겠지만 열심히 아이디어와 꿈을 팔던 습관 때문인지, 결국 구구절절 적고 있더라.

하지만 YC는 담백한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 조미료 팍팍 친 마케팅 용어 다 날려버리고 담백하게 한 문장을 적어 보자.

그에 앞서,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소개 글을 썼는지 찾아봤다.

폴 그레이엄 YC 창업자가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에게 "너희는 참 바퀴벌레 같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결국 '유니콘 바퀴벌레'가 됐다. 출처=YC 웹사이트
폴 그레이엄 YC 창업자가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에게 "너희는 참 바퀴벌레 같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결국 '유니콘 바퀴벌레'가 됐다. 출처=YC 웹사이트

2:00 AM (10 hrs left): One sentence, 50 characters!!

시간은 계속 가고 벌써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아직 서비스 소개 한 문장도 못썼다. 

정신 차리고, 생각 나는 걸 다 끄집어 내보자.

“Analytics tool for NFT” — NFT가 뭔지 이해나 할까?

“Asset manager for crypto collectibles” — NFT 보다는 암호 수집품이라고 풀어서 써볼까? 근데, 우리는 단순히 NFT를 관리하는 것뿐만아니라 NFT 자산 평가도 하는 기업인데..

“NFT asset management platform with built in valuation models” — 50자가 넘어 버렸다… NFT를 또 적어버렸네.

YC 회사들 목록을 봐보니 “Shopify for OOO”, “Uber for OOO” 같이 이미 유명한 서비스를 빗댄 게 많았다. 아무래도 함축이면서도 머리에 그림을 그려주기 쉬운 방법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미국 금융권에서는 가장 유명한 Bloomberg Terminal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

결국, 수십번의 퇴고 끝에 완성한 한 문장은 이렇다. 

"Bloomberg Terminal for your crypto collectibles."

3:00 AM (9 hrs left): 아무말 대잔치

그 다음에는 창업자 소개 설명 영상. 관건은 1분 안에 할 얘기를 다 해야 한다는 것. 써 놓은 대본을 그대로 읽는 건 인위적이라 여겨 YC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 3시에 반수면 상태로 카메라 앞에 앉아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창업자 소개 영상을 찍다가 뇌에 '버퍼링'이 걸렸다. 오직 '투 테이크'로, 날 것 그대로 업로드했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창업자 소개 영상을 찍다가 뇌에 '버퍼링'이 걸렸다. 오직 '투 테이크'로, 날 것 그대로 업로드했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서비스 소개 영상 또한 날 것 그대로 후다닥 완성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2주만에 만든 NFT뱅크의 첫 프로토타입. 출처=김민수/NFT뱅크
2주만에 만든 NFT뱅크의 첫 프로토타입. 출처=김민수/NFT뱅크
이후 개선한 두번째 프로토타입. 출처=김민수/NFT뱅크
이후 개선한 두번째 프로토타입. 출처=김민수/NFT뱅크

5:00 AM (7 hrs left): 선택과 집중

동영상을 다 만들고 나니 새벽 5시가 다 됐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다. 

“수 천 개의 지원서를 보는 입장에서 제대로 다 읽어 볼 시간도 없을 거고, 처음 몇 질문에서 흥미가 생기면 인터뷰 기회라도 주지 않을까?”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3개의 질문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빈칸 채우기 정도라고 여기고 일단 되는대로 작성하기로 했다. 

당시 NFT뱅크는 이용자도 이제 막 유입되던 시기였고,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서 NFT뱅크라는 서비스를 만드는지만이라도 명확하게 표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래 세 가지 질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뭐라고 답변을 적었는지도 함께 공개한다. 

Q. What is your company going to make? Please describe your product and what it does or will do.

Note that crypto-collectibles refer to digital arts, MLB cards, game items on the blockchain.
NFTBank.ai helps you easily organize your crypto-collectibles’ fragmented transaction activities from different blockchains and multiple off-chain data sources in one place. Through economic indicators and predictive models[1] built on top of the extracted features of individual crypto-collectibles and user wallets, it allows you to make the right decisions on the entire journey of purchasing, managing, and selling crypto collectibles. Since crypto collectibles have characteristics of securities, commodities, and digital collectibles combined, NFTBank.ai takes the best elements of Bloomberg Terminal, Mint, and AMZScout for crypto-collectibles in one place.

Q. Why did you pick this idea to work on? Do you have domain expertise in this area?

I conducted several experiments with simple prototypes: crypto collector aggregator, wallet search with analytics, and financial statements for crypto collectibles. From these prototypes, I met my core customers and learned their goals, habits, and pain points as crypto collectors. They managed a considerable amount of crypto-collectibles from multiple projects. They had strong voices in their communities and quite data-savvy. They considered crypto-collectibles as a valid financial asset class, starved for in-depth analytics with objective economic indicators.

Based on feedback from previous experiments, I moved further to make an all in one platform that takes the best elements of Bloomberg Terminal, Mint, and AMZScout for crypto collectibles.

What’s new about what you’re making?

When making decisions on trading crypto-collectibles, collectors gather various information going back and forth on multiple websites: Nonfungible.com and Dapp.com for macro stats, Opensea.io and Rarible.com for historical collectible sales, and Coinmarketcap.com for current Ether price. Unfortunately, these websites target general audiences, especially token investors. Thus, they only provide very shallow, incomplete, and unactionable stats. They even do not take advantage of blockchain’s biggest strength: traces and footprints of wallets and collectibles.

On the other hand, NFTBank.ai offers an integrated solution for all functionalities above focused on crypto-collectibles in one place. It takes full advantage of blockchain footprints and contextual data such as the wallet journey across applications. We build fine-grained profiles of individual wallets and crypto-collectibles based on thousands of predictors (behavioral and transactional) extracted from blockchain traces and provide various predictive models built on top of them. You connect your blockchain wallet addresses. It automatically fetches all on-chain and off-chain transactions and generates actionable indicators and in-depth analysis to help you manage your portfolio at ease.

7:00 AM (5 hrs left): 밝아 오는 아침 해, 막판 스퍼트

3개의 질문에 답변을 다 적고 나니, 이미 창밖은 환해졌고 눈꺼풀은 천근만근.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나머지 36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나당 평균 5분 만에 후다닥 작성 완료!

9:30 AM (2.5 hrs left)

분명 나처럼 막판까지 잡고 있는 지원자가 전세계에 최소 수 천 명은 있을 거다. 또 접수 한 순서대로 지원서를 읽는다고 하니, 이제 와서 내용을 완전히 갈아엎을 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제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43 AM — 제출 완료!!

드디어 2021년 겨울 배치에 지원을 완료했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출처=김민수/NFT뱅크

그리고 한 달 후… YC로부터 지원서 관련 업데이트 이메일이 도착했다. 

결과는···

2화에 계속됩니다. 

편집: 정인선 코인데스크 코리아

*NFT뱅크 공식 미디엄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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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2021-07-14 18:19:17
와 아이디어 너무 좋아요. 다른 기자님 글로 NFT뱅크를 알게되었는데 정말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인 듯 합니다! 대표님이 또 데싸이시라니 ㅎㅎㅎ 같이 일해보고 싶습니다. 화이팅!

BTVLAB 2021-07-05 15:36:43
재미있게 봤고,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되는 기사 감사합니다. 후속 기사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