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법정화폐 루피. 출처=Unsplash
인도의 법정화폐 루피. 출처=Unsplash
코인데스크US의 칼럼니스트 탄비 라트나(Tanvi Ratna)는 디지털 자산에 관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법을 연구하는 조사 및 자문기관인 정책 4.0(Policy 4.0)의 창립자이자 CEO이다.

지난 6월 암호화폐 업계는 가격 변동성뿐만 아니라 규제 측면에서도 격변의 한 달을 보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언한 것과 같은 희소식도 있었던 반면,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암호화폐 규제 및 단속이 심화되면서 시장은 약세로 돌아섰다.

한편 인도에서는 엄청난 규제상의 변화가 있었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하게 지나갔다.

지난 몇달 사이 인도 정부는 긍정적인 암호화폐 규제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올해 3월 인도 재무부장관은 전면금지의 가능성을 부인하며 정부가 자국 내 암호화폐에 대해 “보다 신중한(calibrated)”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 발표했다. 나아가 인도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인도 기업부(Ministry of Corporate Affairs, MCA)는 기업들이 이번 회계연도 내 암호화폐 투자 내역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규제상 한 단계 발전이자 세금 규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 인도 내 암호화폐 산업에 주요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내 암호화폐 투자는 이번 분기 9억2300만달러에서 66억달러로 612% 증가했다.

그러나 인도 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서비스 제공에 있어 여전히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인도의 금융범죄 조사기관인 집행이사회(ED)는 인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와지르X(WazirX)에 자금세탁 혐의와 관련한 조사 통지를 발송했다.

출처=와지르X의 홈피
출처=와지르X의 홈피

당시 와지르X의 모회사인 바이낸스(Binance)에도 각국의 규제 조치가 취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바이낸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현재 규제 압력으로 인해 영국에서도 영업이 제한받고 있다.

와지르X는 약 279억루피(약 3억 7400만달러)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하여 인도 외환관리법(FEMA)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ED에 따르면, 해외 세력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서 운영되는 한 불법 온라인 도박 앱에서 루피 예금을 테더(USDT) 스테이블코인으로 변환한 후, 바이낸스 지갑으로 자금을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약 5억 7천만루피(약 760만달러) 상당의 금액이 세탁됐다.

ED는 또한 와지르X가 외환 거래에 적용되는 고객신원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에 관한 기본 규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인도 법률상 암호화폐가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인도 정부가 2019년 암호화폐에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던 '가상화폐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Virtual Currencies)'를 발표한 이후로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일종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 기사 외에, 인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화폐, 재화 또는 어떠한 다른 항목으로 간주한다는 신호는 없다. 그러나 현재 인도의 중요한 공문서 2개는 암호화폐를 기능상 화폐와 동일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ED 통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간 하나의 유의미한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자체 조사의 결론에서 외환관리법에 따라 암호화폐는 “돈과 유사한(akin to money)” 일종의 화폐라고 밝힌 것이다.

ED가 와지르X에 보낸 통지서에서. 출처=코인데스크US
ED가 와지르X에 보낸 통지서에서. 출처=코인데스크US

이러한 주장은 유사한 결론을 포함한 두번째 공문서에 기초하고 있는데, 바로 2020년 3월 발표된 인도 대법원의 암호화폐 판결문이다. 대법원 판결문이 내가 올린 영상에서 분석한 주요 위험 신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인도 대법원은 암호화폐가 법률상 인정되지 않더라도 화폐로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첫 번째 문서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인도 대법원 팔결문의 일부. 출처=코인데스크US
인도 대법원 팔결문의 일부. 출처=코인데스크US

해당 판결문은 여러 부분에서 위 결론을 반복 주장하고 있다. 즉, 암호화폐의 기존법적 지위와 달리 암호화폐는 실제로 충분히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2018년에 발표한 문서에서 가상화폐가 기존 지급 시스템의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지급 평행 시스템을 수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암호화폐가 정말로 “돈과 유사”하다면, 인도의 암호화폐 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현재 인도에서 돈과 유사한 수단은 2013년 이후로 암호화폐에 일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중앙은행의 철저한 통제 및 감독 하에 있다.

인도는 금융 시스템 뿐만 아니라 국경 간 자금 흐름 및 이동을 강경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 관계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규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이번 조치는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디파이(DeFi)에 대한 대우 등 블록체인 산업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가지므로, 이와 관련하여 향후 전개에 주목할 필요 있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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