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NFT뱅크는 NFT 가치 평가 및 자산 관리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최근 국내 블록체인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와이(Y)콤비네이터'에 합격했다. 그런데 정작 와이콤비네이터 측의 투자 제안은 거절했다. 

한국 기반 스타트업 중 와이콤비네이터 지원 대상에 선발된 곳은 아직까지 숨고와 미소, 센드버드, 마스오토, 미미박스 등 손에 꼽는다. 김민수 NFT뱅크 창업자 겸 대표가 와이콤비네이터에 앞으로 지원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해, 지원 및 선발 과정과 '꿀팁'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투자 유치 기회를 마다한 이유도 공개한다.

2020년 가을. 우여곡절 끝에 첫 와이콤비네이터(이하 YC) 지원을 마쳤다. 한 달만에 YC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출처=김민수/NFT뱅크

탈락했다. 이메일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너희 떨어졌고, 피드백은 못 줘. 아쉬우면 3월에 다시 지원 해보든가.”

 

그리고 약 5개월 뒤

올해 3월. YC로부터 뜬금없는 초대 메일이 왔다.

​출처=김민수/NFT뱅크출처=김민수/NFT뱅크
​출처=김민수/NFT뱅크출처=김민수/NFT뱅크

YC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선수'였다.

"너네 사실 지난번에 상위 10%에 들었어. 지원자의 40% 정도는 다시 지원하는데 너희도 다시 지원해 봐." 

설욕전

앞선 5개월.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죽기살기로 회사를 키워 놓으니 딱 맞는 시점에 2021년 YC 여름 배치 모집이 시작했다. 이번에는 꼭 합격하리.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으니, 관전 포인트는 감이 왔다. 

핵심은 세 가지. 

상품, 추진력, 팀

세 가지에 집중해, 최대한 간결하게 쓰기로 했다. 인생은 짧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니, 이번에는 더도 덜도 말고 딱 다섯 시간만 집중해서 지원서를 써 보자.

Q. 당신의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50자 이내로 설명하세요. 
A. NFT 포트폴리오 관리를 더 똑똑하게.

뭔가 쉽고 깔끔하고 'YC 컴퍼니' 느낌이 난다.

Q. 당신의 회사는 뭘 만들고자 하나요? 제품에 대해, 그리고 이 제품으로 무얼 하고 있는지(혹은 하려는지) 설명해 주세요.

A. 대체불가능토큰(NFT)은 본질적으로 소수의 강렬한 팬층이 떠받들고 있고(long-tailed), 유동성이 적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또한 특정 NFT가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를 지닐지 추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대체로 NFT는 보유 기간이 긴 편입니다. 동시에 NFT의 시장 가치와 위험성 변화를 분명하게 이해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뿐만아니라, NFT를 구매하면 이를 나중에 유동화할 수 있을 거란 보장도 확실치 않습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분명 NFT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NFT뱅크를 통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의 여러 지갑에 흩어진 NFT를 한눈에 파악하고, 거래 이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NFT뱅크가 개발한 NFT 가치 평가 모델과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자신이 보유한 NFT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즉각적으로 파악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iBuying'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은 클릭 한 번 만으로 현재 보유한 NFT를 빠르게 현금화 할 수 있습니다. 

NFT뱅크는 최근 소셜 트레이딩 기능 또한 도입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팔로우 하는 다른 이용자의 NFT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동이 생기면, 즉각 알림을 받아 다른 이들의 거래 패턴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마법은 이용자가 NFT뱅크에 지갑을 등록하기만 하면 바로 일어납니다."

 

Q. 해당 아이디어에 착안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당 분야에 주된 전문성을 갖고 있나요? 당신의 서비스를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는 건 어떻게 아나요?

A. (이 답변은 네 개 불릿포인트로 나눠 이해하기 쉽게 작성했다.) 

1. 시장에 매물로 나온 NFT의 수 대비 실제 판매된 NFT 수의 비율이 10%도 채 안 된다는 데에 착안했습니다. 시장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NFT의 가치에 대한 판매자와 구매자의 인식 사이에 매우 큰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는 큰 시세 차익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NFT뱅크는 이런 문제가 적절한 NFT 가치 평가 수단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2.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NFT 판매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 누적 거래량이 아직 많지 않아서, 구매자들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구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NFT 구매자들은 '내가 이 NFT의 마지막 홀더(보유자)로 남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3. 기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에서 NFT 자산은 '일등 시민'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는 거래소 API를 끌어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등 대체가능토큰의 시장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NFT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지갑 서비스가 이용자가 보유한 NFT의 개수와 이미지 정도만을 보여줍니다. 대체가능토큰과 달리 NFT는 거래소에서 거래되거나, 실시간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NFT의 시장 가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깜깜이' 상태로 NFT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출처=RepentAndBelieveTheGospel/Pixabay
출처=RepentAndBelieveTheGospel/Pixabay

 

4. 몇몇 국가에선 이제 NFT에도 세금을 부과합니다. 이는 NFT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과거 구매 이력을 모아 소득을 계산해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최근 NFT가 탈중앙화 금융(DeFi)와 결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소득 계산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예컨대 NFT 기반 펀드에 투자해 이자를 얻는다면, 이를 통한 소득을 엑셀로 계산하긴 어려울 겁니다.

원, 투, 쨉!

NFT뱅크 서비스 데모 이미지. 출처=김민수/NFT뱅크
NFT뱅크 서비스 데모 이미지. 출처=김민수/NFT뱅크
NFT뱅크 서비스 데모 이미지. 출처=김민수/NFT뱅크
NFT뱅크 서비스 데모 이미지. 출처=김민수/NFT뱅크

“수려한 디자인과 깔끔하고 정확한 데이터, 그리고 다양한 지표를 통해 지금껏 '깜깜이 투기'를 하던 이들이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습니다. 나아가서, 내 NFT 자산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도 제공합니다. 이 모든 기능을 메타마스크 연동 한 번만으로 마법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후크

5개월 전 YC에 처음 지원할 때 45억달러 가량이던 추적 자산 총량이 2020년 3월 두번째 지원 당시 30배 가량 성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NFT뱅크를 통해 추적 중인 이용자 자산 총량의 가치가 14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이 표는 YC 지원서엔 첨부하지 않았다. 출처=김민수/NFT뱅크

오전 4시31분, 두번째 지원서 제출 완료

출처=김민수/NFT뱅크
출처=김민수/NFT뱅크

이번에는 무척 여유롭게 마감 시간보다 7시간 반 먼저 제출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가을에 또 지원하지, 뭐. 

그리고 약 50일 후

2020년5월 8일, YC에서 업데이트 이메일이 왔다. 처음 탈락 당시와 정확히 같은 제목의 이메일을 열어보니···

출처=김민수/NFT뱅크
출처=김민수/NFT뱅크

결과는 1차 합격. 인터뷰를 볼 수 있게 됐다. 

3화에 계속됩니다. 

번역·편집: 정인선 코인데스크 코리아

*NFT뱅크 공식 미디엄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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