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문 광장의 자금성. 출처=Nick Fewings/Unsplash
중국 천안문 광장의 자금성. 출처=Nick Fewings/Unsplash

중국이 최근 기술기업을 규제하는 이유가 진짜 국가 안보때문일까?

중국 관료들은 그렇게 설명하지만, 금융을 통제하려는 게 진짜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일 중국 당국은 공유차 서비스인 디디추싱 애플리케이션을 중국 내 모든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당국은 디디추싱이 수집한 이용자의 데이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디디추싱에 대한 규제는 비트코인 채굴 단속, 마윈을 향한 제재, 국가 주도의 디지털 위안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언론 모닝 브루(Morning Brew)에 따르면, 디디추싱 사태 다음 날 홍콩증권거래소의 주식은 5%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등 국제 주식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자들이 홍콩 시장으로 몰렸다는 게 모닝 브루의 해석이다. 향후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주식 거래가 홍콩 증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이런 결과를 의도했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이를 노렸을 것이라고 추정할만한 근거는 상당히 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게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진행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디디추싱은 기업공개를 감행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의 규제당국은 디디추싱이나 다른 기업들이 외국에 상장하는 데 활용했던 법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중국 보안법을 개정하려 한다.(다만 이 개정은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디디추싱 사태 이후로, 중국 당국은 '국가 데이터 유출 리스크'를 이유로 미국에 상장한 기술기업 3곳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들은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최대 45일간의 조사 기간 동안에는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다.

CNBC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지난 6월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5일 후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디디추싱과 최근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2곳의 자회사들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 CAC는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하는 기업은 외국 상장 이전에 승인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가을 알리바바에게 28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IT기업들을 단속했는데, 이번 규제도 이런 단속의 연장선에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런 단속으로 중국 기업은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단속이 기업들의 월가 상장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에게 비춰진다면, 중국 기술기업의 국외 상장이 중단될 수도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미국 입법자들은 중국 기업이 상장할 때 더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요구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왜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규제를 계속 이어가는 걸까? 디디추싱 사태는 이러한 규제가 중국 기업들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디디추싱은 지난 주 상장 당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중국인이 아닐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자들로부터 44억달러를 모았다.(이들은 이제 디디추싱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디디추싱이 전 세계에서 사업 중이지만, 투자금 중 상당부분이 중국내 급여와 비용 등에 사용될 것이다. 한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이런 국외에서 오는 투자를 막아버리면, 인민의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경제 성장도 힘들어진다. 

출처=Ruslan Bardash/Unsplash
출처=Ruslan Bardash/Unsplash

최근 흐름은 규제당국이 기술기업 대신 홍콩의 금융 엘리트를 선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홍콩은 오랜 기간 동아시아와 그 외 지역을 이어주는 금융 요충지였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정치적인 자유가 탄압받고, 홍콩의 금융 산업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으로 가는 자금을 더 늘려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혹은 베이징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게 달가워하지 않은 홍콩의 금융가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규제 움직임은 금융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높이려는 중국의 계획에도 부합한다. 또한 중국 인민은행의 감시와 통제에 활용될 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그리고 개인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앤트 그룹에 대한 규제도 궤를 같이 한다. 

중국 기업의 국외 상장을 제한하면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자본 통제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인이 중국 자산을 소유하는 것과 중국 자본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모두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단순히 중국 공산당의 금융권 장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규제는 아직 국외에 상장하지 않은 텐센트(Tencent)와 같은 기술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쳇은 중국 기업의 주식 공개에 대한 미국의 반발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고 CNBC에 말했다.

또한, 블랑쳇은 중국이 영향력을 높이려는 원자재 선물시장과 같은 영역에선 외국 투자자에게 문을 더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최근 중국의 규제 원인이 진짜로 국가 안보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움직임은 상당히 과격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이 인터넷 회사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보호 기준을 강화하려는 것과 맞물려 있다. 

중국인 투자자 치 왕은 CNBC에 " 우리는 인터넷과 관련한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지금 일어나는 제제가 다소 과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기사: 박범수 인턴기자 번역, 임준혁 글로벌에디터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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