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매도 오류로 코인 시세의 1/27 수준에 팔려"...투자자 소송
루나 6만여개, 821원에 팔려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조치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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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함지현 2021년 7월30일 08:00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출처=한겨레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출처=한겨레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13억원 상당의 코인 매도 주문 오작동을 이유로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사건을 두고 거래소가 고객 보호 조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0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빗썸 이용자 A씨는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3월 29일 오후 9시 2분 빗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루나(LUNA) 900개를 매도하려 했다. 하지만 A씨가 매도 버튼을 누르기 직전 빗썸 앱이 약 1분간 멈췄다. A씨는 앱의 재작동을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렸고, 이후 화면이 다시 작동했으나 보유하고 있던 루나 6만1765개가 시장가로 팔렸다.

빗썸 차트에 따르면, 1시간봉 기준 3월 29일 시간당 루나 거래량은 4만~7만개 수준이었다. 빗썸 전체 거래량과 맞먹는 물량이 한순간에 쏟아지자 시장가는 821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A씨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6만여개가 전량 시장가에 매도됐다.

해당 주문 체결 직전인 3월 29일 오후 8시 루나의 종가는 2만2240원으로, A씨는 종가 대비 27분의 1 가격인 821원에 루나를 판매된 셈이다.

루나(LUNA)는 올해 3월29일 한시간 봉 기준, 직전 종가의 27분의 1 수준인 821원에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출처=빗썸 웹사이트 캡
루나(LUNA)는 올해 3월29일 한시간 봉 기준, 직전 종가의 27분의 1 수준인 821원에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출처=빗썸 웹사이트 캡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시가 기준 A씨가 보유한 루나 가치는 13억7000만원 이상이었지만, 매도 주문 오류로 실제로는 7억원 미만에 거래됐다. 이로써 7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시장가 매도 확인' 버튼을 누른 후 또 다시 '매도 확인' 버튼을 눌러야 매도가 이뤄지기에 두 번이나 잘못 누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빗썸의 앱 오류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빗썸은 시장가 매매 시 10억원까지만 주문을 넣을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는데, 당시 체결된 주문은 (정상적인 시가 기준) 13억원을 넘기에 애초에 주문 명령이 입력되선 안 된다"며 "하지만 빗썸은 최종적으로 체결된 금액이 7억원 미만인 만큼 문제 없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빗썸은 정상적으로 체결된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빗썸은 A씨가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 "빗썸 서비스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며 "다른 이용자가 시장에서 매수한 것이기에 빗썸이 특별히 조치할 방법도 없다"고 답변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시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8년 1월 9일 코인원에서 당시 5만원대에 거래되던 이더리움 클래식이 갑자기 1000원에 대량으로 팔리기도 했다. 

출처=코인원 웹사이트 캡처
출처=코인원 웹사이트 캡처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조치 필요성 대두

이용자들은 주문 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차이가 날 경우 거래소가 한 번 더 경고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 범위 확장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최근 법원은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를 상대로 이용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송에서 "로그인 시 전송되는 인증번호만으로 출금이 가능하게 한 것은 고객 보호 의무 위반"이라는 고소인의 주장에 대해 "출금 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거래소의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권은 금융소비자법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아닌 암호화폐 거래소는 고객 보호 의무에 대해 적용되는 법이 없다.  

김동환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거래소를 통신판매(중개)업자 지위로 생각해보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 지침에 따라 청약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만 갖추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접속 장애 등으로 인한 매도 주문 체결 오류는) 계약상 채무 불이행으로 따져야 하는데,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그 계약이 회원 약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거래소가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지침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거래소 회원 약관에 ‘주문가와 실제 거래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 거래소가 경고 문구를 띄운다’는 등의 문구가 없는 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게 김동환 변호사의 설명이다.

현재 빗썸 회원 약관 제18조(회사의 면책사항 및 손해배상) 2항은 '회사는 천재지변, 디도스(DDos) 공격, IDC장애, 서비스 접속의 폭등으로 인한 서버 다운,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 장애 등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비스 제공에 관한 책임이 면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빗썸 회원 약관 제18조 4항은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거래소 로그 기록을 강제로 뜯어볼 수는 없기에 앱의 비정상적인 가동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8일 빗썸을 포함한 8개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기존의 면책 조항이 부당하다며 "천재지변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사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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