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플리커
출처=플리커
플레더릭 어니스트(Dr. Friederike Ernst)는 그노시스(Gnosis)의 최고운영책임자다.

이더리움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더리움 커뮤니티에는 채굴자 추출 가능 가치(MEV, Miner Extractable Value)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의 총예치금(TVL, Total Value Locked)이 3년 전 0에서 현재 540억달러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면 이러한 논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21년에 들어서만 이더리움 디파이는 7월까지 246% 상승하는 등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MEV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디파이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미 코넬대 연구진이 발표한 플래시보이즈 2.0(Flash Boys 2.0) 보고서에 따르면, MEV는 “채굴자가 생성하는 블록에 트랜잭션을 임의로 포함, 제외 또는 재정렬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채굴자가 얻는 이익의 척도”를 의미한다.

채굴자들은 자신이 채굴하는 블록에서 프론트러닝(front-running, 선행매매), 백러닝(back-running; 대규모 트랜잭션이 발생하기를 기다린 뒤, 트랜잭션이 끝나자마자 가격 변동을 틈타 주문을 넣는 수법) 및 샌드위칭(sandwiching, 앞의 2가지 공격 형태의 조합) 트랜잭션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트랜잭션은 실행에 높은 비용이 요구되고 실패하는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디파이 사용자들에게 환경받지 못한다.

암호화폐 연구집단 플래시봇(Flashbots)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행동양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사용자들과 트랜잭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더리움이 현재의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경된다고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왜 MEV가 문제인가

MEV는 이더리움에 정말 나쁜 것일까? 어느 쪽 입장인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채굴자들은 이더리움 사용자로부터 약 7억5천만달러를 '추출'했다. 지난 30일 동안의 채굴량은 940만달러에 달한다.

하나의 블록 내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채굴자에 의해 실행되는 MEV 가치 추출은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 내 멤풀(mempool) 설계로 인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멤풀의 설계적 요소는 류츠신(Cixin Liu)의 소설에서 따 온 '암흑의 숲(the dark forest)'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는데, 여기서 암흑의 숲이란 대부분 사용자들이 간과하는 EVM 아키텍쳐의 문제점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블록체인에 제출되는 모든 이더리움 트랜잭션은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링된다는 것이다. 주류의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바로 이 암흑의 숲에서 사용자와 채굴자 사이에 대립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EV의 암흑의 숲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복잡한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디파이 사용자들은 모든 종류의 MEV로부터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MEV에는 사용자가 트랜잭션 실행에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용자의 트랜잭션을 실패하게 만드는 프론트러닝 공격, 그리고 채굴자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들의 트랜잭션 가치가 추출되는 백러닝 공격 등이 포함된다.

둘째: 설령 한 트랜잭션에서 프로토콜 악용을 방지하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트랜잭션의 존재 자체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프로토콜의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처=Launchpresso/Unsplash
출처=Launchpresso/Unsplash

해결책은 배칭거래다

사용자들을 위한 회복탄력적인 요소가 개발되지 않는 한 MEV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MEV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파이 생태계 내 핵심 인프라와 정확한 툴링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댑(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더리움의 핵심 프로토콜을 변경하는 것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매우 높은 수준의 합의를 요하므로, 지분증명 방식 전환은 가능성이 낮은 해결책이다.

댑이나 사용자들이 MEV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은 배칭옥션을 실행하는 트레이딩 매커니즘(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것이다. 배칭옥션 또는 배칭거래(batching trading)란 암호화폐 거래소의 호가창에서 단일 배치 내 여러 거래를 한꺼번에 묶어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각 블록의 결제 가격이 같도록 토큰쌍들의 가격을 정확히 매길 수 있는 가격결정 매커니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통적인 시장에서 배칭옥션은 개장시간 동안 개장 전후에 이루어진 주문을 처리하는 데 사용되었다. 디파이 세계에서 배칭옥션은 동일한 블록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디파이 시스템에서 채굴자 또는 검증인(validator)은 트랜잭션을 재배치할 권한을 갖는데, 배칭옥션은 그러한 권한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배칭옥션에서 채굴자들은 주문과 상관없이 트랜잭션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칭옥션의 결제 가격은 균일하므로 거래의 주문 순서는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배칭옥션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댑의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향상된 트레이딩 기법을 제공한다.

■ 가스 비용 없는(gasless) 제출 또는 사용자들이 서명된 메시지를 통해 오프체인 주문을 제출하는 것

■ 트레이더가 다르더라도 동시에 발생한 거래에 대해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것

■ 외부의 제3자 유동성 풀에 의존하지 않고 '욕망의 일치(coincidence of wants)'에 따라 사용자들을 직접 매칭하는 것

 

오프체인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서명된 메시지를 통해 오프체인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은 이전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트레이딩 방식이다. 댑 사용자들은 유효성을 위해 온체인 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주문 선호도에 따라 트랜잭션에 서명함으로써(거래 의사를 갖고 메시지에 서명하는 것) 오프체인 주문을 제출하면 된다.

오프체인에서 주문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트랜잭션은 개별적으로 멤풀에 전송되는 대신 추후 배칭옥션 거래 시 한꺼번에 체결된다. 즉, 트랜잭션은 하나의 배치에서 한꺼번에 처리되며, 모든 거래가 주문과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을 가지므로 트랜잭션 복제가 어려워지고 재배치가 무의미하게 된다.

또한 오프체인 주문은 프로토콜이 기존의 거래 경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때문에, 설령 마이너(minor)가 서명된 메시지를 발견하고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고 해도 해당 거래가 체결되는 자동화된 마켓메이커(AMM) 풀을 알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프체인 프로토콜은 사용자들을 특정한 거래 경로에 구속하지 않으므로, 트랜잭션을 빠르게 체결하는 것보다 더 나은 가격에 체결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균일화된 결제 가격과 욕망의 일치(CoWs)를 특징으로 하는 배칭옥션에 기반한 가격결정 매커니즘을 가진 프로토콜은 사용자에게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MEV 보호장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MEV 보호장치를 제공한다.

(욕망의 일치란 거래 쌍방이 서로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교환을 촉진하는 유동성을 제공하는 제3자가 없이도 당사자들이 직접 물건을 교환하는 경제적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프로토콜이 일정한 기능의 마켓메이커(constant function market maker)를 설계하는 대신 배칭옥션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욕망의 일치를 기반으로 하여 직접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로토콜은 각 배치에서 받는 주문에 따라 가격을 최적화함으로써 트레이더들을 MEV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트레이더들에게 최선의 가격을 제공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배칭옥션은 프로토콜이 균일화된 결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욕망의 일치와 더불어 사용자들을 MEV로부터 보호해준다.

이러한 보호장치가 가능한 이유는 프로토콜이 외부의 온체인 유동성 없이도 거래를 매칭시키기 때문이다. 즉, 욕망의 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프로토콜은 해당 거래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AMM에 대해 온체인 트랜잭션을 실행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욕망의 일치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배칭옥션 내 결제 가격은 동일하므로 해당 트랜잭션의 주문 순서는 무관하다. 동일한 토큰쌍을 가진 모든 거래는 결제 가격이 동일하므로, MEV 행위자가 트랜잭션을 재배치하여 추출 가치를 얻을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트랜잭션에 있어 MEV는 점점 커지고 있는 문제지만 완화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특징을 가진 배칭옥션에 초점을 맞춘 프로토콜이 개발된다면 MEV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디파이 세계의 AMM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자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사용자들이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댑만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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