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인물 콘텐츠 금지 결정을 번복한 온리팬스를 보면 은행과 국가가 합법적 활동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으며, 왜 암호화폐가 필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최근 성인물 콘텐츠 금지 결정을 번복한 온리팬스를 보면 은행과 국가가 합법적 활동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으며, 왜 암호화폐가 필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최근 영국 소셜미디어 업체 온리팬스(OnlyFans)가 성인물 콘텐츠 게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이를 금세 번복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마도 우린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그 원인 중 하나였을 거란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암호화폐 기술이 널리 대중화되지 않더라도 금융과 개인의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암호화폐라는 옵션이 선택지로 있기만 해도 금융서비스 중개업체들이 정부를 대신해 적법하지 않은 재량권을 휘두르는 행위를 줄일 수 있다. 당초 자사 플랫폼에 포르노 게시를 금지했던 온리팬스의 조처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이 재량권의 행사 때문이었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이 주제를 다루려 한다.

 

은행의 포르노 검열과 민주주의의 저해

자사 사이트의 포르노 퇴출 압력을 받고 있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 제공업체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계몽주의 철학자를 거론한다는 게 다소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설명하기엔 프랑스 철학자 바롱 드 몽테스키외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삼권분립(separation of powers)’ 이론이 가장 적합하다.

지난주 수십만에 달하는 성인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자사 사이트에서 퇴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갑자기 결정을 번복한 온리팬스 사태를 일으켰던 진짜 주범은 온리팬스의 CEO도, 포르노 퇴출 압력을 넣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국가였다.

온리팬스가 결정을 번복할 때까지 이 사태는 정부가 도를 넘어 과도한 개입을 한 사례가 될 뻔했다. 다른 모든 측면에서 온전히 합법적인 상업 분야를 상대로 금융업계의 게이트키퍼들이 스스로 보안관 역할을 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실제로는 이를 부추겼다) 미국 정부는 18세기 프랑스의 몽테스키외가 심히 경계했던 재량권을 행사했다.

 

견제와 균형

정치학 입문 강의 시간에 배웠던 삼권분립을 떠올려보자. 행정부는 경찰과 검찰, 감독기관을 갖추고 법을 이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법을 만들지는 않는다. 법은 입법부에서 만드는 것으로, 입법부는 그들이 만든 법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무기를 갖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법치이며, 법치가 모든 걸 순조롭고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입법부가 불법으로 판단한 활동만 국가가 제약할 수 있고, 정책 입안자들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은 행동을 건드릴 권한은 국가에 없다.

하지만 신용 발행과 결제 관리뿐만 아니라 돈을 찍어낼 권한마저 은행에 주고 있는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는 앞서 말한 삼권분립의 설계상 결함이 존재한다.

민간 기업인 은행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고유한 지위를 가진다. 암호화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은행의 승인 없이 비현금 상업활동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은행들 자체가 은행보안법(BSA)이나 도드-프랭크법, 사베인스-옥슬리법 등 법령에서 정하는 준법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어 정부의 영향을 받고, 따라서 은행이 실질적으로 국가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이게 바로 온리팬스의 결정 번복이 한 줄기 희망을 주는 이유다. 온리팬스가 포르노 퇴출 결정을 번복한 것은 분명 매출 감소에 대한 두려움 때문(올해 예상 매출이 10억달러를 상회하는 가운데, 이 중 대부분이 성인물 콘텐츠에서 온 것으로 추정)이었겠지만, 여기서 온리팬스가 “다양한 창작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보장”을 받은 다음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 게 중요하다. 이 말은 은행들이 준법 관련 이슈가 없을 거란 보장을 당국에서 확인받았음을 의미한다.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이 입장을 바꾸기까지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알기 어렵겠지만, 최근 떠오른 개인 간(P2P) 결제 대안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봄 직하다. 암호화폐가 성 노동자들을 직접적으로 구하진 못했을지 모르나, 신용카드 대신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내가 표현의 자유와 법치의 승리라 평가한 업적을 이루도록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Joshua / unsplash
출처=Joshua / unsplash

은행은 청부업자

이전에도 본 칼럼에서 자주 언급했지만, 미국의 글로벌 경제 패권은 바로 이 관계에서 나온다. 은행들이 자금 거래를 모니터링해 당국에 보고하는 협조 행위가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깡패 정권(rogue state)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행은 단지 기업과 개인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정부를 대신해서 몰래 행동하는 용병인 것이다.

이 같은 끈끈한 유착관계로 인해 암암리에 이뤄진 규제가 너무도 많았다.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암호화폐 이용 사례 중 하나가 재량에 의해서 적법하지 않은 법 집행을 할 위험이나 게이트키퍼 없이 개인 간 자금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성인 이유다.

거듭 말하지만, 포르노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미국 성인 잡지 허슬러(Hustler)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승소하면서 유명해진 미 연방대법원 사건에 따르면, 포르노는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표현의 한 행태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대마초 사업이 미국 내 대부분의 주에서 합법화되거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총기 역시 미 전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업계들은 변덕스러운 은행가들 때문에 결제 솔루션에서 자주 배제되고 있다.

물론 은행과 감독당국에선 그건 정부 지시와 전혀 무관했다며, 자사 평판과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기업 차원에서 공익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정말 그럴까? 월가를 생각해보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버블이 심해져 2008년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했던 때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알고 있는 모든 금융 관련 스캔들을 떠올려보라. HSBC은행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연방 정부와의 합의를 거쳐 19억달러(약 2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던 사건을 떠올려보라.

은행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수익을 낼 것이다. 사회적 양심 때문에 그런 결정을 지시할 순 없다. 이는 모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면피용 대책이었던 것이다.

은행들이 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그런 일을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전에도 그랬던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미국 법무부의 프로그램으로, 사기와 자금 세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무기 거래상과 단기 고리 대부업체, 기타 업계의 다른 사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은행들을 상대로 법무부가 조사를 벌였던 ‘오퍼레이션 초크 포인트(Operation Choke Point)’에 대해 알아보기 바란다.

온리팬스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츠처럼 오퍼레이션 초크 포인트의 표적이 된 기업들의 사업 활동 역시 합법적인 활동이었다. 관료들은 단지 그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해 은행들에게 이들과의 관계를 끊도록 지시했다.

해당 기업들은 결국 기소되지는 않았지만(그럴 법적 근거가 없었다),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결제 수단을 잃었다.

암호화폐 중에서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을 마련할 때 지나치게 서두르는 자세는 세심한 접근법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뱅크런’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불법이 아니라면 건드리지 말라

물론 포르노 업계에 착취와 학대를 양산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정당한 우려도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꽤 많은 인기 포르노 사이트에서 미성년자가 나오는 음란물 콘텐츠를 제대로 단속하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 노동자들이 폭력적인 고객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위험 없이 안전하게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첫 사업 모델이라 말하는 이 방식을 무효화할 것이 아니라 학대를 자행하는 이들을 잡아낼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인이 자신의 영상을 포르노 제작 용도로 사용할 것에 동의했다면 그들의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호용 마약 문제도 이를 합법화할 때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전체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그와 달리 총기 규제는 지지하는 쪽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고의적 또는 사고로 인한 총기 사고 사상자 수를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개인의 자기 방어권이나 자율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독자 중 일부는 이 마지막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신념을 법제화할 수 없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견해는 그게 어떤 입장이든 중요치 않게 된다. 대다수가 성인물을 퇴출하고 총기 판매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 신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된 의회의 의원들을 설득해 자신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쪽에 표를 던지게 해야 한다.

만약 해당 법이 입법화되지 않는다면 행정부에서 이런 업계들을 비밀리에 제재할 자격은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는 독재로 가는 길이다. 몽테스키외도 내 말에 동의할 거라고 본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계몽주의 논리를 따라 프랑스 군주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공화정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거다. 지금 우리에겐 그보다 폭력성은 훨씬 적으면서 국가의 행동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암호화폐’라는 수단이 있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