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게임 엑시인피니티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75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출처=스카이마비스
NFT 게임 엑시인피니티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75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출처=스카이마비스

최근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알바를 해 볼 생각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지인이 말한 '스마트폰 게임'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였다.

2017년 나온 엑시 인피니티는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활용한 게임이다. 한 때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정도로 인기를 끈 고양이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에 다양한 요소를 더한 형태다.

NFT 정보사이트 크립토슬램(Cryptoslam)에 따르면, 엑시 인피니티 매출은 지난 26일 약 15억달러(약 1조7500억원) 넘었다. 최근에는 한국 이용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엑시 인피니티는 다른 게임에 비해 회원가입 절차가 복잡하다. 로닌 계정 생성, 메타마스크 지갑 생성 등 초보자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엑시 인피니티를 시작하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엑시 인피니티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2. 엑시 인피니티 회원 가입을 위해 자체 암호화폐 지갑 로닌을 설치한다.

3. 로닌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보낼 또 하나의 외부 지갑 메타마스크를 설치한다.

4. 로닌 계정과 메타마스크를 연동한다.

여기까지 했다면, 엑시 인피니티를 실행할 기본적인 준비는 마친 셈이다.

NFT 활용 수입형 게임 엑시인피니티. 출처=스카이마비스
NFT 활용 수입형 게임 엑시인피니티. 출처=스카이마비스

이제 로닌 지갑 혹은 메타마스크로 엑시 인피니티에 로그인하면 된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줄 알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바로 엑시 인피니티를 실행하려면 최소 3개의 엑시 캐릭터가 필요했다. 회원 가입하면 자동으로 캐릭터가 주어지는 다른 게임과 달리 엑시 인피니티는 암호화폐를 주고 캐릭터를 구입해야 했다.

엑시 인피니티의 캐릭터 하나의 가격은 대략 30만~40만원 사이였다. 즉,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약 100만원에서 150만원의 초기 자본이 필요한 셈이다.

엑시 인피니티 캐릭터 구매를 위해서는 아래 과정이 필요하다.

1.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더리움(ETH)을 구입한다.

2. 구입한 암호화폐를 현재 로닌 지갑으로 바로 보낼 수 없는 만큼, 메타마스크로 전송한다.   

3. 메타마스크에서 로닌 지갑으로 구입한 이더리움을 보낸다.

4. 엑시 인피니티 마켓 플레이스에서 이더리움으로 캐릭터를 구입한다.

5. 엑시 인피니티 게임을 즐긴다.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지만, 비싼 이더리움 전송 수수료(gas fee)를 절약하기 위해 외국 거래소로 트론(TRX)이나 리플(XRP)를 전송해 우회적으로 이더리움을 구입하는 다소 복잡한 방법도 있다.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을 해보기 위해 약 100만원이라는 돈과 쉽지 않은 과정을 경험하면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 게임을 왜 하는 걸까?

필리핀 사람들이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하고 있는 장면. 출처=유튜브 Play to Earn 채널
필리핀 사람들이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하고 있는 장면. 출처=유튜브 Play to Earn 채널

게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엑시 인피니티를 하고 있는 한국 이용자 11명에게 물어봤다. 그 결과 재밌는 답변이 나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30대 A씨는 “게임을 하는 건 재밌는데, 초기 자본금이 100만~150만원 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게임이 재밌어서 시작한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돈을 벌지 못하는 게임이라도 했겠냐는 질문에 20대 남성 B씨는 “게임을 하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라며 “순수 게임만 봤을 때는 솔직히 리그 오브 레전드(롤, LOL)가 더 재밌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모두가 입 모아 말하는 엑시 인피니티로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일까.

엑시 인피니티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로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스무드 러브 포션(SLP)이 있다. SLP는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면 하루 최대 125개를 받을 수 있다. 30일 기준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SLP 가격은 약 157원이다. 엑시 인피니티를 하면 하루에 적어도 약 2만원, 한달이면 약 60만원을 버는 셈이다.

두 번째는 보상으로 받은 SLP를 보유하고 있다가 가격이 오를 때 판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SLP는 개당 1100원에 달했다. 최근에도 가격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일반 코인 거래하듯 보상으로 얻은 SLP를 적절한 타이밍에 매도하면 더 큰 수익을 얻기도 한다.

스무드 러브 포션(SLP) 가격 변동 그래프. 출처=코인마켓캡 캡처
스무드 러브 포션(SLP) 가격 변동 그래프. 출처=코인마켓캡 캡처

마지막은 게임 내 교배 시스템인 브리딩을 이용해 새로운 캐릭터(엑시)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이다.

크립토키티와 마찬가지로 엑시 인피니티는 캐릭터끼리 결합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새롭게 생성된 캐릭터는 엑시 인피니티에서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더리움으로 사고 팔 수 있다. 

캐릭터가 지닌 스킬 카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캐릭터를 결합해 좋은 스킬 카드를 지닌 캐릭터가 나오면, 그만큼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엑시들. 출처=엑시 인피니티 마켓 플레이스 캡처
엑시 인피니티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엑시들. 출처=엑시 인피니티 마켓 플레이스 캡처

엑시 인피니티 이용자가 실제로 버는 수익은 얼마일까.

20대 여성 C씨는 “하루에 약 1시간 30분 플레이해서 10일만에 SLP를 800개 모았다”고 말했다. SLP 가격이 개당 157원(30일 기준)인 만큼 열흘 동안 약 13만원을 번 셈이다. 월 수익으로 보면 37만원 가량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닌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엑시 인피니티를 하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용돈 벌이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엑시 인피니티만의 독특한 장학금 제도

엑시 인피니티를 시작할 때 큰 걸림돌은 초기 캐릭터 구입이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 100여만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엑시 인피니티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방법이 있었다. 일명 ‘장학금 제도’다. 

장학금 제도는 마치 장학생을 선발해 학비를 지원해주듯, 자금의 여유가 있는 게이머가 갓 시작한 초보자에게 캐릭터가 있는 엑시 인피니티 계정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초보자는 초기 자금이 없어도 게임을 할 수 있고, 그 대가로 게임을 해서 번 SLP를 5대5나 6대4 등 쌍방의 계약을 통해 나눠 갖는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회원간 계정의 대여나 양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엑시 인피니티는 약관상 장학금 제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실제 장학금 제도를 통해 엑시 인피니티를 즐기는 이들도 꽤 있었다. 30대 남성 게이머 D씨는 “계정을 빌려서 대여자와 수익을 5:5로 나눠 가지고 있다”며 초기 비용 투자 없이 한 달에 약 50만~60만원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엑시 인피니티 게이머는 장학금 제도가 높은 레벨의 고수가 초보를 도와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계정을 대여해주고 수익을 나눠 갖는 계약이 게임 시스템상이 아니라, 게이머간 자체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분쟁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장학금 제도가 계정을 대여해주는 것이기는 하나, 보상으로 받는 SLP를 처분할 권리는 원 계정 주인만 갖는다. 결국 계정 주인이 SLP를 장학생에게 나눠주지 못하면, 게임만 하고 보상을 얻지 못한다. 반대로 장학생으로 인해 계정 주인이 손해를 당하기도 한다.

현재 5개의 계정을 대여해주고 있는 30대 이용자 A씨는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계정 주인은 아직 들어본 적 없다”면서도 “장학생이 한 기기로 여러 계정을 대여 받아, 다중 계정 이용으로 계정이 정지돼 잠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엑시 인피니티 게임 플레이 화면. 출처=유튜브 플레이 투 언(PLAY-TO-EARN) 캡처
엑시 인피니티 게임 플레이 화면. 출처=유튜브 플레이 투 언(PLAY-TO-EARN) 캡처

엑시 인피니티 유저도 불안하다

장학금 제도 등으로 인한 이용자간 갈등 외에도 막대한 돈이 오고가는 게임인 만큼, 피싱 등 사이버공격 위험도 존재한다.

국내 엑시 인피니티 커뮤니티에는 가짜 로닌 지갑을 사칭하는 사이트를 주의하라는 공지가 수시로 올라온다.엑시 인피니티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닌 지갑에 이더리움을 넣어야 하는데, 진짜로 둔갑한 가짜 로닌 지갑에 이더리움을 넣는 순간 해커가 탈취해 가는 방식이다. 실제 이런 가짜 로닌 지갑 피싱에 당한 사례가 꽤 많다.

또한 30일 기준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약 5조3000억원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중 33위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엑시 인피니티는 아직 정식 서비스 오픈을 하지 않았다.

이는 1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해 엑시 인피니티를 즐길 수는 있지만 게임 내·외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걸 의미한다. 극단적으로는 게임사가 공식 출시 전까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도 항의할 방법이 없다.

엑시 인피니티 공동 설립자인 제프리 저린은 이에 대해 “엑시 인피니티는 현재 정식 출시 전에 미리 해보는 방식인 얼리 엑세스 알파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30대 남성 이용자 A씨는 “게임이 정식 오픈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엑시 인피니티만큼 수익을 주는 게 없기 때문에 계속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유튜버인 최현식(닉네임 ‘소소’)씨는 엑시 인피니티에 대해 “게임 자체는 크게 재밌지는 않지만, 필리핀에서 엑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사례”라며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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