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록 이미지. 출처=이더록 웹사이트
이더록 이미지. 출처=이더록 웹사이트

지난 8일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으로 제작된 한 돌덩이가 약 260만달러(약 31억원)에 팔렸다. 이 돌덩이의 이름은 ‘이더록’(EtherRock)이다. 2017년 이더리움 기반으로 발행된 엔에프티다.

엔에프티란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등기소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이 소유권자를 증명해준다. 이더록의 이미지 파일은 누구나 복사해서 가질 수 있지만,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검색하면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파일만 있으면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어렵지만, 엔에프티를 추가로 보유하면 진짜 소유권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유권자가 확인되니 엔에프티는 거래가 가능해지고, 시장이 형성된다.

유명 작가의 미술작품 엔에프티가 수억원에 낙찰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더록은 언뜻 봤을 때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의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더록 웹사이트에는 “오직 100개의 돌덩이만 유통되며, 각 돌덩이는 점점 더 비싸질 것”이라고 써 있다. 한정판이 가능한 엔에프티의 장점을 살려 희소성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 8월 이더록 100개 중 하나를 50만달러(약 6억원)에 샀다고 밝힌 블록체인 플랫폼 트론의 창립자 쑨위천은 <블룸버그>에 “엔에프티는 1932년에 피카소 작품이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와 같다”며 “암호화폐 산업 바깥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산업이 성장해나가면서 엔에프티의 가치가 더 귀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예술품 경매기업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엔에프티는 이제 막 시작인 단계”라며 “새로운 시장인 만큼 기존 틀로 해석하기보다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엔에프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엔에프티 거래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엔에프티 분석 사이트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8월 엔에프티 판매액은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7월 판매액은 3억달러(3500억원) 대비 667%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이더록과 같이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엔에프티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엔에프티 마켓플레이스 오픈시(Open Sea)를 보면 상당수 엔에프티의 가격은 0.01이더리움(약 4만원) 이하다.

엔에프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유명인사의 참여 여부다. 엔에프티 자산관리 플랫폼인 엔에프티 뱅크의 김민수 대표는 “엔에프티 시장의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작품을 트위터에 올리면 그 작품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인증한 엔에프티 작품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측정 요소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마케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예준녕 공동대표는 “엔에프티 가격은 다른 암호화폐 분야에 비해 더 추상적으로 형성된다”며 “기존 예술 업계가 고가의 작품에 대한 여러 객관적인 조건을 정한 것처럼 엔에프티도 일정한 기준이 갖춰져야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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