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세계 ‘모바일 화폐’ 시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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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한겨레 기자
신기섭 한겨레 기자 2021년 9월22일 15:35

세계 사용자의 45%…거래 규모로는 64% 차지
여성·농촌 주민 등 금융 소외 계층에게 인기
코로나19 대유행도 서비스 인기에 한 몫

나이지리아 야바(Yaba)에서 찍은 사진. 출처=NESA by Makers/Unsplash
나이지리아 야바(Yaba)에서 찍은 사진. 출처=NESA by Makers/Unsplash

금융 전산망 구축에서는 선진국에 뒤처진 아프리카가 이동전화로 결제하는 ‘모바일 화폐’에서는 세계를 이끌고 있다. 대륙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사업자가 있고, 등록 사용자는 5억5천만명에 이르는 등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계 이동통신 사업자 단체인 ‘지에스엠(GSM) 협회’의 ‘2021 모바일 화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등으로 지난해 전세계 모바일 화폐 사용자가 한해 전보다 12.7% 증가한 12억1천만명을 기록했다. 모바일 화폐 거래 규모는 증가세가 더 커, 한해 전보다 22% 늘어난 7670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모바일 화폐는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이동전화로 처리하는 결제 서비스를 통칭하는데,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이동전화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통상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는 구별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주도하는 대륙은 단연 아프리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 모바일 화폐 서비스 업체 310곳의 절반이 넘는 157개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아프리카는 모바일 화폐 서비스 가입자와 시장 규모에 있어서도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등록 사용자는 전세계의 45%인 5억4800만명에 달하고, 꾸준히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적극 사용자는 전세계 3억명의 53%인 1억5900명이다.

모바일 화폐가 아프리카에서 확고하게 정착했다는 점은, 모바일 화폐 거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아프리카 모바일 화폐 이용자들이 결제한 거래 액수는 전세계 거래액의 64%인 4900억달러로, 한해 전보다 23% 늘었다.

아프리카의 모바일 화폐 확산세는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더욱 빨라졌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간호사 펜다 칸데(30)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택시 요금을 현금으로 냈다”며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모바일 화폐로 결제 수단을 바꿨다”고 말했다.

출처=Benjamin Dada/Unsplash
출처=Benjamin Dada/Unsplash

정부 차원의 모바일 화폐 지원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가나 정부는 지난해 3월 이동전화의 모바일 지갑, 은행 계좌 또는 국제용 신용카드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인 큐알(QR) 코드’ 시스템을 아프리카 최초로 시작했다. 중앙은행도 이동전화 가입자면 누구나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모바일 지갑을 통해 하루에 1천세디(약 19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동아프리카 14개국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텔 아프리카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송금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모바일 지갑을 통해 전세계 200개국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련 벤처기업들의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세네갈의 모바일 화폐 서비스 기업 웨이브는 이달초 국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2억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해, 단번에 아프리카 4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가치는 17억달러로 평가된다고 미국 정보기술 매체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모바일 화폐는 여성, 젊은이, 농촌 지역 주민 등 공식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 이용 기회를 확대해준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빈곤 퇴치 연구기관 ‘제이-팔’(J-PAL)에 따르면 케냐, 모잠비크, 우간다 등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모바일 화폐 사용자들은 가족·친척 사이에서 손쉽게 돈을 주고받음으로써 이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팔은 “모바일 화폐가 빈곤 극복에 유망한 대안이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동전화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 개발, 농촌 지역 등에 대한 이동통신 보급 확대, 금융 사기나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 강화 등이 주요 과제라고 이 기관은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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