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에 팔린 '샘 뱅크먼 프라이드' NFT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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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박상혁 2021년 10월3일 07:05
FTX의 대표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제작한 테스트용 NFT 작품. 출처=FTX
FTX의 대표 샘 뱅크먼 프라이드가 제작한 테스트용 NFT 작품. 출처=FTX

 

이게 27만달러에 팔리다니 

지난 9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 프라이드 대표가 적은 테스트용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이 27만달러(3억20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 

통상 가치가 높은 예술 작품은 누구나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탄탄한 완성도와 고유한 세계관을 자랑한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예술가로서 특별한 스토리를 쌓아온 사람의 작품이 높은 가치를 형성한다. 

역사상 유명한 예술가인 고흐, 세잔, 피카소 등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단순한 기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샘 뱅크먼 프라이드의 NFT 작품은 Test(테스트)라는 단 네 글자가 적힌 게 끝이다. 그렇다고 그 네 글자에 어떤 예술적 완성도와 세계관이 담겨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샘 뱅크먼 프라이드는 예술가로서 스토리를 쌓아온 사람이 아니다.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스토리를 쌓은 사람이다. 

아무튼 결과 자체는 흥미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친한 지인 중 한명인 A씨에게 소식을 공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Test라고 적힌 저 네 글자. 그림판에 내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비예술가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인지도를 쌓은 사람의 작품이 더 비싸게 팔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 반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27만달러는 너무 높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어서 진담 반으로 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자 A씨는 27만달러면 오히려 싸게 팔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NFT로 거래되는 작품은 전통 예술 작품의 감성이 아닌 암호화폐의 감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암호화폐의 자유로운 정신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이 NFT를 만든 사람 또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샘 뱅크먼 프라이드로 싸게 팔릴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A씨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해보면 NFT 예술품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크립토펑크나 BAYC(Bored Ape Yacht Club)의 작품은 기성 작품이 아니다. 

반대로 유명 예술가나 연예인이 NFT 작품을 냈을 때,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인지도를 탄탄히 쌓은 작품보다 잘 됐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 비플은 기성 예술가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는 디지털 아트라는 영역에서 오랫동안 스토리를 쌓고 초창기부터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독특한 예술가다. 

곧, NFT 예술 공간은 기성 예술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아직은 기성 예술 시장에 비하면 가치가 매겨지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저작권·자전거래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지만, A씨의 말로 인해 NFT라는 새로운 예술 실험장을 너무 고루하게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프랑스 젊은 화가들이 퐁텐블로 숲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상주의 사조를 꽃피워낸 것처럼,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NFT 예술 공간도 예술 사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혁신적인 일들이 벌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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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휘 2021-10-03 10:03:11
옳다 그르다가 아닌 개인 취향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라면 낮은 가격에도 안 살것같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