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이시] 탈중앙화된 머니 스택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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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1년 10월5일 17:43
돈의 미래를 알려면 돈의 과거를 볼 필요가 있다. 출처=Christine Roy/Unsplash
돈의 미래를 알려면 돈의 과거를 볼 필요가 있다. 출처=Christine Roy/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주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 팀이 엠텍 MIT(Emtech MIT) 콘퍼런스에서 나와 샬롯 지 기자의 대담 시간을 마련해줬을 때, 나는 ‘탈중앙화 금융 이해하기(Demystifying Decentralized Finance)’라는 세션 제목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나는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이나 그보다 넓은 블록체인 생태계, 또는 디지털 자산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전통적인 금융(TradFi, 트레드파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제, 신용 거래, 자산 이전을 책임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돈의 오랜 역사적 기원과 그와 관련해서 발전해온 사회의 신뢰 시스템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가 어떻게 전통적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지를 논할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칼럼에서 내가 다룰 주제다. 먼저, 법정통화와 은행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중앙화된 전통적 금융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각각 구분해, 각 요소가 생겨나게 된 배경과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설명하겠다. 그런 다음 각각의 요소를 암호화폐와 스마트계약 기반의 탈중앙화된 새로운 시스템에 대입해 각 요소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려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란 사실을 미리 말해둔다. 불가피하게도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특히 비유나 설명에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할 경우 이메일로 피드백을 주시길 바란다.

 

머니 스택

체계의 시작은 바로 ‘머니 스택(money stack)’이다. 머니 스택이란 돈더미란 뜻이 아닌 소프트웨어 스택에 비유해서 내가 생각해낸 표현이다.

그럼 이제 스택을 구성하는 각 부분과 과거의 예시, 그리고 각 요소들이 금융 시스템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원장

역사적으로 회계사란 직업은 놀림의 대상이자 지루함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원장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실은 인류 사회의 기반이었다.

인류 최초의 문자가 문명의 요람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원장으로 사용됐던 점토판에 쓰인 쐐기문자였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 예 중 하나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이름인 ‘쿠심’이라 불리던 수메르 회계사의 이름이었다.

작은 마을이 아닌 큰 규모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재화나 서비스 거래 계약을 맺을 수 있게끔 제대로 작동하는 거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류 사회에서는 계약 이행과 결제 내용을 기록할 믿을만한 원장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고대 점토판이 바로 이를 가능케 했다.

물론 이처럼 거래를 기록, 저장하는 기술은 점토판에서 시작돼 대용량 데이터 저장소까지 급격히 진화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원장 시스템을 만들고 기록하는 핵심 운영원칙은 여전히 전통적인 금융에서 변하지 않았으며, 신뢰하는 제3자에 의해서 관리되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게 쿠심 같은 수메르 회계사의 역할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은행이나 인터넷 플랫폼, 앱, 정부기관 같은 기관에서 그 역할을 대신한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화폐

회계 점토판과 함께, 머니 스택에서 진짜 돈과 관련된 부분인 화폐(적어도 우리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형태의 화폐)가 등장한다. 화폐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거래 수단이면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회계 단위이자, 향후 진짜 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교환이 가능한 가치 저장수단을 얻게 됐다.

나는 돈을 사회적 기술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돈이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믿는 시스템으로서, 화폐의 널리 알려진 가치에 대한 공통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신뢰를 대규모 커뮤니티에 심어주려면 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게 일찍이 정부와 돈과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돈과 관련된 기술은 15세기 말, 메디치 가문이 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명된 고대 원장기입 방식인 복식부기를 도입해 은행 업무에 적용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복식부기법을 활용하면서 실제 기초통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돼 돈의 결제, 교환 기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으며, 은행과 실제 화폐 발행기관 사이에 두터운 공생관계가 형성돼 이들이 중앙화된 통화 시스템의 양대 축을 이루게 됐다.

 

부채

그리고 이 은행들이 신용 거래의 발전을 이끌었다. 은행이 통화 시스템의 중심이 되면서 사회에 쌓여있던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끌어모아 대규모 자금 풀을 조성한 뒤 자칫 쓰임새 없이 잠자고 있었을 유동성을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빌려준 것이다.

여기서 복잡한 신용 창출 시스템이 탄생하게 되는데,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금융 시스템에 예금 형태로 가치를 되돌려주는 기관들을 연동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경제 안에서 유통되는 대부분 화폐의 기본이 되는 부분지급준비금 제도가 가진 피드백 회로로서, 현재는 이 시스템에 다양한 비은행 투자자와 대부업체, 글로벌 신용 거래를 주도하는 기타 기관들까지 포함돼 있다.

통제 없이 내버려 둔 이 신용 시스템은 투자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위기를 초래했고, 그 결과 중앙은행과 복잡한 금융 규제체계가 마련돼 시스템을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중앙화된 기관들이 준수해야 할 규율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자산

복잡한 경제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재화나 토지, 기타 물리적 자산의 소유권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관련된 계약상 권리와 재무적 권리의 소유권을 정의하는 방식에 있어서 보다 복잡한 법적 체계가 필요했다.

재산권은 증명서, 그리고 부동산 등기소처럼 해당 자산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확인해주는 인증기관의 증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여기서 파생돼 탄생한 중요한 증명 문서가 바로 주권(주식증명서)이다. 주권이란 유한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부분 소유권과 향후 수익 배분에 관한 권리를 증명해주는 증명서다.

권리를 이 같은 방식으로 정의함으로써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the Dutch East India Co)나 영국 동인도 회사(British East India Co) 같은 초창기 유한 주식회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동원할 수 있었다.

요즘은 종이 증명서보단 전자 증명서를 사용하는 추세이며, 보통 투자 기관을 대신해 수탁은행에서 이를 관리한다.

출처=Celyn Kang/Unsplash
출처=Celyn Kang/Unsplash

탈중앙화된 머니 스택

트레드파이 머니 스택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문제점은 모든 구성 요소마다 시스템 참가자들이 중앙화된 주체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장을 기입하고 화폐를 발행하며, 단기 예금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과정을 조율하고, 재산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개인이나 기관을 신뢰해야만 한다.

이 말은 즉, 중앙화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스템 이용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한 이유로 사회는 복잡한 법 규정과 회계감사 절차를 마련해 사람들에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확신을 심어주었고, 그 결과 거래에 불필요한 절차가 더해지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바로 여기서 중개 주체를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를 약속하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스마트계약이 등장한다.

이 기술들이 모두 합해져 탈중앙화된 머니 스택을 이루는데, 스택의 세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원장 =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화폐 = 비트코인(BTC), 이더(ETH), 그 외 암호화폐 결제 수단

부채 = 디파이

자산 = NFT(대체불가능토큰)

이 시스템이 완전한 통합 과정을 거쳐 글로벌 자본주의의 기본 모델로 사용될 수준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시스템을 새로운 또는 전통적인 중앙화된 주체의 참여가 여전히 필요한 부분과 개방형 토큰,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방법이다. 정부와 규제가 담당할 역할을 정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지만 이는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시스템과 비슷한 결과를 내기 위해 새 시스템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지를 우리 모두가 함께 이해한다면 발전 과정에서 느낄 괴로움은 줄게 될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탈중앙화된 머니 스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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