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이 바라는 이더리움 거버넌스 모델
[칼럼] 스존의 해외 밋업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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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존
스존 2021년 10월13일 15:55
출처=이더글로벌
출처=이더글로벌

해마다 가지각색의 해커톤을 열어 블록체인 개발자를 만족시키는 걸로 잘 알려진 이더글로벌(ETHGlobal)의 연례행사 '이더온라인(ETHOnline)'이 지난 9월13일 열렸다.

9월13일부터 10월15일까지 한 달간 이어지는 행사라 현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더온라인은 기본적으로 개발자를 위한 행사로,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수많은 패널을 불러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는 방식이다. 특히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주목도가 높은 프로젝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투자자에게도 의미 있는 행사다.

여느 때와 같이 해커톤에 나서는 개발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9월17일 이더리움 재단의 비탈릭 부테린이 직접 나섰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Retroactive Public Goods Funding)'을 주제로 비탈릭은 1시간가량의 킥오프를 맡았다.

이미 레이어2 수수료 등 여러 방법으로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에 대한 실험을 예고한 옵티미즘(Optimism) 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칼 플로어쉬(Karl Floersch)가 질문하고 비탈릭이 답했다. 둘 다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생소하지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이 세상에 등장한 지는 사실 꽤 오래됐다.

비탈릭 외 2명의 저자가 2018년에 쓴 자유주의적 급진주의(Liberal radicalism)에 대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던 개념이다(물론 나도 이 영상으로 처음 들었다). 사회철학에 문외한이라 힘들지만, 무려 옵티미즘이 첫발을 떼는 주제인데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꾹 참고 잘 안 되는 이해를 이어갔다.

비탈릭은 공공재(Public goods)란 '선택적이지 않은 대규모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는데, 만들어 놓으면 많은 이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고 특정인만 제한하여 수혜를 줄 수 없다. 공공에 공개된 과학 연구 결과와 같은 예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사적재(Private goods)는 스타벅스 커피를 예로 들었다. 커피가 여러 사람에게 이익을 제공한다 한들, 스타벅스가 가격 지불 여부에 따라 소유권을 제한시킬 수 있으니 공공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사적재는 커피라는 수혜를 줄 수 있는 제품의 소유자를 경쟁 기반으로 제한 시켜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성립한다. 반면 공공재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재가 제공하는 가치에 따라 개발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도전과제가 된다는 것이다.

공공재가 많아질수록 세상이 윤택해지므로 개발자들이 공공재를 개발하도록 유도하려는 펀딩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러면 앞에 붙는 '소급적인'은 무슨 뜻일까.

일반적인 펀딩에서 나타나는, 투자자의 눈에 '미래가' 유망해 보이니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즉 공공재가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한 후'에 자금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투자하는 방식은 보통 중도적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프로젝트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급진적인 실험적 프로젝트, 즉 80~90%에 달하는 실패를 딛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10%의 프로젝트에 보상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미 가치가 나타난 이후 펀딩을 한다.

펀딩은 깃코인이 조달하는 모습과 비슷하게 개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어떤 메커니즘이나 프로젝트에게 자금 기부를 받는 방식(깃코인의 AKITA 토큰 보유와 같은 예)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옵티미스틱 롤업처럼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경우 수수료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조달된 자금을 공공재용 기금으로 붓도록 설득하는 것이 과제이다. 

아직은 아주 작은 영역이지만, 비탈릭은 시간이 지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타고 갈수록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특정 프로젝트에서 이런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은다면, 외부효과가 긍정적인 프로젝트로 인식되면서 커뮤니티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여 위치가 확고해지는 부수 효과가 있으리라 전망했다. 이 정도면 적극적 독려로 봐야 할 것이다.

출처=유니스왑 홈페이지
출처=유니스왑 홈페이지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을 위해 많이 준비되어 있을까.

사실 어느 집단보다 탈중앙화를 갈망할 것 같은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의사결정도 중앙화를 벗어나기 시작한 정도다. 현재까지는 이더리움 재단을 포함, 유니스왑 다오, 메이커다오, 몰록(Moloch)다오 같은 몇몇 엔티티가 공공재를 위한 펀딩 방식을 결정해 왔다.

단일 중앙화 모델은 아니지만 믿을만한 소수가 결정권을 가진 상태다. 비탈릭은 소수의 권한을 널리 분배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성숙도도 소급적 공공재 펀딩에 중요한 체크 포인트이다.

비탈릭은 현재 거버넌스 성숙도를 아직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관리 방식이 필요한 레이어1 체인 또는 오프체인으로 제어할 수 없는 외부 자본(애플리케이션에서 정의되지 않은 자산)을 가진 애플리케이션만 현재 온체인 거버넌스를 채택하고 있다.

온체인 거버넌스는 보통 코인 투표와 몇 가지 추가 단계로 구성되는데, 비탈릭은 이 코인 투표 단독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코인 투표는 경제적 이익과 거버넌스 권한을 일치시키기 위한 시도지만, 현행 금융 시장과 복잡한 시스템에서 둘을 분리할 방법이 있는 것이 문제다.

또 분리되고 나면 거버넌스 권한을 살 수가 있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공모를 방지하는 기술, 즉 거버넌스 권한 판매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을 실현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실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출처=코인데스크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출처=코인데스크

다음으로 거버넌스 권한을 코인 홀더가 아닌 이들에게도 이동시킴으로써 코인 홀더 중심주의를 탈피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유 ID와 같은 몇 가지 개념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코인 투표가 현재 온체인 거버넌스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방식 자체는 꽤 중립적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코인 보유량이 중앙집중화되어 프로젝트가 공격으로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친목 위주의 소수 기반 의사결정은 벗어나야 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다.

비탈릭이 피했으면 하는 대표적인 거버넌스 실패 상황이 '테크노크라시(과학, 기술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이 지휘하는 거버넌스 체제)'와 '머니오크라시(부를 가진 이들이 지휘하는 거버넌스 체제)'다.

다행히 소급적인 공공재 펀딩은 정해진 메커니즘에 따라 펀딩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벗어날 수 있다. 프로젝트 코인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공공재에 기여한 이들을 위해 지분만큼 코인을 사전발행해 이를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에 넣으면 프로젝트 코인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구매자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코인 구매자도 프로젝트가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하면 보상의 일부를 취할 수 있는 설계다. 이러한 다양한 시험들이 우리 앞에 또 다른 투자의 방식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정당성(legitimacy)이 주는 선순환

모두가 도로에서 운전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방향대로 움직이려는 차가 역주행하는 차보다 정당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공공재 펀딩은 프로젝트에 이런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한다. 전체에게 좋은 일이다.

또 코인을 연계함으로써 전체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는 투자 수익의 기회도 줄 수도 있다. 더불어 공공재라는 '돈 안 돼 보이는' 것을 개발한 개발자가 펀딩을 통해 엑싯(exit)을 할 수 있다.
 

스존은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의 방장이다. 밋업을 다니고 코인을 투자하며 느끼는 부분들을 블로그에 적던 것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다. 특기를 살려, 칼럼을 쓰기로 했다. '비트 1억 갑니다, 풀매수 하시죠' 같은 식상한 이야기보다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업계 인사이트에 대한 공감과 비판을, 전세계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 행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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