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왼쪽), 권도형 테라폼 랩스 공동창업자. 출처=테라
신현성(왼쪽), 권도형 테라폼 랩스 공동창업자. 출처=테라

권도형(Do Kwon)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공동창업자 겸 CEO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공개 조사에 맞서 이례적으로 선제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공교롭게 SEC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고 코인데스크 US가 22일 보도했다.

이 소송 덕분에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암호화폐 분석업체 메사리(Messari)의 메인넷 행사에서 SEC 수사관들에게서 직접 소환장(subpoena)을 송달받은(served) 초청 연사는 권 대표로 확인됐다.

당시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공동창업자는 “SEC 수사관들이 참가비도 내지 않고 우리 파티에 나타나 초청 연사에게 소환장을 송달했다.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고 이제는 당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SEC가 행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트윗에 올렸다.

특히 “(당국에 맞서기 위해) 이제는 가상자산 진영의 정치 세력화를 모색해야 한다. 나는 그걸 위해  2024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해 이 사건은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이후 소환장을 받은 인사가 누구인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초청 연사는 권 대표 등 5명이었다. 업계에서는 권 대표가 소환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는 테라 블록체인에서 발행한 합성자산(Synthetic)이 SEC의 규제를 우회한 미등록 증권이라는 논란이 업계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테라는 지난해 미러 프로토콜을 출시했고 여기서 합성자산을 발행했다. 미러 이용자는 이 프로토콜에 테라 생태계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 등을 담보로 맡기고 넷플릭스, 테슬라, 애플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 mNFLX, mTSLA, mAAPL 등에 투자한다.

테라폼랩스가 만든 '미러 프로토콜'에서는 미국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발행할 수 있다. 출처=미러 프로토콜 웹사이트
테라폼랩스가 만든 '미러 프로토콜'에서는 미국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발행할 수 있다. 출처=미러 프로토콜 웹사이트

문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들의 주가를 추종하기 때문에 증권성이 인정되는데도 SEC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3일 기준 미러에 담보된 가상자산은 16억5천만달러로 약 2조원에 달한다.

증권·금융 수사에 정통한 한국의 한 중견 검찰 간부는 "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한다면 그것이 가상자산이든 무엇이든 증권성이 인정되기에 충분하다.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투자된다고 해서 SEC 규제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한국 거래소에 상장됐다면 한국 수사기관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테라의 합성자산은 한국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았다.

테라폼랩스는 한국 국적의 권 대표와 티몬을 설립한 신현성 공동창업자(미국 국적)가 2018년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테라 블록체인에서 루나(Luna)와 스테이블 코인(UST, KRT)을 발행한 뒤 해외 거래소에 상장해 이른바 'K-코인'의 대표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권 대표는 소환장을 받았기 때문에 SEC에 출석해 자신이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진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거주자인 권 대표는 이에 반발해 소송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The subpoena requests that Kwon provide testimony to U.S. regulators. As a resident of South Korea, Kwon is contesting that.)이라고 코인데스크 US는 전했다.

한편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7월 "주식토큰이든 증권이 뒷받침되는 스테이블형 토큰이든 탈중앙화 금융 공간에서 운용되는 토큰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며 "증권성이 있는 모든 플랫폼은 증권법의 영향을 받으며, 우리의 규제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주식토큰을 출시했다가 각국 금융당국이 경고하고 나서자 지난 7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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