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백악관 웹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백악관 웹페이지

1조2000억달러(약 1420조원) 규모 기반시설 투자법(인프라법·Infrastructure Bill)에 '부실 입법' '위헌 논란'이 거세다. 

인프라법은 예산 마련을 위해 280억달러(약 33조원) 규모 가상자산 거래 추가 과세 방안을 담았다. 의회가 이를 위해 국세청법을 부실하게 개정한 것을 두고 가상자산 전문가들과 법률가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 숙원이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 서명한다.

 

“가상자산 거래 보고, 영장 필요할 것”

연방정부는 이 법에 따라 인터넷 망, 교량, 터널, 철도 등 낡은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1조2000억달러를 지출하게 된다.

문제는 미국 하원이 6일 이 법안을 가결하면서 코인베이스 등 중앙형 거래소들을 ‘중개인(브로커·broker)’으로 보고 과세하기 위해 근거 법률 조항을 부실하게 개정했다는 점이다. 국세청법 6050I조(Section 6050I)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지난 1984년부터 기업과 개인들은 1만달러(약 1183만원)가 넘는 현금 거래를 ‘8300 양식(form)’에 적어 국세청에 보고해 왔다. 이 때 보낸 이의 이름과 주소, 사회보장번호 등 개인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했다.

블록체인 업계 싱크탱크 코인센터(Coin Center)의 피터 반 발켄버그(Peter Van Valkenburgh) 연구팀장은 “법정화폐 거래라면 은행이 제3자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지기 때문에 국세청이 보고 의무를 합법적으로 지울 수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P2P 방식의 가상자산 거래를 할 때에는 (은행 역할의 기관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개인에게) 이러한 거래의 보고 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수정헌법 4조에 따라 집행 영장(in the peer-to-peer world of crypto transactions, authorities would need a warrant under the Fourth Amendment)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정헌법 4조는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에 법원 영장의 사전 발부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집행기구가 개인의 헌법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영장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디크립트는 재무부가 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인프라법 시행 전에 ‘중개인’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곧 법안에 서명하면 국세청은 논란이 많은 가상자산 거래 보고 의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개인에게 그 의무를 지울 것(it will be a fait accompli for the IRS)"이라고 우려했다.

 

“가상자산이 현금?”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추가 과세를 위해 아무런 설명 없이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인프라법은 가상자산 추가 과세를 위해 국세청법 6050I조에 간단하지만 논란이 큰 문장(8-word crypto amendment)을 집어넣었다.

추가한 문장은 이렇다. “현금의 정의는 ‘모든 가상자산’을 포괄한다(“any digital asset” in the definition of “cash”)”

디지털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CoinShares)의 멜텀 드미러스(Meltem Demirors)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이 법은 위헌이고 본질적으로 반 미국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고 코인텔레그래프가 6일 전했다. 

그는 “모든 시민의 금융 활동은 사생활이고 금융의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인프라법은 (그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거래 보고 실수하면 형사처벌”

디크립트는 “국세청법 6050I조는 가상자산 거래 보고 의무 위반을 중범죄(felony)로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했다”고 가상자산 옹호 단체 지분증명연합(POSA·the Proof of Stake Alliance)의 지난 9월 보고서를 인용해 지적했다.

POSA 보고서는 “인프라법은 1만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받을 경우 이 사실을 보낸 이의 구체적인 신상정보와 함께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거래가 이뤄진 이후 15일 안에 거래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하게 보고할 경우 중범죄로 형사 처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매체는 또 “미국 시민들은 이미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해 국세청에 이미 보고를 하고 있는데도 인프라법은 더 엄격한 추가 보고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세 조항 자체도 시대착오”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5일 인프라법 하원 의결 직전에 "국세청법 6050I조 자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서덜랜드 버지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문제의 조항은 1980년대 미국 정부가 마약과 전쟁을 벌일 때 써먹었던 도구”라고 지적했다. 또 “그 조항은 과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와 싸우기 위해 필요했던 것(This really is not so much about tax, it’s about crime-fighting)”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법 6050I조 개정은 법치와 민주적 입법 규범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050I조는 비용이 많이 드는 형사 조항인데도 인프라법은 1조달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2700페이지 분량의 지출 법안에 그 조항을 슬며시 집어 넣었다"고 지적했다. 서덜랜드 교수는 "아직 이 법안을 중단할 시간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법에 대한 우려와 비난은 지난 8월 상원 가결 이후부터 제기됐지만 하원 가결 이후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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