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확대된 원인으로 기존 국제송금 시스템의 한계를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준석 한은 부총재보는 18일 한은이 주최한 '2021년 지급결제 콘퍼런스'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액이 2019년 60억달러에서 최근 1300억달러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국제송금 시스템이 느리고 접근성이 제한된 데다 비용이 높다는 점도 이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법정화폐에 그 가치가 대략 일 대 일로 연동된 가상자산이다. 미국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USD코인(USDC), 테더(USDT) 등이 있다.
배준석 부총재보는 "최근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각국의 CBDC를 연계해 국가간 지급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실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CBDC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 부총재보는 한은이 CBDC 연구에 나선 또 다른 이유로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우려를 들었다. 데이터 사일로란 정보가 한 곳에만 몰려있어 전체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특정 민간 영리기업에 개인의 거래내역 같은 민감 정보가 집중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우려가 제기된다"며 "중앙은행으로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CBDC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 시점에서 CBDC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으나, 도입이 결정되는 시점에 차질없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8월부터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6월 모의실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한은은 올해 3월 실험을 앞두고 컨설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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