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2021년 블록체인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꼽자면 단연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이다. ‘가상자산’의 개념이 법률에 정의되었고, 이로 인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도 확정되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를 통해서 제도권 내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도 제도권 밖에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암튼 시장에서는 그렇게 이해했다. 시행 전부터도 조짐은 있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거의 1/10만 남고 폐업했고 신고에 부담을 느낀 많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사업을 접었다. 블록체인 산업에 암흑기가 도래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블록체인 산업은 다시 중흥기가 도래한 듯 활발하다. 예전에는 산업 전체가 비트코인 가격에 묶여 서로 동반하여 등락했지만, 지금은 비트코인 가격과 무관하게 갈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 기폭제가 되었고,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도 가세했다. 시장의 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규제를 벗어난 사업 영역도 보이기 시작했다. 속속 대기업과 상장기업이 등판하고 있는 분위기도 한 몫 했다. 본격적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제대로 제도권으로 들어가 해볼까 하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준비하다 보면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복병이라는 단어보다는 늪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예상 못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니 말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서는 사전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사업을 수행하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이 된다. 그런데 ISMS 인증을 받으려면 2개월 이상 서비스를 하고 있어야 한다. ISMS 인증은 서비스 과정에서 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니 서비스가 어느 정도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가 보이는가? 가상자산사업자가 서비스를 하려면 신고를 먼저 해야 하는데, 신고를 위해서 ISMS 인증을 받으려면 서비스를 하고 있어야 한다. 누구도 신고할 수 없는 제도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이런 기발한 제도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니 이건 순전히 행정적인 실수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출처=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출처=법무법인 디라이트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개선되지 않은 채 시행되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준비하던 한 업체는 아쉽게도 ISMS 인증 절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기한에 맞추어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ISMS 인증이 나오니 그때 다시 해야지 했다.

그리고 특정금융정보법에도 위반하지 않으려고 서비스도 중단했다. 그런데 서비스가 중단되어 더 이상 ISMS 인증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의 주무부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고, ISMS 인증의 주무부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다. 

그간 각 부서의 담당자들에게 연락하여 이런 행정상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협의 중이라는 말만을 반복할 뿐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그 업체는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한 채 여전히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직원의 인건비며 임대료며 갖은 비용을 부담해 가면서. 과연 정부가 행정상의 잘못으로 인한 이 업체의 손해를 배상하려고 할까? 

이제 블록체인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규제의 이슈가 많은 곳이고 필요한 규제는 있어야 한다. 혁신적인 규제를 원하지만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제대로 된 규제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견되면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기 전이라도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한다. 정부도 이제 산업계와 함께 뛸 준비를 제발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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