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16z 블로그 갈무리
출처=a16z 블로그 갈무리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의 세계에 입문할 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개념은 탈중앙화였다. '히피 정신'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 블록체인은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 수단이고.  

가뜩이나 탈중앙화는 다음 유행을 선도할 거라고 얘기되는 '웹3'의 기본 정신이다. 데이터가 분산화돼 저장되고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맞춤형 차세대 웹 환경 말이다. 웹3 세계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를 누릴 수 있으며 플랫폼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것,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다. 

웹3 시대를 이끌 것으로 여겨지는 탈중앙화조직(DAO)도 조명을 받고 있다. 벤처캐피탈 앤드리센호로위츠(a16z)도 본격적으로 DAO에 투자하고 있다(a16z가 투자한다고 다 유망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치있는 것을 발굴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헛발질도 없지 않지만). 

출처=a16z 보고서 갈무리
출처=a16z 보고서 갈무리

대체불가능토큰(NFT),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이 모두 메타버스의 구성 주체가 된다고 볼 때 이 세계의 질서는 탈중앙화된 조직, DAO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성숙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DAO의 개념은 다 무르익지 않았다. 대표자(중앙) 없이 공정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며 공통의 목적을 가진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스마트 계약)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DAO다. 

의미있는 새로운 시도들은 많다. 컨스티튜션 DAO(Constitution DAO)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미국 헌법 초판 인쇄본을 갖기 위해 만들어진 DAO다. 낙찰엔 실패했지만 일주일만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4000만달러를 모금하면서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엔 성공했다. 

출처=오픈다오 트위터
출처=오픈다오 트위터

오픈 DAO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서 거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토큰(SOS)을 나눠주면서 갑자기 등장했다. '오픈'이란 단어 때문에 오픈시와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오픈시는 공식적으로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이디 '9x9x9eth'를 쓰는 익명의 트위터리안이 주도한 오픈 DAO는 무려 100조원의 토큰을 공급한다면서 이 가운데 절반을 오픈시 이용자에게 에어드롭했다. 의도는 정확하게는 모른다.

다만 발행한 토큰의 20%는 오픈시를 사용하다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고 아티스트나 NFT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개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 볼 때 블록체인과 NFT 발전을 위하는 모임인 것 같아 보인다. 

'비디오 스타'였다가 주문형 비디오(VOD) 및 스트리밍 시대 넷플릭스에게 밀리면서 존재감을 잃은 블록버스터. 2010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2011년엔 위성방송 디시네트워크(Dish Network)에 인수되었다. 이 블록버스터를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DAO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블록버스터 DAO가 그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NFT를 민팅(발행)하고 판매해 500만달러를 모으고 이 돈으로 블록버스터 브랜드를 살 계획이다.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모든 지식재산을 블록버스터 DAO 이름으로 등록하겠다고 한다. 블록버스터를 기억하는 1인으로서 뭔가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된다. DAO의 매력은 이런 데 있나 싶다. 

그런가 하면 DAO를 자처하며 모인 이들이 러그풀(Rug pull: 양탄자를 휙 빼면서 곤란하게 하듯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갑자기 중단하고 투자금을 갖고 사라지는 사기 수법)에 나서서 문제가 되는 것도 보게 된다. 

메타 DAO는 '크립토 강도'였다. 지난달 메타 DAO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을 'DAO 중의 DAO'라 칭하며 "새로운 우주를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메타 DAO는 모은 돈 800ETH(약 3200만달러)를 토네이도 캐시로 이체해 빼돌렸다. 이후 웹사이트는 일시 중단 상태로 이용할 수가 없고 트위터 계정도 비공개 상태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펙실드(PeckShield) 경고로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오픈 DAO도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는 것이지 앞으로는 알 수 없다. SOS 토큰 가격은 한때 1000% 치솟기도 했지만 하락했고 4억달러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2억달러 초반대로 줄어들었다. 

탈중앙화와 DAO가 추구하는 이상적 목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낙관적이다.

그러나 아직 여물지 않은 개념이다. 아직까지는 '예술품이나 NFT 등에 공동 투자하는 모임'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 발전되기까지 시행착오가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 메타 DAO의 경우처럼 사욕을 채우는데 활용, 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신중하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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