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 코리아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계획을 듣는 신년인터뷰를 마련했다.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등 거래소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산업 리더들도 만나본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회사'. 그라운드X를 언급할 때 항상 따라나오는 수식어다. 그라운드X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란 설명이 늘 따라다닌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새해 첫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클레이튼 플랫폼 운영을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만든 또다른 블록체인 계열사 크러스트(Krust)로 완전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떼어내 그라운드X의 몸집을 가볍게 하고, '클립 드롭스'를 비롯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1월7일 서울 대치동 그라운드X 사무실에서 한 대표를 만나 2022년 구상을 물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집무실 한 가운데에는 보유한 NFT 예술품 여러 점이 번갈아 노출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걸려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집무실 한 가운데에는 보유한 NFT 예술품 여러 점이 번갈아 노출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걸려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 클레이튼 메인넷 운영을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자회사 '크러스트'로 이관하고 그라운드X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 전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 2018년 그라운드X를 시작할 때는 시장이 작았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그라운드X라는 한 기업이 클립이라는 지갑 서비스를 하고 클립드롭스라는 NFT 사업도 하고 있다. KAS라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사업도 하고 있다. 이더리움 진영으로 치면 재단과 컨센서스, 메타마스크, 오픈시 등 여러 회사 역할을 하나의 기업이 다 책임지는 구조다. 이게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클레이튼 메인넷은 글로벌 진출이 필요하다. 한국 서비스는 그라운드X가,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은 싱가포르의 크러스트라는 기업이 나눠 맡는 게 낫다. 언젠가 클레이튼은 결국 탈중앙화 된 재단이 운영하도록 바뀔 거라고 본다. 그때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라는 수식어도 필요 없어질 거다.

-아직까지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란 수식어의 장점이 있지 않나?

= 장·단점이 있다. 카카오에 대한 신뢰 때문에 국내에선 장점이다. 

해외에선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크립토 판에선 한 회사가 모든 걸 좌우하는 방식보다 참여자들이 투표 등을 통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쪽을 선호한다.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거버넌스를 개방형으로 운영한다 해도, 밖에서 보기엔 '그거 다 카카오가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이미지가 여전하다. 이건 글로벌 사업을 할 때는 장점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탈중앙화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클레이튼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지고 가려고 한다. 언젠가는 '크립토 윈터'가 다시 올 텐데, 그때도 이걸 끌고 나가려면 비영리 재단 형태보다는 책임 있는 기업 형태도 필요하다. 

"현금·이더리움 결제로 확장성 넓힐 것"

- 2021년 신년 인터뷰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NFT,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를 키워드로 꼽았다. 2022년 키워드라면?

= NFT 한 가지만 꼽고 싶다. 그라운드X의 NFT 사업이 지난해 국내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작가들이 클립드롭스 입점 여부를 성공의 척도로 여길 정도다. 올해는 세계로 확장할 때다. 세계 NFT 시장에선 아직 클립드롭스를 잘 모른다. 그러나 거래량은 슈퍼레어나 파운데이션만큼 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만으로도 그렇게 된 거다.

- 제약도 많지 않나. 지금은 클립드롭스에서 결제 가능한 수단이 클레이 밖에 없다. 또 외부 플랫폼으로도 전송도 오픈시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 다 계획이 있다. 우선 올해 1분기 안에 국내 이용자들이 카드로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다음엔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올해 글로벌 확장을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가 '멀티체인'이다. 클레이튼만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해외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의 토큰으로 결제하도록 하거나, 클립드롭스의 작품을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파는 것도 가능하다. 

- 결제 수단 여러 가지를 추가할 때 현금이 먼저, 이더리움이 다음인 이유는?

= 현금으로 작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 가상자산을 사 본 적 없던 분들을 초대하려면, 현금을 우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이미 가상자산 분야를 경험한 사람들은 투자를 위해 그림을 산다. 반면 가상자산을 몰랐던 사람들은 수집가 정체성이 더 강하다. 그래서 우국원 작가나 김재용 작가처럼 전통 미술 시장에서 잘 알려진 작가의 그림을 사려던 분들은 결제 과정이 어려워 중간에 그만둔다. 

클립드롭스에서 현금 결제가 가능하면 가상자산을 몰라도 NFT를 가질 수 있다. 지갑 주소도, 프라이빗 키도, 클레이도 다 몰라도 된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NFT 예술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NFT 예술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NFT가 작가들도 진화시켜"

- 한재선 개인은 어떤 기준으로 NFT 예술품을 수집하고 있나? 

= 수집가로서 내 기준도 계속 변한다. 일단 다양성을 본다. 다양성은 클립드롭스가 파운데이션이나 수퍼레어 등 해외 플랫폼과 가장 다른 점이다. 

해외 플랫폼들엔 일명 '사이퍼펑크'류 작품이 많다. 디스토피아 톤은 계속 보면 좀 비슷하게 느껴져서 '이걸 계속 모아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반면 클립드롭스는 정말 '미디어 아트'라고 부를 만한 작품을 주로 싣는다. 

- 예를 들어 달라 

= 권오상 작가는 원래 조각가다. 조각을 디지털 아트로 만들려니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 평면으로 그냥 보여주니 조각 느낌이 안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3D 조각을 입체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 아래에 사람 형상을 작게 넣었다. 마치 조각을 누군가가 관람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들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 NFT 예술품을 몇 점이나 갖고 있나?

= 수백 개 있다. 클립드롭스 말고도 이더리움, 폴리곤 등 다양한 플랫폼의 작품을 갖고 있다. 

- 클립드롭스 말고 즐겨 쓰는 NFT 거래소는?

= 오픈시다. 결국 슈퍼레어나 파운데이션의 작품들도 나중엔 오픈시로 넘어온다. 오픈시가 잘 될 수밖에 없다. 메타마스크와 연동이 잘 돼 있어서 굳이 다른 플랫폼으로 갈 필요가 없다.

- 최근 클립드롭스 시범 운영을 마치고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디팩토리와 1D1D, 마켓플레이스 등으로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각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 건가?

= NFT에는 디지털 예술품과 디지털 수집품 크게 두 종류가 있다. 1D1D는 클립드롭스에서 선보이던 디지털 예술품을 주로 싣는 공간이다. 디팩토리는 수집품 쪽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디팩토리도 예술품의 성격을 가진 수집품을 주로 올릴 계획이다. 참고로 디팩토리는 앤디 워홀의 작품 '더 팩토리'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디팩토리와 1D1D가 1차 시장이라면 마켓플레이스는 2차 시장으로 분리를 꾀했다.

- 어떤 요소가 있는 NFT가 잘 팔렸나?

= 커뮤니티가 관건이다. 순수 미술로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커뮤니티 활동에 소극적이면 작품 판매가 잘 안 된다. 그렇다고 꼭 커뮤니티가 잘 밀어줄 만한 작품만 싣는 건 아니다. 미술 작품이 어떤 작품은 잘 팔리고, 어떤 작품은 10, 20년이 지나도 하나도 안 팔리린다. 

- 클립 드롭스 구매자 멤버십 서비스 '드롭스 라운지'는 작가들이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나?

= 맞다. 그래서 일부러 드롭스 라운지를 폐쇄적으로 운영한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크립토 커뮤니티는 대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기반이다. 방 하나당 최대 입장 인원이 1500명이다. 그 안에는 그냥 들어와 있는 사람, 정말 사려고 들어와 있는 사람 등이 섞여 있다. 그런 식이면 작가들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작가들은 '찐(진짜) 수집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오늘 산 작품을 내일 팔아서 차익을 내려는 사람들이 말고 정말 예술적 관심을 가진 분들 말이다. 그래서 드롭스 라운지 입장 자격을 '오픈 특별전에서 옥션에 1회 이상 참여했거나 에디션을 24개 이상 구매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예술 요소 뛰어나도 커뮤니티 없으면 안 팔려"

- 업비트와 엔젤리그 등 다른 국내 기업들도 NFT 거래 플랫폼을 내놨다. 클립드롭스를 어떻게 차별화해 갈 계획인가?

= 국내에서 NFT 서비스가 많이 나오는 건 일단 긍정적이다.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들은 예술품보다 수집품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우리는 예술품 위주다. 예술품은 시장 규모가 적어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냥 상거래 말고 문화를 파는 일을 하고 싶다. NFT는 그 수단이다. 지금은 NFT 작품을 사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실물 미술품은 집에 걸어놓고 감상은 할 수 있다. NFT 분야에선 감상 이야기조차 아직 거의 안 나오고 있지 않나.

- 감상과 향유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 감상과 향유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하나는 TV와 같은 하드웨어를 통한 방식, 두번째는 메타버스 안 가상 갤러리를 통한 방식, 마지막은 오프라인 전시 등을 찾아가서 감상하는 방식이다. 세가지를 모두 해 보려 한다. 

- 셋 중 어떤 방식이 가장 빨리 대중화될 거라고 보나?

= 오프라인 전시가 아닐까. 이미 많은 기업이 사옥 로비에 NFT를 전시해 두고 싶어 한다. 그냥 그림이 아니라 큰 디스플레이 기기를 놓고, 거기에 여러 디지털 아트 작품을 걸어 두는 거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계획을 공개한 것처럼 제조사들도 이 분야로 많이 들어오려 할 거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대중이 디지털 작품을 향유한 경험이 없어서 'NFT를 대체 왜 사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내 일곱 살 딸만 해도 집에서 50인치 TV로 함께 디지털 아트를 감상하면 정말 재미 있어 한다. 작품을 소재로 대화도 많이 한다. 

메타버스를 통한 감상은 기술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릴 거다. 하드웨어를 통한 감상은 기기 구매 비용이 때문에 장벽이 좀 있다.

- 구매한 NFT 작품을 출력해 액자로 보내주는 곳도 있던데?

= 클립 드롭스도 초기에 그런 시도를 했는데 이젠 안 한다. 만약 구매한 NFT를 평생 소장할 것 같으면 그런 혜택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2차 시장에 내놓는다면? 2차 구매자 입장에선 NFT만 받아야 하는지, 실물 작품도 함께 받아야 하는지 애매해진다. 디지털 상의 작품과 실물 작품의 가치가 쪼개지는 거다. 

한재선 대표가 자신이 구입한 NFT 예술 작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한재선 대표가 자신이 구입한 NFT 예술 작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 클레이튼 기반 NFT 프로젝트도 많이 나오고 있다. 눈여겨보는 프로젝트가 있나? 

= 디지털 수집품의 핵심은 소장 가치에 있다. 계속해서 수집하고 소장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표 수집처럼 나 혼자 만족하고 끝나선 안 된다. 

그래서 도지사운드클럽의 확장세가 눈에 띈다. NFT 보유자들에게 믹스(MIX) 토큰을 나눠주고, 자체 메타버스와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그 안에서 MIX를 쓰도록 했다. 또 외부와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커뮤니티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노력해 NFT의 용도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트레저스클럽도 눈여겨 보고 있다. 그 클럽은 예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개별 NFT 하나하나에 작품 느낌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콜라보레이션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로드맵에는 메타버스 테마파크를 만들어 그 안에 작품을 전시하겠다고도 하더라. 다른 프로젝트들과 다르게 '아, 여기는 정말 예술을 지향하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유동성 적은 NFT, 코인처럼 사고 안 나"

- 그라운드X가 NFT 예술품 이전에는 블록체인 게임을 밀었는데, 국내에선 규제 여건 때문에 잘 안 돼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돈 버는 게임(P2E) 규제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 사행성은 막아도 정당한 노력으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 행위를 모두 막아선 안 된다. 금융 분야에서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처럼, 'P2E 규제 샌드박스'를 해 보는 건 어떨까. 2, 3년 정도 임시 기간을 열어 주고 문제가 생기면 막고, 괜찮다면 본격적으로 열어 주면 된다. 

- NFT 과세는?

= 코인(대체가능토큰)과 NFT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코인은 플랫폼에서 쓰는 코인이건, 댑(Dapp)에서 쓰는 코인이건, 디파이에서 쓰는 코인이건 '가상자산'으로 묶을 수 있다. 

NFT는 그렇지 않다. 기술 표준일 뿐이다. 그 안에 예술품을 담았다면 미술 시장, 게임 아이템을 담았다면 게임 시장, 연예인 소장품을 담았다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속하게 된다. 각 사업 영역에 맞는 법칙에 따라 규제해야지, 통틀어서 '금융 자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NFT에선 코인에서만큼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대체가능토큰은 유동성이 어마어마하다. 가격이 폭락해 크게 손해를 보기도 하고 사기 사건도 많이 나온다.

반면 NFT는 유동화가 어려워서, 그런 사건·사고는 잘 안 일어난다. 그러니 규제 당국도 코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NFT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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