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영 빗썸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허백영 빗썸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계획을 듣는 신년 인터뷰를 마련했다.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등 거래소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산업 리더들도 만나본다. 

2014년 오픈해 올해로 창립 8주년을 맞은 빗썸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속도를 2배 높였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만난 허백영 빗썸 대표는 거창한 새해 목표를 내세우진 않았다. 그는 "올해 개발자를 100명 이상 채용해서 거래소 서비스를 혁신하려고 한다"면서 가상자산(코인) 거래소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허백영 대표는 원화계좌나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는 통로라 중요하다면서 NH농협은행과 협업도 언급했다. 그는 "경쟁사보다 월등하지는 않아도 좋으니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6개월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인 상장도 제한하기 보다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코인 가격) 급등락을 막고 싶으면 상장을 훨씬 더 자유롭게 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100, 200개가 아니라 수만개, 수십만개가 올라가 있으면 하나의 코인의 가격이 오를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아래는 허백영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올해 중점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그냥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거다. 예를 들면 애플이랑 똑같다. 애플의 2022년 중점 계획은 아이폰일 거고 2023년, 2024년에도 아이폰일 거다. 목적은 똑같으나 그 안에서의 혁신과 개선을 하는 거죠. 그렇다고 애플이 혁신적이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빗썸의 2022년 계획도 거래소 서비스 혁신이다. 빗썸 고객을 더 편리하고 더 효과적이고 더 즐겁게 만든다. 딱히 ‘뭔가를 내세워서 이것입니다’는 그냥 관심팔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좀 진지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그래서 ‘CEO 마케팅’ 같은 것도 싫어해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은?

지금 개발자가 200명이 좀 안 되는데, 올해 100명 이상 개발자 채용을 할 생각이다. 2021년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개발자를 구하는 거였다. 가상화폐 거래소 산업이 어쨌든 평판이 크게 좋지는 못하잖아요.

2021년 상반기에는 3개월 동안 애를 쓰면 한명 구하고 그랬는데 이제 방법을 찾았다.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서 3개월 정도 빗썸을 보여줬더니 200명이 지원했고, 그중 50명 정도 채용했다. 올해는 그런 걸 더 많이 해서 새로워진 빗썸을 만들려고 한다. 

 

-2017년부터 오늘까지 빗썸과 업비트를 구글 트렌드, 네이버 검색어트렌드에서 비교해봤다. 구글에서는 지금까지도 빗썸을 검색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근데 네이버에서는 2021년부터 순위가 역전됐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무래도 은행이겠죠. 업비트가 기업은행과 계약을 종료하고 케이뱅크와 계약하면서. 케이뱅크 (비대면) 가입이 거의 10배 이상 간편한데 그때 마침 호황장이 왔다. 업비트 접근성이 10배 쉬운 점이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2017년~2022년 1월13일, 빗썸-업비트 구글 트렌드 결과.
2017년~2022년 1월13일, 빗썸-업비트 구글 트렌드 결과.
2017년~2022년 1월13일, 빗썸-업비트 검색어트렌드 결과.
2017년~2022년 1월13일, 빗썸-업비트 검색어트렌드 결과.

-(빗썸이 계약을 맺은)NH농협은행도 비대면으로 계좌는 만들 수 있지만, 한도를 높이려면 지점을 한번 방문해야 한다. 그런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인가?

우리는 농협과 오랫동안 협업해왔고 농협이 그런 관계를 존중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월등하지는 않아도 좋으니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6개월간 협의 중이다. 농협도 사정이 있겠지만 2022년도에는 많은 진전을 좀 보였으면 좋겠다.

 

-같은 농협은행을 쓰는 코인원이 메타 마스크로 코인 출금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빗썸은 어떻게 되나?

우리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통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메타 마스크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니 무조건 안 된다’ 이렇게 쉽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다. 하다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의의를 잘 준수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

 

-국경 간 전송이 자유로운 게 코인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도 올라갈 수 있던 건데, (트래블룰로) 이게 막히면 국내 코인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위 가두리 문제, 국내 가격이 글로벌 시세와 차이가 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겠죠. 어떤 사람은 이득을, 어떤 사람은 피해를 볼 거다. 다만 자신이 투자 판단을 잘못해서 잃었다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이 투자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돈을 벌었지만 나는 돈을 잃었다면 아무래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게 되겠죠. 거래량도 위축되고, 개인지갑 (출금)까지도 허용하지 않으면 시장을 좀 죽이는 일이 되겠죠.

허백영 빗썸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허백영 빗썸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한국 증시의 하루 가격제한폭(상·하한가)은 ±30%로 정해져 있다. 너무 높은 변동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데 코인 산업에는 이런 게 없다. 근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트래블룰 등 제도권으로 편입 될수록 그런 장치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었던 굉장히 높은 수준의 수익률도 어느 정도 줄어드는 거 아닐까?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 형태가 증권이랑 비슷하지만, 사실 다루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주식은 그 회사의 소유권이고 가상자산은 자산이다. 자산에 상·하한가를 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다이아몬드를 해외에서 3000만원에 팔지만 한국에선 300만원에 팔겠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상화폐의 문제점은 가격 급등락’이라고 하는데 가상화폐의 매력이 바로 그거다. 그것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에 다 들어오는 거다. 비트코인을 1월1일에 1000만원에 사면, 급등락 없이 꾸준히 올라서 12월31일에 1050만 원이 되어 있을 거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가 투자하겠나? 

사실 엄청나게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특성을 보고 사람들은 이 시장에 들어온 거다. 근데 그것이 문제라고 하는 건 한쪽 면만을 보는 거죠. 지난 몇년간 가상화폐는 손해 본 사람이 가장 적은 투자였다. 그런 논리라면 정부에서 가장 권장하는 투자가 가상화폐였어야죠.

‘어떤 코인이 급락하면 상장 심사를 더 철저히 해야 될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정말로 급등락을 막고 싶으면 상장을 훨씬 더 자유롭게 해야 한다. 지금의 100, 200개가 아니라 수만개, 수십만개가 올라가 있으면 하나의 코인의 가격이 오를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잖아요. 상장을 엄격하게 해서 개수를 제한한 후 가격 급등락을 줄이라는 건 ‘공급을 없게 하면서 가격을 내리겠다’하는 것과 같다.

 

-가상자산 감독기구, 가상자산법 등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큰 틀에서 변화를 인정하고 시대적 요구를 잘 봤으면 좋겠다. 사실 가상화폐는 결국 자금조달 비슷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못 구하고 있다. 근데 인공지능(AI)시대가 오고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수록 일자리는 줄어들 거다.

그러면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해 줘야 되는데 펀딩받기가 너무 어렵다. ICO(코인공개)에 취약점도 있었지만, 어떻게 개선해서 청년들과 연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맞다. ‘코인이 가치가 있어? 없어?’ 이렇게 접근하는 건 시대의 요구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좀 든다.

 

-대선 후보들이 어떤 가상자산 공약을 하면 좋을까?

제가 공약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 엊그저께도 국내 최초 상장을 하려고 했던 어떤 코인 문제 때문에 저희가 검찰에 갔다 왔다. 마치 한국사람이 만든 코인은 김치코인이라고 스스로 비하하는 건 벗어나야 한다. 시장에는 이상한 사기꾼들도 많이 있다. 이런 걸 걸러주고 의지 있는 청년들이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강남역 인근 빗썸 광고.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서울 강남역 인근 빗썸 광고.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 코리아

-준비하는 NFT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4, 5개월 전부터 준비했고 상반기 론칭 예정이다. 빗썸이 직접 할지, 자회사가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NFT 거래소 제작은 대기업 중에 한곳과 하고 있다. 현재 (NFT 용)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IP) 계약을 하고 있다

다만 NFT가 2022년에 가장 뜨는 키워드가 될지는 좀 지켜봐야 될 거다. 초반에 엄청나게 ‘캐시카우’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뭐든지 만들어서 NFT 이름 붙이는 건 잠깐이다. 블록체인(산업)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자산으로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SK스퀘어가 코빗에 900억원 투자했는데, 빗썸도 투자 유치 계획이 있나?

현재 저희 수익을 봤을 때 재무적인 투자는 필요가 없지만, 전략적 투자는 받았으면 좋겠다.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업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저희도 열심히 찾아뵙겠지만 먼저 찾아오셔서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

 

-지난해까지 이야기가 많았었던 빗썸 매각은 진행되는 게 있나?

매각은 쉽게 얘기하면 대주주(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가 바뀌는 걸 말하는 건데, ‘필요하다 아니다’를 대표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다.

‘오너가 이 회사를 반드시 매각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는 잘 알 수는 없으나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6개월 넘게 보지도 않아서 느낄 일도 없었다.

 

-빗썸 이용자들에게 투자 조언을 좀 해달라.

남의 말을 듣지 말아야 한다. 투자는 오롯이 자신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절대로 소문으로 혹은 지인의 권유로 투자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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