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 코리아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계획을 듣는 신년 인터뷰를 마련했다.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등 거래소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온체인 데이터, 게임 산업 리더들도 만나본다. 

한국의 전문성 높은 K팝 업체와 강력한 국내 대형 게임 업체와 메타버스를 공략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지난 24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해시드의 올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서준 대표는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지난해 12월 잭 도시 트위터 창립자가 "VC가 문제"라며 VC의 '웹3 탈중앙화 마케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초창기 VC의 지원으로 트위터와 스퀘어를 성장시킨 잭 도시 창업자가 할 말은 아니"라며 "웹2인 트위터와 스퀘어는 플랫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보상을 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 투자자의 초기 투자가 막혀있는 웹2와 달리 웹3는 개인 투자자가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다"며 "웹3 시장의 VC는 웹2 VC와는 달리 자본의 우위만으론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VC를 주제로 지난 24일 해시드 라운지에서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출처=해시드
김서준 해시드 대표. 출처=해시드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등 해시드에서 투자를 한 프로젝트들이 크게 성공했다. 해시드의 투자 기준이 궁금하다.

"우선 사람을 본다. 팀 내 좋은 구성원이 모여있는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편이다.

그 다음에는 두 가지 기준을 두고 투자를 한다. 첫째로 누가 봐도 강력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해시드가 투자한 테라가 이 사례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였다.

둘째로 현재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나중에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프로젝트의 창립자가 앞선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가 선도적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샌드박스와 엑시인피니티도 이 관점에서 2019년에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해시드가 지난 2019년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해시드 랩스를 만들었는데, 이때 리서치 과정에서 게임 산업이 앞으로 가상자산 생태계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리그 오브 킹덤즈의 개발사 노드게임즈도 이때 투자한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재작년 11월 벤처투자조합 1호 펀드에 이어 지난해 12월 벤처투자조합 2호 펀드를 만들었다. 만든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가상자산 생태계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코인 투자와 지분(Equity) 투자가 있지 않나.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관이 코인 투자를 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국내 제도권 기관을 중심으로 지분 투자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사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분 투자를 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웹3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0년부터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하려는 제도권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해시드가 펀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국내 제도권의 요청이 있어 벤처투자조합을 만들게 됐다. 

12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 1호 펀드는 결성된지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모든 금액을 소진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24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 2호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

 

-해시드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투자하는 VC다. 투자 과정에서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텐데. 한국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면. 

"한국 가상자산 규제는 큰 틀에서 네거티브(Negative) 규제 환경이 아닌 것이 안타깝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이건 안 된다'라고 명시한 것만 아니면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포지티브(Positive) 규제라서 허용이 되는 것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허용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가 크게 세 가지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문제들이 해결되면 좋겠다.

첫째로 한국에서는 토큰을 발행할 수 없다.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토큰 발행을 못한다는 건 가상자산 기업을 한국에서 만들 수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러다보니 가상자산 사업을 하려는 한국인이 외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계좌를 트는 등의 일이 일어난다. 심지어 세금도 현지에서 낸다. 

둘째로 한국에서는 기관 투자가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나는 실력 있는 기관 투자가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지원해 왔기 때문에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금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관 투자가의 참여를 막은 상태다. 요즘 한국 제도권 기업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기관들이 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빨리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기관 투자가는 기본적으로 '펌프앤덤프'를 하기도 어렵고 기본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니 이들의 유입이 늘어날수록 가상자산 시장도 건전해질 것이다.

셋째로 한국에서는 메타버스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 '기승전메타버스'일 정도로 지난해 메타버스가 화제였는데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출시하지도 못한다."

 

-이론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는 시작 단계부터 누구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공식 토큰 판매를 하기 전 VC 위주의 비공식 토큰 판매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해 "VC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VC가 문제" 발언은 적어도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잭 도시가 설립한 트위터와 스퀘어 모두 초창기에 VC의 지원을 받았다. 또한 트위터와 스퀘어는 기본적으로 웹2 플랫폼 회사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없었다는 의미다. 

VC가 가상자산 투자를 선점한다는 것도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웹2 회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VC가 들어오기도 전에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개인 투자자가 자리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샌드박스도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2가 주도하는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미 소프트뱅크가 진입하기 전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샌드박스 투자에 참여했다. 

물론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VC가 투자를 선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웹2와 달리 웹3에서는 VC의 협상력이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웹2는 개인 투자자가 초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혀있지만 웹3는 DAO 펀딩, 론치패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 개인 투자자가 초기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순간에도 웹3는 개인 투자자가 초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히고 있다. 이를테면 얼마 전 만들어진 NFT 거래소 룩스레어의 경우에는 오픈시 거래 이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LOOKS(룩스레어) 토큰을 에어드롭했다. 

웹3 생태계에서는 자본의 우위만을 가지고는 VC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패러다임같은 글로벌 VC를 보면 요즘 적극적(Active) 투자를 뛰어넘어 프로덕트 개발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해시드도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스튜디오인 언오픈드(UNOPND)를 설립했는데 비슷한 이유인가.

"패러다임과 같은 이유다. 나는 다른 사람이 다 만들어놓은 회사에 돈만 넣는 걸 가장 수동적(Passive)인 투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리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투자라고 본다. 그 사이에 많은 투자 방법들이 있을텐데 언오픈드 설립의 경우에는 적극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수동적 투자가 아닌, 프로젝트와 생태계 설계 등을 함께 고민하는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지금 잘하고 있는 크립토 VC의 공통적 지향점인 것 같다." 

 

-해시드가 초창기 투자한 프로젝트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최근엔 국내보다는 글로벌 위주의 재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다. 가상자산 산업을 하나의 국가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해인 것 같다. 해시드는 블록 오디세이, 서울거래소, 차이 등 블록체인 기반 업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해시드가 한국 업체에만 투자하려고 만들어진 회사는 아니다. 실제로 해시드는 사무실을 서울뿐만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인도에도 두고 있는 글로벌 지향 회사다. 

나는 웹3 시장은 기본적으로 국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웹2 시장에서는 해외에 있는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히지만, 웹3 시장은 개방돼 있기 때문에 해시드 스스로가 투자에 들어갈 때 "이 팀은 한국팀"이라는 인식을 별로 하지 않는다.

물론 웹3로 진입하려는 웹2 회사의 경우에는 규제 이슈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서울거래소와 같은 회사에 투자를 한 것이다."

 

-해시드의 작년 화두는 무엇이었는가. 작년 화두를 바탕으로 올해 해시드가 세운 목표는 무엇인가. 해시드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올해 K팝과 게임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던데.  

"작년 키워드는 NFT와 메타버스였다. 재작년은 디파이였고. 근데 사실 순서가 반대로 됐다고 생각한다. 통상 사회가 먼저 생긴 다음 사회 안의 경제활동을 더 매끄럽게 하기 위해 금융이 발전하게 되는데, 가상자산 생태계는 금융이 먼저 생기고 사회가 형성됐다.

이렇게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가상자산 생태계를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가상자산으로 돈 벌면 뭐할 거냐고 주위에 물어보면 현실 세계에 있는 집이나 차를 산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NFT와 메타버스가 더 발전하면 앞으로 사람들이 가상 세계 안의 DAO 사회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와 게임이 가상 사회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올해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기획 중인 단계라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K팝은 한국의 전문성 높은 업체와 신규 프로젝트를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이 콘텐츠 영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 세계에 있는 K팝·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IP)을 가상 세계에 들여오는 다양한 실험을 준비 중에 있다. 

게임 영역에서도 강력한 대형 업체와 현실세계나 기존의 IP를 기반으로 메타버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실험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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