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핀터레스트
출처=핀터레스트

2022년 블록체인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자율조직, 다오(DAO)다. 과장 안 보태고 크립토(가상자산) 업계 사람들과 만나면 무조건 나오는 얘기다. 다오를 얘기하는 눈매에선 희망이 읽힌다.

다오란 조직은 꽤나 이상적이다. 대표자(중앙)는 없다. 공통의 목적을 가진 당사자들이 블록체인에 규칙을 코드로 정해놓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렇게 컴퓨터 코딩을 통해 일정 조건이 되면 계약이 자동 성사되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계약이 스마트 콘트랙트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니 토큰 발행이 가능하다. 토큰을 가진 사람은 다오의 일에 관여할 수 있다. 토큰을 사면 참여할 수 있고, 토큰을 팔면 되니 다오에서 나가는 것도 쉽다. 다만 스마트 콘트랙트로 만들어진 다오의 규칙은 쉽게 바꿀 수 없다. 토큰을 가진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서만 결정할 수 있다.

협동조합과 유사하나 다른 점이 바로 스마트 콘트랙트에 있다. 협동조합이 구성원들의 ‘의지’에 의존한다면 다오는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공정성이 기술적으로 담보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블록체인상에 기록되니 투명성도 확보된다. 기술 진보를 통한 공생의 거버넌스, 그것이 다오의 작동 원리다.

출처=아마존
출처=아마존

아직은 가상자산 세계에서 조직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오는 사실 어떤 분야에서든 가능하다. 목적을 같이하고 생태계 내 참여자 모두를 존중하는 취지가 확실하면 된다. 기업도 학교도 정당도 다 다오가 될 수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수단 중 하나가 블록체인 기술인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젊은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 다오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토큰을 직접 보유하면서 다오에 참여하고, 이들이 공약을 지키는지 아닌지를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평가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였다. 평가 결과에 따라 지분을 줄이는 벌칙도 주고. 지분이 줄어들면 다오 내 영향력은 줄어드니 공약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커지지 않을까.

출처=국보 DAO 웹페이지
출처=국보 DAO 웹페이지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국보를 사들이기 위한 ‘국보 다오’가 결성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해산했지만 다오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그래서 의미있는 시도였다.

우선 다오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단체가 아니란 한계를 보여줬다. 국보 다오가 경매에 나서기 위해 이를 대리할 법인이 필요했다. 토큰 발행이 자칫 국내에서 금지된 가상자산공개(ICO)로 여겨질 수 있어 길을 우회해야 하기도 했다. 클레이튼(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가 개발한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에서 다오를 구현하기 위한 투표 등 일부 요소들이 스마트 콘트랙트로 구현돼 있지 않았던 건 한계였다. 주요 결정은 중앙의 소수 발의자들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스마트 콘트랙트가 가능하다 해도 다오에서 수많은 참여자의 의견을 듣고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다오에서 투표율은 저조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를 위해 참여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더 분명히 하는 것이 다오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부에선 토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오의 양극화나 금권주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다오 회의론을 제기하기엔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인터넷이 막 등장했을 때 ‘정보의 민주화’는 매우 과장된 수사 같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 미래가 실현됐다.

시행착오를 더 지켜보면 다오가 과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한계를 뿌리부터 바꾸는 대안이 될 것인지, 단지 참여와 합의 지향, 투명성과 공정성 등 굿 거버넌스의 요소들을 흉내 내기만 하는 시도였을 뿐인지 가려낼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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