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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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지만 대한민국의 메달 소식도 들리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돈 버는 게임(P2E)’인 ‘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올림픽 게임즈)’를 출시했다. 동계올림픽 주요 종목인 스노보드, 스키, 스켈레톤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즐기고 보상으로 토큰을 주는 구조였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출시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플레이 스토어에서 퇴출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출처=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네이버 카페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플레이 스토어에서 퇴출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출처=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네이버 카페

일례로, 대표적인 P2E 게임인 ‘미르4’는 국내에서는 플레이가 불가능하고, '무돌 토큰'으로 잠시 인기를 끌었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P2E 게임이라는 이유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지난 1월 퇴출됐다.

하지만 올림픽 게임즈는 국내서도 플레이가 가능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여전히 안 되지만 11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이용이 가능하다.

큰 기대감을 안고 게임을 플레이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 기대는 ‘정말 국내에서 토큰 교환이 될까’였지 ‘게임이 재밌을까’는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P2E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도 게임은 크게 재밌지 않다는 평을 받았던 터라 올림픽 게임즈도 비슷할 것이라 예상했다.

게임 플레이 사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게임 캡처
게임 플레이 사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게임 캡처

예상은 적중했다.

게임은 총 4가지로 스노우보드-슬라럼, 스노우보드-슬로프 스타일, 프리스타일 스키-크로스, 스켈레톤이다. 이름만 보면 재밌어 보였지만 단순한 레이싱 게임과 유사했다.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콘텐츠도 4개 게임을 통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 끝이다. 한글 번역도 어색하고 네트워크도 불안정했다. 전반적으로 잘 갖춰지지 않았는데 올림픽에 맞춰 급하게 출시한 느낌이 들었다. 

또 불편했던 건 게임 시간. 4개 게임을 연달아 해야 하는데 여기에 8분이나 걸렸다.

플레이 한 판에 20명이 필요하지만 15명이 봇이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캡처
플레이 한 판에 20명이 필요하지만 15명이 봇이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캡처

유저수도 적었다. 게임 플레이를 위해 유저가 20명 필요하지만 사람이 모이지 않아 15명의 봇과 게임해야 했다. 

P2E 게임에 재미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름 그대로 토큰을 받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유저들은 군말없이 8분이 아닌 80분이라도 견딜 것이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다르게 올림픽 게임즈로는 현재 돈을 벌 수 없다.

출처=엔웨이(nWay) 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홈페이지 캡처
출처=엔웨이(nWay) 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홈페이지 캡처

올림픽 게임즈는 게임 보상으로 토큰을 얻어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해 현금화하는 구조라고 발표됐지만, 홈페이지에는 DEX 이용이 아직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또 적은 유저수 때문에 매칭이 잡히지 않아 토큰을 얻을 수 없다. 올림픽 게임즈에서 토큰을 얻으려면 아마추어 등급에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아마추어 등급에 도달하면 5명조차 모이지 않아 게임을 시작할 수 없다. 유저가 모자라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해 토큰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아마추어 등급에서는 5명 조차 없어 게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캡처
아마추어 등급에서는 5명 조차 없어 게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처=올림픽 게임즈 잼: 베이징 2022 캡처

아마추어 등급에서 플레이하려면 무료 등급에서 티켓 100장을 모아야 한다. 평균적으로 게임이 8분이고 보상으로 한 판 당 티켓 5장을 얻는다고 해도 2시간 이상이 걸린다.

동생에게 고개 숙여 부탁하며 황금같은 주말 2일을 쏟아부었지만 매칭이 취소돼 토큰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티켓 100장은 사라졌고 무한히 돌아가는 대기시간만 남았을 뿐이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모바일 게임의 등급분류를 맡고 있다. 출처=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모바일 게임의 등급분류를 맡고 있다. 출처=게임물관리위원회

궁금증도 남았다. 이 게임을 P2E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P2E라면 응당 국내에서 금지돼야 할텐데 어떻게 플레이가 가능한 걸까? 그래서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모바일 게임의 등급분류를 맡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물어봤다.

박동범 게임물관리위원회 직권재분류팀장은 "올림픽 게임즈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바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 아니라) 자체등급분류를 거쳐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왔다"고 답했다.

자체등급분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 권한을 위임한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에 게임사가 게임 등급 분류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제출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출시된 이후에 사행성 조장 우려 등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직권재분류팀이 사후 검토와 모니터링을 한다.

박동범 팀장은 "현재 올림픽 게임즈는 모니터링 과정이다. 현재까지 검토한 결과 토큰이 현금화되는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구조로 보이지만, 법무팀 등 여러 부서와 협의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궁금증은 일부 해결됐으나 게임은 하고 있지 않다. 또 2시간을 들여 티켓 100장을 모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깊은 실망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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