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감 중인 줄리안 어산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줄리안 어산지.

2월9일 디지털 아티스트 PAK(팍)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클락(Clock)'이 ETH(이더리움) 1만6593.05개에 낙찰됐습니다. 약 5364만달러(약 641억원)에 해당합니다. 알고 보니 팍의 NFT를 구입한 이는 어산지 다오(AssangeDAO)였습니다.

어산지 다오는 위키리크스 창시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석방을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입니다. 1만7422ETH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모금한 어산지 다오가 모금액 대부분을 NFT 구입에 사용한 이유는 뭘까요?

 

어산지 다오

어산지 다오를 설명하기 전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합니다.

​줄리안 어산지는 위키리크스 창업자로, 각국 외교 기밀문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관련 보고서 등 미국 정부의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21일 미국 정부는 영국 법원에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금지한 판결에 대해 항소했고, 승소했습니다.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문제는 어산지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 기밀문서를 폭로한 혐의로 175년형을 받게 됩니다.

어산지 다오의 시작입니다.

 

검열: 팍과 NFT 작품

디지털 아티스트 팍은 ‘검열(Censored)’을 주제로 2가지 NFT 작품을 지난 7일부터 판매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클락'으로 검열이라는 사이트에서 경매가 이뤄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산지가 감옥에 수감된 기간을 표시합니다. 어산지 다오가 구입한 640억원짜리 NFT 작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NFT 작품 '클락' 2월11일 기준, 어산지가 감옥에 석방된 지 1036일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https://censored.art/clock 
NFT 작품 '클락' 2월11일 기준, 어산지가 감옥에 석방된 지 1036일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https://censored.art/clock 

두 번째 작품은 '검열(Censored)'이라는 이름의 NFT로 오픈 에디션으로 판매됐습니다. 오픈 에디션은 일정 시간 동안 최대 9999개의 판본을 발행해 판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재밌는 점은 구매자가 원하는 ‘문구’로 검열 NFT 발행이 가능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팍이 발행한 'Pak was here'이라는 작품으로 100ETH에 판매됐습니다.

팍에 따르면, 클락과 달리 검열은 작품에서 발생되는 모든 수익금이 정보의 자유, 디지털 개인 정보 보호, 건강, 동물 권리 단체 등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NFT 작품 'Pak was here'. 출처=팍의 트위터 캡처
NFT 작품 'Pak was here'. 출처=팍의 트위터 캡처

 

어산지 다오와 팍은 어떻게 만났나?

어산지 다오와 팍은 어떻게 NFT 프로젝트를 기획한 걸까요?

어산지 다오는 줄리안 어산지 석방을 위해 결성한 다오지만, 팍은 이런 목적에 큰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줄리안 어산지의 동생 가브리엘 쉽튼과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지난 7일 아트넷 뉴스과 인터뷰에서 팍은 이번 NFT 프로젝트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Q. 어떻게 줄리안 어산지와 함께 이번 '검열'NFT 프로젝트를 협력하게 되었나요?

A. 몇 달 전에 어산지 줄리안의 동생인 가브리엘 쉽튼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어산지 줄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는데요.

당시 저는 제 개인적인 문제로 ‘자유’라는 주제로 예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평소 일상에서 ‘게이트 키핑’과 ‘검열’이 존재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작품으로 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특히 ‘검열(Censored)’이라는 주제의 경우 줄리안 어산지와 완벽하게 들어맞았습니다.

 

어산지 다오는 왜 NFT를 구매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있습니다.

어산지 다오는 모금한 이더리움 1만7422개를 줄리안 어산지의 법률 지원 비용으로 바로 쓰지 않고 팍의 NFT 작품 ‘클락’을 구입했을까요. 그것도 모금한 자금의 대부분을 쓰면서까지 말입니다.

팍은 클락 판매금을 모두 워 홀랜드 재단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워 홀랜드 재단은 줄리안 어산지가 구속된 이후부터 줄곧 석방을 지원한 단체입니다.

어산지 다오가 모금한 돈이 NFT로 바뀌어 다시 워 홀랜드 재단에 전달될 것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불필요한 과정을 왜 거친 걸까요. 어산지 다오가 직접 석방 운동을 하거나, NFT를 구입하지 않고, 모금을 워 홀랜드 재단에 넘기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쥬스박스 내 어산지 다오 모금 현황. 출처=위키리크스 트윗 캡처
쥬스박스 내 어산지 다오 모금 현황. 출처=위키리크스 트윗 캡처

여기에는 숨겨진 의도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4일부터 어산지 다오는 쥬스박스에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모금액 현황을 보면, 적극적인 모금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팍의 NFT 판매가 시작되자 모금액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어산지 다오에서 활동 중인 한 관계자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이번 NFT 구매는 모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산지 다오와 팍의 협업은 모금을 위한 홍보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코인데스크 프리미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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