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달콤함에 개미지옥으로 빠져드는 게임사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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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22년 2월20일 08:30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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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쉬워 보인다. 시작하기만 하면,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 심지어 회사 가치나 자산까지도 늘어난다. 이건 안 하면 바보다."

좀 거칠게 말하면,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생태계를 개척하겠다는 국내 게임사들이 숨기고 싶은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블록체인과 코인, 여기에 대체불가능토큰(NFT)은 게임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존재다.

한 번 살펴보자. 중견 게임사인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메타보라(프렌즈게임즈), NHN 등은 직접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과 코인을 만들었거나, 앞으로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넥슨, 웹젠, 조이시티, 액션스퀘어 등도 직간접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준비 중이다.

게임사 입장에서 코인은 익숙하다. 비록 게임 속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미 리니지 '아데나'처럼 '게임머니'를 통한 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데나는 암암리 현금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게임산업법에 따라 한국에서는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현금과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다.-

구미가 당기지만, 법적 리스크와 성공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막상 코인을 발행하는 국내 게임사는 없었다. 액시 인피니티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코인과 NFT를 결합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하는 플레이투언(P2E) 방식으로 액시 인피니티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액시 인피니티의 운영사인 스카이 마비스는 앤드리센 호로위츠, 삼성넥스트 등으로부터 기업 가치 30억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게임을 선 보인지 4년 만의 일이다. 

이 때부터다. 국내 게임사는 저마다 자체 코인과 NFT, 그리고 P2E를 내세우며 '토큰 이코노미'를 통한 생태계를 구현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앞서 얘기한 법적 리스크 때문에 한국에서는 공식 서비스를 못 하지만 말이다. -물론 VPN 등을 이용해 우회 접속 방식으로 국내 게임사의 P2E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도 많다.-

유행처럼 자체 코인 발행과 NFT,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하겠다는 게임사를 보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개미지옥'에 뛰어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토큰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코인을 이용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소리다. 사실 2016년 블록체인 붐이 불 때 수많은 프로젝트가 토큰 이코노미를 내세웠다. 토큰 이코노미는 큰 틀에서 보면 정부나 기관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중개자가 없어도 기여도에 따라 모든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으며, 자발적인 거래 활동에 따라 경제 시스템이 발전하는 모델이다.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현재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돌아가는 곳은 없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 글로벌을 살펴보자.

미르4 글로벌에서는 게임 아이템 흑철로 드레이코 코인을 거쳐 WEMIX(위믹스)로 바꿀 수 있다. WEMIX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상적인 토큰 이코노미였다면 흑철을 사기 위해 WEMIX를 구입하고, 소비되는 형태로 경제 시스템이 굴러가면서 코인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무한히 생성되는 게임 아이템을 WEMIX로 바꾸는 수요만 있었고, 여기에 WEMIX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세력까지 붙으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WEMIX 가격은 폭락하고, 흑철은 게임을 위한 아이템이 아니라 현금화를 위한 수단이 됐다. 주객이 전도됐다.

이런 토큰 이코노미 구조는 블록체인 업계에 있었던 이들은 익숙하다.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하면 거래량에 따라 자체 거래소 코인을 줬던 '트레이딩 마이닝'과 사뭇 유사하다. 트레이딩 마이닝을 내세웠던 에프코인(Fcoin)은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전세계 1위 거래소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코인제스트, 캐셔레스트, 비트소닉, 코인빗 등이 거래소 코인을 선보이며, 한때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거래소 코인을 이용한 토큰 이코노미가 망가지면서 현재 이들 중 살아남아 있는 거래소는 거의 없다.

물론 자체 코인을 발행해 게임 세상 속에서 이상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펼쳐 보이겠다는 게임사가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유행을 좇아 진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만 달려든다면, 과거 사례를 되돌아봤을 때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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