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개별 게임사
출처=개별 게임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엔에이치엔(NHN), 펄어비스, 크래프톤, 위메이드,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 게임사다. 둘,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IP·아이피)을 가졌다. 셋, 대체불가능토큰(NFT·엔에프티)과 일명 돈 버는 게임 ‘플레이투언’(P2E·피투이)을 준비 중이다.

엔에프티와 피투이 열풍은 외국에서 시작됐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강력한 게임 아이피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토큰 경제를 구현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진지한 고민 없이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엔에프티 게임의 시작은 크립토키티. 크립토키티는 2017년 대퍼랩스(DapperLabs)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이다. 엔에프티로 만들어진 고양이를 키우고 수집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한때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게임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손꼽히는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다.

베트남 게임 스타트업 ‘스카이 마비스’가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액시 인피니티는 엔에프티 아이템 거래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게임성이나 콘텐츠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액시(AXS)라는 코인을 도입하며 돈 버는 게임의 모습을 갖추자 필리핀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는 액시 인피니티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나올 정도였다. 그 결과 스카이 마비스는 기업가치 30억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액시 인피니티를 선보인 지 불과 4년 만의 일이다.

액시 인피니티는 국내 게임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엔에프티와 토큰 경제, 그리고 게임성이 있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게임사가 보기에 액시 인피니티는 게임성이 전혀 없다. 재미도 없는데 대성공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이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2018년 1월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위해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했고, 그해 위메이드트리는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게임 플랫폼 위믹스를 론칭했다.

카카오게임즈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초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의 사명을 메타보라로 바꾸며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과 탈중앙화 거래소(DEX), 엔에프티 거래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게임으로 잘 알려진 엔에이치엔도 자회사 엔에이치엔빅풋을 중심으로 피투이 게임 전문 제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모바일 게임 자회사 엔에이치엔픽셀큐브와 엔에이치엔알피지(NHN RPG)를 흡수합병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로 꼽히는 3N(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도 피투이 게임 진출에 열심이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챔피언스 어센션’과 ‘골든 브로스’ 엔에프티를 판매할 계획이다. 또 인기 모바일 게임 A3 스틸 얼라이브 피투이 버전을 준비 중이다. 자체 코인 마브렉스(MBX)를 발행해 토큰 경제 구현도 고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출시된 리니지W에 엔에프티를 도입한 ‘리니지W 엔에프티’도 올해 3분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게임 내 피투이나 코인을 도입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넥슨은 사용자가 직접 엔에프티와 피투이 기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 모드(MO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컴투스,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도 자체 보유한 게임 아이피를 기반으로 한 피투이 게임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큰 걸림돌이 있다. 엔에프티와 피투이 게임은 한국 사용자는 합법적으로 즐길 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한국에서는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현금과 거래할 수 없다. 엔에프티, 피투이 게임의 핵심인 돈을 버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서 피투이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피투이 자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게임을 재미보다 ‘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보다 보니 게임머니를 엔에프티와 코인으로 대체하는 형태의 단순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9월 선보인 미르4 글로벌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르4 글로벌은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드레이코 코인으로 교환한 뒤 위믹스(WEMIX) 코인을 거쳐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사용자가 미르4 글로벌을 즐기기 위해 현금으로 위믹스 코인을 구입한 뒤 필수 게임 재화인 흑철을 얻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게임 내에서 무한히 생산되는 아이템을 코인으로 바꿔 돈을 벌고자 하는 수요만 있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토큰 경제가 무너지면서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다. 미르4 글로벌의 경우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하루 동시접속자가 한때 9만명을 넘어섰지만 불과 반년 만에 5만9000여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국내 게임사의 엔에프티와 피투이 게임 개발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는 고육지책일 뿐이란 의견도 나온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넷마블은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이 크게 줄었다. 배틀그라운드 운영사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펄어비스 등도 실적이 악화했다.

반면 엔에프티와 피투이를 적극 도입하며 발빠르게 뛰어든 위메이드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56% 늘어난 35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적자에서 254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전반적인 게임 업계 불황 속에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다만 이 실적에는 지난해 4분기 자체 보유한 위믹스 코인 판매 매출 2254억원이 포함된 수치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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