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대체 어떤 사람들이, 왜 사는 거야?" 3년여 전 NFT를 처음 취재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복잡한 지갑 주소 뒤에 있는 NFT 컬렉터의 정체, 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만나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NFT를 사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듣다 보면 언젠가 'NFT 컬렉터 지도'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홍승진 엔젤리그 공동 창업자는 지난 2월 8일 슈퍼레어 경매에서 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비트코인 드로잉' NFT 시리즈 중 '럭키 스트라이크'를 샀다.

이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NFT 씬(영역)에서도 새로운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드로잉 시리즈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엄밀히 말하면 홍 공동 창업자는 이강훈 작가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이 작가의 NFT를 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이 작가의 '수지니' 제너레이티브 NFT 콜렉션 중 몇 점을 이미 구매한 적 있다. 무엇보다 수지니 NFT 콜렉션은 홍 공동 창업자가 만든 엔젤리그 NFT 플랫폼을 통해 오픈시에서 발행됐다.

홍 공동 창업자는 지난달 말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만나 "숨어 있는 '크립토 기안84'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홍 공동 창업자와의 인터뷰 전문. 

-지난해 2월 8일 이강훈 작가의 비트코인 드로잉 #27 <Full of Luck> NFT를 낙찰받았다. 앞서 1월에도 #12 <A Big Fruit>와 #17 <Beware of B>에 입찰을 했다가, 이 작가가 입찰을 수락하는 최저 가격인 1ETH(이더리움)에 미치지 못해 낙찰을 받지 못했다. 이 작가의 NFT 작품에 관심을 갖고 돈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해 엔젤리그에서 수지니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강훈 작가를 처음 접했다. 당시 이강훈 작가의 과거 작품과 인터뷰를 보고 재미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지니 NFT도 직접 구매해 소장했다. 

수지니 NFT의 경우 제너레이티브 아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술 작품과는 조금 다르지만, 선과 악이 언제든 공존한다는 생각을 어린아이를 통해 표현한 게 특히 재밌다고 느꼈다. 이 작가는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승진 엔젤리그 공동창업자가 보유한 이강훈 작가의 제너레이티브 아트 프로젝트 '수지니' NFT 중 하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홍 공동창업자는 "NFT 이미지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출처=홍승진 제공
홍승진 엔젤리그 공동창업자가 보유한 이강훈 작가의 제너레이티브 아트 프로젝트 '수지니' NFT 중 하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홍 공동창업자는 "NFT 이미지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출처=홍승진 제공

그렇게 이 작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올해 초 NFT 거래소 슈퍼레어에서 365일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가서 보니까 '비트코인 드로잉' 시리즈도 재밌더라. 2018년에 그린 작품을 재해석해 일년동안 데일리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작품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가치가 앞으로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해서 구매했다. 1년동안 하루에 한 점씩 계속 올리다보면, 한 3분의 1 지점정도에선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느꼈다. 

-2018년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공개(ICO)를 한 프로젝트 '위블락'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하고, 다양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홍 공동 창업자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ICO가 많이 이뤄지던 2017년 말 비트코인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빗썸에서 처음 가상자산을 조금 산 뒤에 다른 거래소로 이를 옮길 일이 있었다. 빗썸에서 다른 거래소 지갑 주소로 코인을 보냈는데, 그 기록이 공개적으로 다 보이더라.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모두 다르겠지만, 마치 어릴 적 외국인과 처음 메시지를 주고받은 때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미래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여러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징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초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만든 것을 보고 '탈블'한 것인줄 알았다. 

=ICO의 부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봤다. 

일반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가 많이 성장해 증권 시장에 상장이 되기 전까지는 보통 사람들이 투자 기회를 못 갖지 않나. 반면 ICO는 처음부터 일반인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아니 왜 주식회사에는 상장 전에 투자하는 게 어렵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비상장주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엔젤리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였다. 

-최근에는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보다 NFT 관련 서비스에 더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던데? 

=코인 업계를 잠시 떠나 있었지만 관심은 계속 두고 있었다. 엔젤리그를 통해 비상장주식 투자 조합에 가입한 고객에게 클레이튼 기반 NFT 인증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NFT 시장이 끓어올랐다. 우리도 한 번 실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10월 제너레이티브 NFT 프로젝트 '탈'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꽤 있었다. '수지니'도 그랬고. 

그 덕에 NFT와 웹3, 그리고 가상자산 분야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됐다. 2019년 크립토 겨울 때와 다르게, 이제는 (가상자산이) 조금씩 대중화로 향하는 '티핑 포인트'를 넘을랑말랑 한다는 느낌이 왔다. 결국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NFT 관련 서비스로 피봇팅(전환)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NFT 보유자들이 지갑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풀기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트리피'를 출시했다. 웹3 사용자들 사이에서 어떤 형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잘 될지 찾기 위해 매주 프로토타입을 바꿔 가며 테스트 중이다. 

-비슷한 서비스가 많은데 창작자와 이용자들이 엔젤리그의 NFT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이점은 뭔가? 

=수채화만 있다가 유화가 새로 나오면, 새로운 물감의 특성 덕분에 새로운 작품, 새로운 작가가 등장한다.

이처럼 NFT도 하나의 새로운 재료라고 본다면, 그걸 이용해 기존 미술과 다른 새로운 작품과 작품이 나오지 않겠나. 그 때 주목받을 작가는 현재 유명한 작가는 아닐 거라고 본다.

종이 만화 시대에는 이현세가 대세였지만 웹툰이 등장하며 기안84같은 작가가 새로 뜬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유명한 작가를 NFT 세계로 데려오기보다, 숨어 있는 '크립토 기안84'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숨은 작가들이 들어와 NFT를 민팅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기로 한 거다. 

'트리피'의 경우 작가들이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을 만들어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직접 초대할 수 있게 했다. NFT 작업을 해볼 만한 작가를 언제까지 알음알음 섭외할 수는 없으니, 작가들의 안목을 믿어 보기로 한 거다. 

-NFT는 언제 처음 사봤나? 어떤 NFT였나? 

=지난해 가을 리서치 차원에서 당시 가격이 제일 쌌던 NFT를 아무거나 산 게 처음이다. 

수집을 목적으로 처음 산 건 '애니멀 컬러링 북' NFT다. 거래를 한 번 할 때마다 NFT의 이미지가 바뀌는 컨셉이 재미있어 보여 샀다. 

또 '익스텐션 루트' NFT도 신박해 보여서 샀다. '아트블록'은 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 못 샀다. 

이더리움 네임 서비스(ENS) NFT도 샀다.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사람들로 하여금 편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이제는 필요하겠다 싶어 찾아봤는데, 누군가 만들어 둔 것이 있길래 샀다.

-요즘은 어떤 기준으로 NFT를 수집하나?

=우선 팀 단위의 프로젝트 기반 NFT와 예술품 NFT를 구분해서 생각한다. 

프로젝트 기반 NFT들은 과거의 ICO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고 수집하는 것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단기 차익을 생각하며 사고판 경우가 많다. 

반면 예술품 NFT는 말그대로 일반 미술품을 수집할 때와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동안의 작품 이력이나 세계관 같은 걸 살펴보고, 장기간 들고 있을 생각으로 사는 거다. 

예술품 NFT는 어차피 되팔려고 내놓아 봤자 바로바로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작가가 (NFT) 작업을 오래 할 것 같은지를 기준으로 수집 여부를 결정한다. 

-작가가 NFT 작업을 오래 할 것 같은지도 중요하게 따지나?

=기존 미술 시장만 보더라도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들은 어떤 시리즈를 내고 나면 또 거기서 변주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는 식으로 계속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 간다. 또 작가가 작품 활동을 중단하면 작품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예술품 NFT도 마찬가지로 흘러갈 거라고 본다. 

그걸 기준으로 본다면 이강훈 작가의 비트코인 드로잉 시리즈는 365일동안의 장기 프로젝트를 끝나친다는 것 자체가 시리즈 전체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설령 작가분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1년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마친 분이라면 나중에 NFT를 가지고 다른 시리즈를 계속할 가능성도 다른 작가보다 높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작가의 첫 컬렉션이 지니는 가치도 더 올라갈 거라고 기대한다. 

-실물 미술품 수집에도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나?

=마찬가지로 엔젤리그에서 할 만한 사업이 뭐가 있는지 리서치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미술품 투자 관련 서비스는 안 하기로 했는데, 개인적으로 빠져들어서 수집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개인 블로그에 게시한 'JPG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 (#NFT)'이란 제목의 에서 NFT 구매 행위를 'Save as(오른쪽 마우스 클릭해 이미지 저장하기)'와 비교해 설명했다. NFT를 산다는 건 그림 파일 자체가 아닌 그림 파일에 대한 '소유권 증명서'를 사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 구매가 왜 의미 있다고 보나?

=일반 미술품의 경우에도 작품의 형태에 따라 원화와 복제본 간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술관에 가도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갤러리에 걸려 있던 작품의 프린트본을 저렴하게 팔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굳이 수백배의 값어치를 지불하고 원화를 사는 건, '원화를 내가 소유하고 있다'라는 가상의 개념을 원하기 때문이다.

NFT도 마찬가지다. 결국 JPEG 이미지는 다 똑같을 수 있지만, '원화'라는 가상의 개념이 그 안에 들어있기에 NF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이런 사람들의 수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 웹3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웹3가 대체 뭔가? 웹3 이용자는 트위터같은 웹2 서비스 이용자와 어떻게 다른가?

=묻지 마라(웃음). 

일단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차이가 크긴 하다. 웹3에선 아무래도 기업의 힘이 많이 약해진다는 걸 느낀다. 

최근 오픈시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NFT 거래소인 룩스레어가 등장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건 (오픈시의)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공개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과거 웹2 서비스에선 불가능했던 일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힘만으로 업비트의 서비스를 베껴서 그대로 들고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보상 체계나 거버넌스, 토큰 이코노미 같은 이야기가 서비스에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웹3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어떻게 발전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올해 1월 페이스북에 미스터 미상 작가의 고스트 프로젝트 NFT 구매 사실을 알리면서, "좋은 NFT를 살 때는 최소 세 개씩은 사야 후회가 없다"고 썼다.

=어떤 프로젝트 NFT가 좋아서 샀는데 너무 오르면 팔고 싶어지지 않나. 그런데 팔면 또 더 이상 들고 있을 수 없고.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의 NFT는 원금회수용, 고점매도용, 장기보유용 이렇게 각각 하나씩, 총 세 개는 사자고 혼자 정한 거다. 

예술품을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누구나 투자 목적과 수집 목적이 조금씩 섞여 있다. 그 비율을 각자 어떻게 정하는 건지가 다를 뿐. 

-NFT 투자가 처음인 사람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또 있나? 

=실물 예술품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도 비슷한 조언을 많이들 하는데, 처음부터 유명한 작가의 비싼 작품을 사지 말라는 거다.

'보는 눈'이 생길 때까지는 간단한 판화처럼 저렴한 걸 사거나, 가격과 무관하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부터 사 보며 경험을 키워 가는 게 좋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는 눈이 생기면 비싼 걸 사는 거다.

NFT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기반 NFT이건 예술품 NFT이건, 관심이 있다면 싼 것부터 시작해서 발을 담가 봐야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더 큰 데에 투자할 수 있는 거고.

그냥 친구 말만 듣고 비싼 걸 덜컥 샀다가는 물리기 딱 좋다.

-그럼 NFT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 보려는 이에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어쨌든 사업을 하려면 그 씬에 깊숙히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직접 들어와서 느끼지 않고 겉에서 보면서 사업을 하기는 좀 조심스럽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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