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JYP와 함께 일한 그가 '탈중앙 엔터'에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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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박상혁 2022년 3월27일 10:30

"많은 아티스트의 A&R(Artists and Repertoire)을 담당했지만 창업에는 큰 뜻이 없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해왔던 개방형 구조의 엔터테인먼트가 블록체인 산업의 탈중앙화와 맞닿는 개념인 줄 몰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은 내가 블록체인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는 지난 23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병기 대표는 원더걸스, 2AM, 2PM, 인피니트, 러블리즈 등의 A&R을 맡은 경험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베테랑이다. 지난 2007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사내 A&R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A&R은 아티스트의 발굴·계약·육성을 맡고 아티스트 콘셉트에 맞는 기획·제작의 영역까지 담당하는 분야를 의미한다.

정 대표의 말처럼 블록체인 업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그런 그가 탈중앙형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구조에서 아이돌 지망생이 자신을 알리는 방법은 오디션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합격하는 것밖에 없었다"며 "팬들도 아티스트를 위해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이익은 전부 중앙화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돌아가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산업 구조를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해시드를 만나게 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모드하우스는 해시드의 스타트업 스튜디오 계열회사인 언오픈드의 엑셀러레이팅을 받는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그는 "해시드의 계열회사인 언오픈드와 손을 잡으면 기존 엔터테인먼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팬 친화적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팬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면서 체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모드하우스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청담동 모드하우스 미팅룸에서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 출처=모드하우스 제공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 출처=모드하우스 제공

-모드하우스 창업 전에는 어떤 일들을 했었나.

"나는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JYP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원더걸스, 2AM, 2PM 등의 A&R 총괄을 했었다. 이후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인피니트, 러블리즈, 넬의 A&R을 맡았다. 

비교적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헤이즈, 이달의 소녀 등의 A&R을 담당했고, 아이즈원 출신 강혜원을 발탁하고 데뷔를 기획하는 일도 담당했다. 모드하우스를 창업하기 직전에는 소니뮤직 코리아의 상무로 재직했다."    

 

-모드하우스는 어떤 회사인가.

"기존 엔터테인먼트 체제에서 아이돌 지망생이 데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각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오디션을 보는 것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사회의 네트워크가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중앙화된 엔터테인먼트 구조가 효율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빅3 혹은 빅4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더라도 아이돌 지망생이 분산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모드하우스는 아이돌 지망생에게 이러한 네트워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고, 팬 참여에 의한 콘텐츠가 제작되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회사다. 모드하우스는 이를 위해 엔터테인먼트에 IT  요소를 결합한 회사다."     

 

-이름을 모드하우스로 지은 이유는.

"모드하우스의 모드는 '모듈'에서 따온 것이다. 장난감으로 비유를 하면 기존 엔터테인먼트는 팬들에게 완제품을 제공했다. 모드하우스는 완제품이 아닌 레고의 블록을 팬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완성품은 팬들이 직접 만드는 형태다. 그런 구조의 집(공간)을 우리가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모드하우스로 짓게 됐다."

 

-언오픈드와 손을 잡은 이유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탈중앙화나 웹3의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작년에 해시드를 만나면서 내 생각이 구체화될 수 있었다. 언오픈드와 손을 잡으면 기존 엔터테인먼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팬 친화적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개된 정보 가운데 팬 참여형 걸그룹 데뷔 일정이 잡혀있다. 구체적인 시기를 알려준다면.

"올해 중으로 데뷔를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부터 팬들에게 데뷔 멤버를 1명씩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때 팬 참여형 콘텐츠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룹 이름은 'SSS'고 멤버 수도 정해놨다고 들었다. 팬들은 그룹 이름이나 연습생 선정 단계부터 관여하고 싶을 수 있는데.

"탈중앙화 팬 참여형 프로젝트라고 처음부터 모든 걸 열어놓는 게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우리 서비스를 처음 접하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 식당을 가도 맨 처음부터 메뉴를 무수하게 주면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팬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팬 참여 거버넌스의 자유도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첫 아이돌 그룹의 데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 다음 그룹부터는 팬 참여에 대한 자유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룹 이름이나 연습생 선정까지도 팬 참여 영역으로 확대할 생각이 있다."

 

-장기적으로 아이돌 제작 전 과정을 탈중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교했을 때 모드하우스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탈중앙화는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다. 그럼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탈중앙화 논의가 덜한 이유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탈중앙화하면 엔터테인먼트 회사 자체를 해체하겠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힐튼호텔이 기존 서비스를 에어비앤비처럼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프로젝트 구조를 탈중앙화에 맞게 설계하면 수익모델에는 지장이 없다고 본다. 에어비앤비가 숙소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수익모델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가 아이돌 지망생 풀을 중계하고 나아가 그 풀의 공간을 직접 형성하는 역할을 맡으면, 그 안에서 기존 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른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모드하우스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거버넌스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모드하우스가 완전히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다는 것인지.

"제작 과정을 탈중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에는 각 아이돌 지망생 풀을 중계하는 역할을 모드하우스가 리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모드하우스 자체 풀을 제공·관리하는 데 우리의 역량이 투입될 수 있다."

 

-아이돌 지망생 풀이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일까.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 공간을 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가 탈중앙화되더라도 네트워크 안에서 팬과 아이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그 풀을 우리가 제공하고 다른 풀들을 연결해준다는 의미에서 아이돌 지망생 풀을 거론한 것이다." 

 

-아이돌 멤버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과정에서 팬들이 각 멤버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탈중앙형 콘텐츠란 어떤 것인가. 

"구체적인 콘텐츠는 멤버가 공개되고 나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때 공개하려고 한다. 시작도 안했는데 미리 얘기하면 팬들에게는 우리 프로젝트가 기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팬들이 투표로 연습생 데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홍보했던 모 프로그램도 나중에 (투표 조작) 논란이 일어나면서 결국 팬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았나. 

모드하우스가 그런 논란을 일으키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소통과 같은 키워드를 프로젝트 시작도 전에 거론하면 오히려 안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되레 불통이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지 않나."

 

-멤버 포토카드 대체불가능토큰(NFT) 서비스를 계획한다고 들었는데 향후 NFT 중심의 팬 참여 거버넌스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드하우스가 멤버 포토카드 NFT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은 맞다. 그러나 NFT가 우리의 중심은 아니다. 

최근 다른 회사들 보면 NFT 하겠다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팬들에겐 NFT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회사가 NFT를 팬들에게 설명해도 NFT에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팬들은 회사의 돈벌이 수단이 하나 더 늘었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처럼 팬들이 CD를 많이 구매하는 나라도 드문데, 이것도 CD 자체의 가치라기보다는 팬들이 해당 아티스트의 CD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NFT 중심의 거버넌스보다는 팬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가치는 자연스럽게 부여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NFT 서비스를 거버넌스에 도입하면 NFT를 구매했다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진짜 팬이라는 게 인증이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NFT를 주목하는 부분은 있다."

 

-팬을 위한 보상체계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모드하우스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이 팬을 위한 보상체계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안에서 그동안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합당한 보상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보상체계 역시 프로젝트 시작 이후에 공개하려고 한다. 

첫째로 팬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팬에게 보상을 주겠다는 홍보 자체가 마케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홍보하기 보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시작되면 팬들이 보상의 개념을 직접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로 내가 그동안 경험한 팬들을 미루어봤을 때 금전적인 보상은 그들의 생각 밖 영역일 수 있다. 팬들은 응원하는 아티스트가 잘 되는 그 자체를 보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당장은 모드하우스가 팬들의 의사를 잘 반영해서 아티스트를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공간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요즘 기존 지식재산권(IP)에 NFT만 씌우는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기존 자동차 엔진에 바퀴만 전기차 바퀴로 바꾸는 꼴이라고 본다. 모드하우스는 자동차 엔진 자체를 탈중앙형 팬 참여 거버넌스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콘텐츠 기반의 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신기술을 도입해도 콘텐츠 관점에서 팬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서비스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직 새로운 거버넌스 안에서 어떤 콘텐츠가 팬들에게 좋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언오픈드와 함께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론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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