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이시] 역사 기록을 블록체인으로 하면 어떨까?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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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2년 3월29일 07:30
Dario Veronesi/Unsplash
Dario Veronesi/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내가 폴 비냐와 함께 두 번째로 공동 집필한 크립토 서적 ‘트루스 머신(The Truth Machine)’을 준비하던 지난 2017년 자료조사 도중 크립토그래피티닷컴(cryptograffiti.com)의 피드를 읽게 됐다. 크립토그래피티닷컴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된 코딩 메시지와 사진들을 읽고 저장할 수 있는 사이트다.

거기서 나는 각종 메시지와 사진들을 접했다. 거래를 위한 팁, 자동차 판매 글, 스탠딩록 원주민 보호구역 인근 송유관 건설 반대시위에 대한 의견들, 가끔 등장하는 음모론, “훌륭한 사람, 아버지, 친구였던 조르주 프레이폰트(1946.1.16~2017.2.19)를 기리며… 많이 그립습니다”라는 메시지까지.

하지만 그중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건 2016년 10월 작성된 메시지였다. “비트코인 30개가 필요합니다. 시리아를 떠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시리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는 14살이고 알레포에 삽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커뮤니티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 아이가 기부금을 받았을까? (당시 비트코인 30개는 1만8000달러 정도였다.) 알레포는 벗어날 수 있었을까? 과연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을 거란 것을 나는 알았다. 또 이 메시지가 진짜 도움을 필요로 했던 건지, 아님 사기였는지 절대 알아낼 수 없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을 보고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비트코인의 변경할 수 없는 원장(immutable ledger)이 누군가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던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인권을 박탈하는 데 혈안이 된 독재정권에 대한 작지만 중대한 저항 행위였다.

가상자산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업 모델들에 쏠리는 열풍을 낱낱이 뜯어보면 가장 중요한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불변성에 있다. 진정으로 탈중앙화된 비허가형 블록체인이야말로 유일하게 깨지지 않을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권위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시기에 이는 매우 강력한 개념이 된다.

권위주의를 견제할 방벽으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나 언론의 변화 등 수많은 요소를 복잡하게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블록체인연구센터(Center for Blockchain Research) 산하 스탈링 랩(Starling Lab)이 진행하는 연구 등에 힘입어 다른 암호화 수단들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칼럼 후반부에서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스탈링 랩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정당화를 위한 거짓말

보통 모든 독재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서 필연적으로 왜곡된 그들만의 역사관을 주장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바탕으로 세워진 정당한 권한이 없으므로 대중의 생각 속에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할 이야기를 주입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른바 ‘0년(Year Zero)’을 선포하며 캄보디아 역사를 다시 시작했던 폴포트의 전체주의 칙령을 생각해보라. 이렇듯 역사적 유용으로서 신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19세기 베네수엘라 독립운동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의 경우, 카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The Communist Manifesto)을 쓰기 20년 전에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에게 사회주의자 프레임을 씌웠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도둑질을 그만하라(Stop the Steal)’며 부정선거 규탄 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신화를 날조하는 건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난다(트럼프 지지자들은 내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길. 그것은 틀림없는 권위주의 행태였다).

현재 우리는 이 같은 행태의 가장 대표적인 예를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치에 의해 점령됐고, 제2차 세계대전 세대가 동부에서 히틀러 군대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지금 러시아군이 인접국 우크라이나의 해방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신화를 계속해서 주입하면서 자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민간 언론매체를 폐쇄함으로써 러시아군이 자행한 잔혹 행위뿐만 아니라 엄청난 러시아군 사망자 수까지 감추고 있다.

딥페이크의 시대이자 봇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시대이며, 사람들이 도파민의 지배를 받아 허위 정보를 확대 생산하도록 만드는 냉소적으로 짜인 심리전 전략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처음 도래했을 때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를 정보와 권력을 민주화하는 수단으로 극찬하곤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소셜미디어의 악용 사례가 늘면서 사회과학자들이 ‘거짓말쟁이의 배당금(liar’s dividend)’이라 부르는 현상이 생겼다. 이는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상황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정보에 대한 불신을 팽배하게 만든다.

2018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중-러 유소년 아이스하키 경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관했다. 출처=신화통신
2018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중-러 유소년 아이스하키 경기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신화통신

탈중앙화된 신뢰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터넷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비평가들이 자주 지적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안에는 변경이 불가하도록 거짓된 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다) 정보의 영속성이란 원칙이 우리의 온라인 정보이용 방식을 바꿀 체계를 제공한다.

스탈링 랩의 접근법은 암호화 방식으로 서명, 저장된 정보를 인증하고 판단함에 있어 새로운 사고방식을 취함과 동시에 암호화, 탈중앙화된 저장소, 영지식 증명 기술과 결합해 모두가 함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한다.

스탈링 랩은 현재 언론인, 법조인, 역사학자들과 함께 이런 수단들을 활용해 문서화와 증거 수집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정보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탈중앙화된 신뢰의 도입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스탈링 랩 공동 창립자 조너선 도탄은 말했다.

그는 또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정보인증 방안을 마련하는 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내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 순간을 멈춰 가둬놓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암호화가 가능하다. 즉,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언제 공개할지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생화학무기 공격이 자행됐다는 증거가 드러나기 전 대중의 마음속에 의심의 싹을 키우기 위해 러시아의 거짓정보 봇으로 ‘시리아 거짓말(#SyriaHoax)’이라는 해시태그를 온라인에 퍼뜨렸던 예를 들며, 현 시점에서 이 기술들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저지르는 전쟁범죄들의 증거를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 세계가 마침내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때에 과거 일어난 사실에 대한 입증 가능하고 안전하게 보호된 기록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스탈링 랩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 중 일부는 이미 잠재적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스탈링 랩 연구팀은 파일코인(Filecoin)의 탈중앙화된 저장소 프로토콜을 이용해 지난해 1월 6일 발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사태를 포함해 2020년 대선 당시 78일간의 기록이 담긴 사진들을 보관한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홀로코스트의 경우 특히나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며 다시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네버 어게인(never again)’이란 약속을 했다. 우리 인류가 이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선 미래 세대가 실제 일어난 일을 잊거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암호화와 블록체인 기술의 이용 사례로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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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Eileen 2022-03-29 14:51:11
블록체인에 역사를 기록하면 일부 나라에서 완전히 왜곡되여 해석하는 것을 방지하진 않을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