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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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가상자산 공약 심층 분석을 네 차례 연재합니다. 28일 두 번째로 '거래소발행(IEO) 방식을 통한 국내 가상자산발행(ICO) 허용' 공약을 다룹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 이해붕 두나무(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디지털자산·신산업대응팀장(파트너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월19일 거래소발행(IEO·Initial Exchange Offering) 방식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IEO에 대해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코인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가 중개인, 검증자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공약 이행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자본시장의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 같은 규제·감독 기구가 먼저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거래소들에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상장심사조직 설치를 강제하고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IEO 해도 불공정거래 막기 어렵다

 

IEO 공약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코인 발행의 '중개인' 역할을 맡겨 초기 책임을 지게 하면 이들이 “검증자와 중개 역할을 맡아 위험을 줄여” 투자자 보호가 가능할 거라는 뜻이다.

그러나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의견을 준 전문가들은 “지금은 거래소들에 IEO를 맡겨도 투자자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거래소들은 “중개인이 돼 (...) 검증자와 중개 역할을 맡아 위험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27일 “현재의 가상자산거래소는 증권시장에선 서로 다른 기관들이 나눠서 맡고 있는 기능이 모두 집중돼 있어, 근본적으로 고객이익우선보호와 이행상충방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래소 시스템에는 매매·중개, 매매체결, 청산·결제, 예탁, 상장규제 기능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상충을 막기 어렵다는 건 '내부자 거래', '한통속' 끼리의 거래를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거래소와 특별히 가까운 관계(특수관계)에 있거나 거래소와 남몰래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투자자나 기업이 발행한 코인을 그 거래소가 발행하면 투자자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17일 금융위원회 발표는 그러한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과 거래소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을 직접 상장해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특수관계인에는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본인이 단독 또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30% 이상을 출자했거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 또는 단체와 그 이사ㆍ집행임원ㆍ감사 등이 포함됐다.

거래소와 거래소 임직원이 자기 거래소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됐다. 이를 어기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와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권오훈 변호사는 27일 “지난해 금융위 조치 이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소들에 IEO를 허용하려면 이해상충방지 대책 등을 반영해서 먼저 가상자산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전지성 기자/ 코인데스크 코리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월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전지성 기자/ 코인데스크 코리아

'코인 전담' 시장감시위원회 먼저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시감위처럼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할 전담 감시 기구가 먼저 설치돼야 IEO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내부자 거래나 자전거래 같은 불공정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이해상충도 차단해야 코인 발행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붕 센터장은 28일 “IEO건 ICO건 가상자산 발행에 대해서는 그 절차와 요건에 대해 가상자산법을 입법할 때 투명성과 전문성을 적극 반영해서 상세하게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입법 과제라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는 가상자산법 입법을 적극 논의하면서, 시감위 같은 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검토했다. 당시 한 정무위 관계자는 “시감위 같은 전담 규제 기구 도입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기 때문에 정무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보고에 따르면, 자본시장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33명), 금융감독원 조사 인력(77명·조사기획국,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 한국거래소 시감위(7개 부서 120명) 등 조직적인 감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시감위의 불공정거래 전담 감시‧심리부서 인력은 35명이다.

정무위는 국회에 발의된 13개 가상자산법안과 관련법 개정안 분석을 거쳐 “코인 시장에는 감시 시스템이 없고 자본시장과 감시 시스템 구축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서희 변호사는 27일 “새 정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할 때 가상자산 성격 규정, 전담 부처 설치와 함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할 기구(시감위와 유사 기능 수행) 설치 방안이 반영돼야 IEO 공약 이행이 순조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로고. 출처=각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로고. 출처=각 거래소.

거래소 상장심사조직 설치·운영도 강제해야 

 

IEO 공약의 실현을 위해 거래소들에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상장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투명한 운영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전문가들이 제안했다.

최근 한 규제당국 관계자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위원회 형식의 상장심사기구가 각 거래소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지, 상장심사기구 구성원이 몇 명인지, 상장심사기구에 외부 위원이 얼마나 많은지, 운영방식과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국내 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거래소 상장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래소들은 오래 전부터 상장심사원칙을 발표하거나 상장심사조직을 운영한다고 밝혀 왔지만 상세한 내용은 알려진 것이 없다.

독립적인 상장 지원 전담기구를 신설해 거래소와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오훈 변호사는 28일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과 같이 자본시장에서 IPO(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주관사(증권사·IB) 역할을 하는 전담기구 신설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때 전담기구는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임원의 자격 요건, 이해상충 방지 체계' 처럼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업 인가에 준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기능 줄일 수 있을까

 

현재 거래소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과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거래소는 증권거래소(KRX)처럼 '상장 심사 및 매매중개'만 수행하게 하고 청산결제(clearing) 기능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청산결제란 투자자들의 거래를 실제로 실행하고 확정해 마무리하는 절차다. 청산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대상 품목과 수량, 거래대금을 확정하는 업무다. 결제는 청산을 통해 확정된 품목과 대금을 매수자와 매도자의 계좌로 동시에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주장엔 반론이 적지 않았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들은 그러지 않고 있는데 한국 거래소들에만 기능 분리를 강요하면 한국 거래소들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조정희 대표변호사는 “거래소의 기능을 나누거나 (거래소 외에) 별도 기구를 만들어 거래소 기능을 넘겨주자는 의견은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제도적인 준비부터 먼저 이룬 다음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기초적인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런 논의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에서 진행된 IEO 목록. 출처=바이낸스
바이낸스 런치패드에서 진행된 IEO 목록. 출처=바이낸스

IEO, 문제점도 많았다

 

2017년 12월 바이낸스의 최초 IEO 플랫폼 '런치패드(IEO의 일종)'를 시작으로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IEO를 충분히 경험했다. 그러나 지금은 IEO 인기가 시들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1월 IEO 투자 주의보를 발표했다. SEC는 당시 공식 성명에서 "신기술과 금융상품을 연계한 디지털자산 공개 등은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기 때문에 IEO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IEO는 연방증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먹튀'의 기억이 아직 뚜렷하다. 2019년 1월 경북 안동의 거래소 인트비트는 자체 거래소 토큰인 'INT(인트)'를 IEO로 사전 판매한다고 광고하면서 350여 명의 투자자에게 약 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인트비트는 돈만 모은 뒤 거래소를 폐쇄했고 관계자들은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횡령 및 유사수신 행위 등을 이유로 고소했고, 그 결과 주요 관계자가 구속됐다.

출처=인트비트
인트비트는 고액의 자동차를 경품으로 걸고 가상자산 구매를 부추겼다. 출처=인트비트

2018년 11월 거래소 퓨어빗 먹튀 사건도 있었다. 퓨어빗은 거래소토큰 'PURE(퓨어)' 상장 전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약 26억원 상당의 ETH(이더리움)을 모은 뒤 관계자들은 사라졌다.

IEO 공약 분석을 도운 전문가들은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역사를 보면 IEO건 ICO건 가상자산 발행은 무엇보다 입법으로 규제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새 정부 가상자산 정책 담당자들은 IEO, ICO의 과거를 되새겨서 장단점을 확인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반드시 거래소 규제와 가상자산 발행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인선, 전지성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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