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이 평등한 ‘유동성 민주주의’…가상자산 다수결 ‘다오’
참여자 자유롭게 의견 내고 다수결로 의결
국보 경매 나선 다오 등 주목…익명성은 장점이자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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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22년 3월30일 13:00
출처=플리커
출처=플리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불과 두달 뒤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열린다. 이처럼 한국에선 투표 등 간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국민들의 참여가 이뤄진다. 만약 직접 새로운 정책을 만들거나 기존의 정책을 바꾸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직접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다오’(DAO)를 통해서다.

다오는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중개인이나 관리자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다. 이상적인 정치 구조 체제라 일컫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혹은 ‘계 조직’으로 생각하면 쉽다.

최초의 다오는 블록체인과 함께 탄생했다. 블록체인은 특정한 중앙 주체의 통제 없이 물건을 사고팔거나 금융 서비스를 하고자 한 비트코인에서 시작했다. 다오가 ‘중앙의 통제 없이’(탈중앙화) 자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꿈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다오 역시 비트코인처럼 무정부주의 성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다오에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다오 참여자는 제안된 안에 대해 다수결로 의결한다. 여기서 과반 이상 찬성을 받는다면 다오의 방침으로 정해진다.

국회에서 입법안을 의결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협동조합, 국회 등에선 구성원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이 이뤄지고 결정된 제안도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 다오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한번 정해진 내용은 변경할 수 없을뿐더러 블록체인상에 모든 것이 기록되고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다오의 중요한 특징 한가지가 나온다. 현실에서는 ‘1인 1표’라는 형태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하지만 다오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뤄진 만큼 가상자산을 권리 행사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가상자산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얼마나 보유했느냐에 따라 1인당 여러 표를 행사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다오 전도사’로 꼽히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이런 배경에서 다오를 ‘유동성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동성이란 다오 참여자를 대상으로 기여도에 따라 가상자산이나 엔에프티를 나눠 주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다오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 참여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식이다.

다오는 이처럼 유동성 민주주의 시스템을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된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하고자 한다고 치자. 그러려면 먼저 국회에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야 하고 이것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와 관계부처의 협의 뒤 입법예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의견을 제안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다오에서는 다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이 다오 전체를 관통하는 제안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오 참여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제안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도 결정한다.

출처=한겨레 신문
출처=한겨레 신문

그렇다고 해도 다오를 두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이상향’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한계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다오 내 영향력의 척도를 유동성, 그러니까 가상자산이나 엔에프티를 얼마나 보유했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결정적인 한계다. 대다수 다오가 그렇듯 다오를 처음 설계하고 참여한 초기 구성원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는다. 결국 기여도를 바탕으로 얻은 권한으로 소수의 다오 참여자가 전체 다오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익명성 속에서 이뤄진다.

다오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사례도 있다. 2016년 7월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스팀잇(Steemit)의 경우다. 스팀잇은 에스엔에스에 글을 쓰면, 스팀(Steem)이라는 가상자산을 준다는 콘셉트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스팀잇에는 사용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스팀파워란 시스템이 있었다. 스팀파워를 많이 보유한 사용자가 다른 글에 투표를 하면, 그 글의 사용자가 보상을 받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스팀파워를 많이 가진 사용자끼리 서로의 글에 투표를 하는 식으로 스팀잇 내 보상을 독점하게 됐다. 게다가 스팀파워를 돈 주고 살 수 있었다. 결국 가진 자들끼리 나눠 먹는 시스템으로 전락했고 스팀잇의 인기는 추락했다.

다오 역시 이런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다오는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조직한 터라 누군가가 이익을 독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이것이 다오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눈에 띄었던 다오가 있다. 먼저 올해 초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으로 미술품 경매업체 케이옥션을 통해 내놓은 국보 제72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과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 경매 참여를 선언했던 국보 다오다. 국보 다오는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클레이튼의 가상자산 클레이(KLAY)로 총 50억원을 모아 국보를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모금에 실패한 것은 둘째 치고 이 과정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다오 참여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다오의 핵심으로 꼽히는 참여자 투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보 다오 초기 참여자 5명이 모든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1일에는 헤리티지 다오가 간송미술관의 국보 1점을 구입하는 일도 있었다. 헤리티지 다오에 참여한 56명이 모은 돈 약 30억원 가운데 25억원을 썼다. 헤리티지 다오 쪽은 국보 매입에 관한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참여자 전체 투표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오 참여자에 대한 신원 정보는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참여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달리 말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다오를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다오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라 만약 소수의 참여자가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발생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참여자는 탈퇴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다오는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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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Eileen 2022-03-30 15:25:00
회원 가입 기준이나 기여도를 정하는 기준이 탈중앙화를 실현하기에 어렵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