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하고 있는 갈매기. 출처=Stephen Tafra/Unsplash
긴가민가하고 있는 갈매기. 출처=Stephen Tafra/Unsplash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존에 관련 사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이 업계로 진출하고 있다. 또 가상자산 업계도 조금씩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도 없는 '무법지대'인 상황에서 코인을 주식처럼 봐야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상자산(코인) 거래소 코빗이 ‘컴투스 코인’ CTX(씨투엑스)를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재단과 협의하지 않고 상장한 이다.

컴투스 홀딩스 측은 “C2X 재단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빗 측은 “코인이 발행된 순간 코인의 주인은 홀더”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둘 다 맞는 얘기다.

‘협의 없는 상장’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2021년에도 KLAY(클레이튼)를 두고 당시 발행사였던 그라운드X는 협의하지 않고 KLAY를 상장했던 코인원·지닥·빗썸과 마찰을 빚었다.

이러한 협의 없는 상장은 코인 업계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주식은 시장에 유통돼도 여전히 회사 소유지만, 코인이 유통되면 재단은 코인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한 공개된 정보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또 상장시 협의를 하면 오히려 발행사와 거래소 간 뒷거래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빗의 CTX 상장은 협의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오히려 깔끔하게 이뤄진 상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은 주식 시장에서의 상장과 의미가 다르다.

한국거래소(KRX)를 통해 ‘상장’되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 가상자산의 거래가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래서 일부 거래소에서는 상장 대신 ‘마켓 추가’나 ‘거래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협의 없는 상장이 유별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 기존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CTX 사례처럼 협의 없이 상장이 일어났다면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는 가상자산 업계에 새롭게 진출한 기업이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이런 협의 없는 상장으로 엄청난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거래소는 좋은 프로젝트에서 만든 코인 거래를 선점해 거래량을 늘리고 더 많은 수수료 수익도 벌 수 있다. 발행사도 유동성이 늘어나고 프로젝트가 알려지니 좋고 기존 홀더들도 상장 즉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득이다.

그럼에도 협의 없는 상장이 주요한 문제인 건 시장의 신뢰성 때문이다.

여전히 다수 이용자들이 코인 시장을 주식 시장처럼 인식한다. 그래서 협의 없는 상장이 이해되지 않는 요소로 비춰지는 것이다. 실제로 코인 투자를 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협의 없는 상장을 설명했을 때 반응은 “이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소위 '코인 붐'이 일었던 지난 2017년 투기가 과열됐다는 이유로 코인 업계는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이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시선은 여전히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 없는 상장 이슈가 코인 시장에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4월에 촬영한 블록체인 관련 전시. 탈중앙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2018년 4월에 촬영한 블록체인 관련 전시. 탈중앙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코인 업계는 기존 기업이 가상자산 업계로 밀려들어오면서 생기는 해프닝에 대해 입을 모아 ‘탈중앙화’라는 단어로 해결하길 원한다.

하지만 탈중앙화 정신은 ‘신뢰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블록체인의 기본 원리가 그렇다고 해도 이용자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괜찮은 걸까.

특히 특정금융정보법, 트래블룰 시행 등으로 제도권으로 업계가 편입되는 상황에서 탈중앙화라는 이상과 업계가 중앙화 요소와 미묘하게 섞여있는 현실의 괴리는 좁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불편도 문제다.

BTC(비트코인) 백서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국가 권력이나 중앙 은행 통제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한 통화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에서 가장 권력이 적은 이용자가 이런 구조로 불편과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대로 괜찮은 건지도 의문이다.

특히 업계 중심에 있는 거래소는 이용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이용자 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성과 투명성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투자자 보호센터도 나오고 이용자 보호 정책도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지 이용자는 잘 모른다.

‘탈중앙화’는 블록체인의 핵심 사상이다. 그리고 그걸 모토로 업계 전반이 돌아간다.

하지만 산업이 커지면서 탈중앙화라는 미명 아래 눈 앞에 있는 이득만 보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도 든다. 모두가 좀 더 평등하길 바라며 세상에 나온 블록체인 정신을 따라 각자의 이득만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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