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테라
출처=테라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테라의 LUNA(테라)와 UST(테라 스테이블 코인)가 폭락을 거듭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 UST는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10시 가상자산 통계 서비스 코인마켓캡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중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UST는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화와 일 대 일로 가치가 연동(페깅)된 가상자산이다. LUNA 역시 11일 오전 10시 기준 1주일 새 -77% 폭락했음에도 시가총액 17위에 위치하고 있다.

UST와 LUNA가 모두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는데,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UST는 디페깅(가치 연동이 끊긴 현상)이 발생했고, LUNA는 연이은 폭락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LUNA와 UST가 묶여서 거론되는 이유는 두 가상자산의 상관관계에 있다.   

LUNA는 단순 스테이킹 보상이나 테라 체인에 대한 검증 보상 외에도 UST의 1달러 가치 유지에 활용된다. UST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시중에 풀리는 LUNA의 공급량을 늘리고, UST가 1달러 위로 올라가면 시중에 풀리는 LUNA의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1달러 가치 유지를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UST는 대체로 1달러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가상자산 급락 당시 일시적으로 1달러 가치가 깨지는 디페깅이 있었지만, 이내 1달러를 회복했다. 올해 들어서는 UST의 1달러 가치 유지에 대한 체력을 늘리기 위해 테라 생태계를 지원하는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에 BTC(비트코인)이 준비금으로 예치됐다. 5월10일 기준 준비금으로 예치한 비트코인은 약 13억달러 상당이다. LFG는 LUNA 외에도 비트코인 등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금이 있음에도 지난 10일 UST에 강력한 디페깅이 발생하자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됐다. 이날 오전 9시께 UST는 0.6달러까지 하락했다. 

과연 UST는 1달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UST 디페깅 이후 급락한 LUNA는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최근 LUNA·UST를 둘러싼 질문을 정리해봤다. 

 

1. 디페깅은 왜 일어났나.

UST의 1달러 가치가 유지되려면 크게 세 가지 중심 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첫번째 중심 축은 UST의 유동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커브 3풀이다. 커브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생태계에서 스테이블 코인 간의 슬리피지(거래 시 원하는 가격과 실제로 체결되는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를 해소하고, 신규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대형 탈중앙화거래소(DEX) 서비스다. 디파이라마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일 기준 커브는 전체 디파이 생태계 가운데 총 예치금(TVL)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브 3풀의 경우 USDT(테더), USDC(US달러코인), DAI(다이)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UST가 연결되면 UST는 기존 커브 3풀의 유동성 혜택을 누리면서 슬리피지까지 해소할 수 있는 구조다. 

그동안 UST의 1달러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근거 중 하나로 UST의 커브 풀 장악력이 있다. 커브의 유동성 공급 비율을 가늠할 수 있는 게이지(Gauge) 지표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체 게이지 풀 가운데 UST 풀은 약 16%에 달한다. 부분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인 Frax(프락스)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했을 때 UST 커브 3풀의 유동성 공급이 무너지면, UST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잘 유지되던 UST 커브 3풀은 5월 들어 LUNA의 하락과 함께 유동성이 급격히 붕괴됐다. 

무딧 굽타 폴리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트위터를 통해 UST와 LUNA의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의 UST 커브 3풀 유동성 공급 철회를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테라폼랩스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UST 유동성을 철회하는 동안 UST 커브 3풀이 취약해지면서 익명의 공격자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UST 유동성 철회는 다음 주  커브 4풀 유동성 공급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취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커브 4풀은 USDT, USDC, UST, FRAX로 구성된 풀이다. 정상적으로 4풀이 출시되면 UST의 유동성이 더 풍부해졌을 것이라는 게 테라 커뮤니티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커브 4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UST 커브 3풀이 공격당했고, 이는 디페깅 사태로 이어졌다.

두번째 중심 축으로는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인 앵커 프로토콜이 있다. 앵커 프로토콜의 UST 예치금은 UST의 시가총액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 7일 기준 UST 시가총액 대비 약 75%에 달했다. 앵커 프로토콜의 UST TVL이 급락하고 매도세가 이어지면, UST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앵커 프로토콜의 대시보드에 따르면 앵커 프로토콜의 예치금은 지난 7일을 기점으로 하락했다. 디페깅이 일어나기 전에 이탈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페드로 오제다 스플릿브릭 공동창립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앵커 프로토콜에서 UST를 가장 많이 순출금한 상위 300개의 지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상위 15개 지갑을 제외한 나머지 85개 지갑의 순출금량이 1200만달러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모종우 언디파인드랩스 파트너는 "거시경제 악화 등으로 인한 가상자산 동반 하락에 개인 투자자가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놨던 UST를 출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일 기준 앵커 프로토콜의 예치금은 약 53억8600만UST로 전일 대비 약 -50.4% 하락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앵커 프로토콜에 UST가 몰린 까닭은 무엇일까. 정답은 앵커 프로토콜이 약 20%의 고정 이율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앵커 프로토콜의 이자율 알고리듬 구조에서 스테이킹 된 LUNA(bLUNA)의 가치가 UST 예치 가치보다 2배 이상 많아야 약 20%의 고정 이율이 유지된다. 이때 bLUNA를 담보로 UST를 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야 bLUNA의 수요가 늘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곧, 대출자가 늘어야 고금리 알고리듬이 유지된다.

그러나 앵커 프로토콜 이용자의 목적은 UST 예치를 통한 약 20%의 이자 보상에 있었다. 대출보다 예치 수요가 높아지면, 앵커 프로토콜은 준비금으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이 준비금마저 다 떨어지면 약 20%의 이율 알고리즘을 깨거나 추가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테라는 추가 자금 수혈을 택했다. 

테라 생태계 지원을 위해 지난 1월 설립된 LFG는 지난 2월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앵커 프로토콜 준비금으로 입금했다. 이어 LFG는 UST 페깅 유지를 위해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 준비금을 매입했다. UST 1달러 유지를 위한 마지막 중심 축인 LFG는 이러한 행보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테라 커뮤니티는 LFG의 비트코인 매입이 UST 페깅 펀더멘탈을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LFG 지갑에서 약 4만2530개의 비트코인이 빠져나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확대됐다. 

디파이 생태계에 정통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인 A씨는 "LFG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지만 출금된 비트코인이 아직 매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LFG가 디페깅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서는 기관의 LUNA 공매도, 트론의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USDD의 등장 등을 디페깅의 이유로 추론했지만, 이에 대한 사실관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 무엇이 문제였나.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첫째로 UST의 사용성 한계를 지적했다.

테라와 관련한 연구 보고서를 수 차례 발간한 김남웅 a41벤처스 투자분석가는 '테라의 또 다른 가능성: 인터체인 자산으로' 보고서에서 테라 생태계의 장단점 가운데 앵커 프로토콜에 대한 UST의 지나친 의존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자산이 앵커 프로토콜 안에 묶여있으면,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모종우 파트너는 "한때 UST의 시가총액이 BUSD(바이낸스 USD)를 넘기기도 했지만, 당시에도 거래량에서는 BUSD가 여전히 UST를 압도했다"며 "이는 UST의 사용처가 다양하지 않으며, 유동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UST의 유동성이 풍부했다면 최근 디페깅에서 과대낙폭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 코인 자체의 사용성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는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이 규모(시가총액) 대비 사용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블록체인 안에서만 쓰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화폐의 경우 실생활 사용 수요가 압도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가치가 존속되는 측면이 있다"며 "사용성과 규모를 맞춰 나가려면 규모를 통제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이 통제에 실패하면서 디페깅을 겪는다"고 했다.

둘째로 LFG의 미흡한 대응이 문제로 거론됐다. LFG 공식 웹페이지에 따르면, LFG의 의사결정에는 총 6명의 멤버가 참여한다. LFG 출범 이후 사실상 테라가 중앙화 구조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LFG 준비금을 통한 UST 페깅 메커니즘도 완전히 프로토콜화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탈중앙화 구조가 완성되는대로 탈중앙화로 이행할 뜻을 밝혔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트위터에서 "테라폼랩스와 LFG는 페깅 방어 프로토콜이 완전하지 못한 점과 페깅 유지를 위한 준비금이 부족했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들이 두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해시드는 테라의 초기 투자자 가운데 한 곳이다. 

 

3. UST, 1달러 회복할 수 있을까.

UST의 1달러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거 알고리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에서 수많은 디페깅이 일어났지만, 결국 1달러 회복에 대부분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디페깅이 된 웨이브의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인 USDN도 1달러 회복에 성공했다.

에민 귄 시러 아바랩스 창립자는 트위터를 통해 "어떤 법정화폐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든 디페깅이 일어날 수 있고, 아무리 취약한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이라도 페깅이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달러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A씨는 "LUNA의 가치 폭락으로 UST의 시가총액이 LUNA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상황을 길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모 파트너 역시 "앵커 프로토콜의 TVL이나 UST 커브 3풀 유동성의 급락 규모를 봤을 때 현재 LFG 준비금으로는 자금을 모두 털어도 1달러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 폭락한 LUNA 가치...다시 오를까.

LFG가 지난 10일 비트코인을 출금한 이후 이 자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UST 페깅을 위한 LFG 준비금-UST의 거래는 오프체인 공간에서 일어난다. 

최악의 상황으로 LFG의 준비금이 모두 고갈돼도 UST의 1달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결국 LUNA-UST 알고리듬을 통해 페깅 유지를 시도해야 한다. 이는 1달러가 맞춰질 때까지 LUNA가 계속해서 발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곧, LUNA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모 파트너는 "앵커 프로토콜의 TVL과 커브 유동성 회복 추이를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수치들이 회복된다면 LUNA의 가치 하락이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테라 생태계에 정통한 가상자산 VC(벤처캐피탈) 관계자 B씨는 "LFG의 자금 모금 확대나 커뮤니티의 자체 UST 매수 여부도 LUNA의 가치 반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냐에 따라 테라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5. UST, 규제 대상 될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은행·주택·도시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UST의 뱅크런 사태를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일각에선 테라 생태계가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법조 관계자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에 정통한 C씨와 D씨는 "탈중앙화 여부보다는 UST가 실제로 지속가능하게 페깅될 수 있는지 규제기관에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씨 역시 "탈중앙성 여부를 떠나서 규제기관이 관할권에 UST가 들어왔다는 판단을 하면, UST는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얼마 전에 테라폼랩스의 미러 프로토콜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시작됐는데, 이에 대해 SEC는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 법인이고 설립자가 한국인이라도 미국 투자자 보호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되면 규제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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