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메사리 보고서 캡처
출처=메사리 보고서 캡처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인 UST(테라 USD)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1달러 아래로 하락하더니, 0.6달러까지 내려갔다. UST는 스테이블 코인 중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분류된다. 

USDT(테더)나 USDC(USD 코인)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1달러를 예금할 시 코인 1개를 발행하는 자산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면,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기초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받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그래서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은 기초자산의 가격, UST는 LUNA의 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UST가 1달러에서 0.6달러로 내려간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LUNA 가격이 65달러에서 13달러까지 하락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보인다.

바이낸스 UST/USDT 1시간 봉 차트 추이. 출처=트레이딩뷰
바이낸스 UST/USDT 1시간 봉 차트 추이. 출처=트레이딩뷰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이런 가격흐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비트쉐어의 BitUSD가 있다. 한때 시총 3위까지 올라갔던 비트쉐어의 여세에 힘입어 주목받던 이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쉐어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게 되며 점차 가격이 불안정해지더니, 2019년에는 0.6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BITUSD 차트 추이. 출처=라이브코인워치
BITUSD 차트 추이. 출처=라이브코인워치

두 번째 주목할 만한 시도는 DAI(다이)다. 초창기에는 이더리움을 담보물로 맡기고 발행하던 이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물의 안정성을 위해 여러 자산을 함께 사용하는 업그레이드를 2019년 단행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DAI는 점차 1달러에 가격을 고정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담보물에 대한 부담이 누적됐다. 결국 DAI는 달러와 1 대 1로 교환되는 자산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USDC을 기초자산에 편입했다. 

알고리듬으로 1달러를 발행하기 위해 실제 1달러와 직접 교환되는 코인이 담보물로 사용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덕분에 DAI는 1달러에 가까운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할 바에는 그냥 USDC를 사용하면 되지 왜 굳이 USDC를 담보물로 맡기고 DAI를 발행해서 써야 하냐는 비판이 있다.

세 번째는 UST다. 이번 디페깅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큰 자금을 가진 투자자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 여러 금융 장치를 활용해서 공격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본다면 이번 사태는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의 태생적 한계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뜩이나 불안정하고 변동 폭에 제한이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담보를 토대로 구성된 생태계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취약점이 도드라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가 지게 된다. 특히 '스테이블'이라는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더욱 억울한 상황이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원래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언제든 1달러 어치 기초자산으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1UST는 항상 1달러 어치 LUNA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1UST는 대략 0.7~0.8달러 어치 LUNA로 밖에 교환되지 않는다. 테라 독스(문서)에 따르면 LUNA와 UST를 교환하는 자금 풀의 유동성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이 없어서 예금한 돈의 70%만 내어주는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상한가가 1달러인 코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 있어 보인다.

출처=테라 스테이션
출처=테라 스테이션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의 세 번째 도전을 기대했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재도전의 기회가 남아있는 곳이 가상자산 시장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모두에게 더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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