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Dieter Pelz/Unsplash
출처=Dieter Pelz/Unsplash

테라 생태계의 붕괴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서, 잘못 설계된 가상 프로젝트가 현실 세계에 남긴 잔해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LUNA(테라) 투자자들의 비통한 절규는 SNS와 각종 게시판을 휩쓸고 있다. 심지어 자살한 이들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상자산 산업에 몸담은 우리에게 지금은 각성의 순간이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테라의 실패에 대한 예측을 포함하여) 거품 낀 가상자산 시장의 불합리성을 보여주려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참가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생긴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분명한 것은, 가상자산 산업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실험적인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이들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이해하기 쉽다. 바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이다.

테라 생태계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만든 ‘죽음의 나선(death spiral)’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폭락은 테라 네트워크를 설계된 알고리듬의 당연한 결과였으며 루나의 가격은 계속해서 0달러에 근접할 것이다. 1달러가 아니라 0.18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블록체인이 중단된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 UST(테라USD)의 가격 역시 0달러로 향할 것이다.

지난 14일 권도형 대표가 게시한 ‘테라 복구 계획’은 모욕적인 농담에 불과하다. 지난주 말 기준으로 약 680억달러어치의 LUNA와 UST 합산 발행 가치가 증발했다. 이 와중에 거래소들은 이들 코인의 거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윤리적으로 어긋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의 규모와 심각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고 실험의 일환으로, 가상자산 생태계 프로젝트가 LUNA와 UST 발행 총량의 절반가량을 보유했으며 이번 사태 이전에 외부 투자자들이 평균 2만달러의 UST 또는 LUNA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340억달러를 20달러로 나누면, 약 170만명의 투자자들이 전 세계 99.9%의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만한 금액을 잃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많은 이들이 5월12일 고점에서 테라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저 모든 금액이 실제 달러는 아니다. 하지만 장부상 손실은 여전히 파괴적일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은 실제로 돈을 잃었다. 특히 소위 ‘안정적인’ UST를 통해 LUNA 기반의 앵커 대출 프로토콜에서 20%의 수익을 노렸던 이들의 피해가 컸다.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투자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매튜 그레이엄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기업 시노 글로벌 캐피탈(Sino Global Capital) 대표는 시스템 붕괴가 초래한 대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는 투자자들의 절망적인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분노한 투자자들이 한국에 있는 권도형 대표의 자택 무단침입을 시도하여, 권 대표의 아내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가장 암울한 보도는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전환된 한 트윗에서, @terranaut3이라는 아이디의 전 테라 지지자는 이번 폭락 사태 이후 적어도 8명의 주변 지인들이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테라 서브레딧(subreddit)은 자살이나 자살 미수와 관련된 소식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링크와 원금 손실로 인한 생활고에 대한 게시물이 매일 같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글은 포럼이 닫히기 이틀 전인 LUNA가 현재 가격의 수백 배에 거래되고 있었던 시점에 게시되었다. 코인데스크US는 게시물들의 진위성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현 시점에서 모두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들이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 코리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 코리아

가끔 비판하는 자는 도움울 주고 싶어서 비판하다

가상자산의 폭락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절망에 빠진 테라 투자자들의 소식은 일면 새롭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normies)’이 UST/LUNA 광풍에 휩쓸렸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가상자산 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로 이제까지 시스템의 막대한 자금은 가상자산의 이념이나 기술에 깊이 연관된 사람들, 또는 하이 리스크를 추구하는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의 주머니에서만 나왔다.

지난 2020~2021년 가상자산 열풍은 이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했으므로, 이번 폭락의 여파는 2018년 가상자산 거품이 꺼진 이후 발생한 디플레이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물론 규제 강화 등 각종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의 행동이 개인 투자자들을 불필요한 리스크에 노출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가상자산 펀드 매니저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그러한 자성이 필요한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월 ‘LUNA’라는 문구의 거대한 타투를 새기는 등 자칭 ‘공식적인 루나틱(Lunatic)’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보그라츠는 3월경 루나에서 모든 자금을 뺐다는 보도가 퍼졌다.

그가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더라면 많은 투자자들이 그의 근거 없는 선동을 보고도 Luna 열풍에 올라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노보그라츠의 행동은 본질은 다르지만 최소한 내용 면에서는 수준 낮은 ‘펌프앤덤프(pump-and-dump,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한 후에 다시 급락하는 패턴으로, 작전 세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주가 조작 증권 사기의 형태)’와 비슷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람들이 얻었으면 하는 몇 가지 교훈은 약간의 겸손함, 비판적 사고, 그리고 반대 의견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다. 죽음의 나선이 시작되기 전에 코인데스크US를 방문한 약 1만7000명의 사람들은 결국 현실이 되어버린 테라의 실패 시나리오에 대한 나의 4월 22일자 기사를 읽었을 것이다.

단 수십명의 독자들, 아니 단 한명의 독자라도 내 기사를 읽고 폭락에 대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면,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만약 또다시 평론가와 비평가들이 공격 당하고 무시 받는 모습을 보거든, 기억해라. 우리는 당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 주기를 바란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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