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nemone12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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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녹화 중 세대 차이를 체감한 적이 있었다. 돈 버는 게임(P2E)을 주제로 다룰 때였다. 내게 바다이야기는 16년 전 발생한 해프닝일 뿐이었다. 당시 관련 뉴스를 접하기야 했지만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런 만큼 왜 10년도 더 넘은 일 때문에 P2E가 계속 허용되지 않는지 의문이 남았다.

진행자 분과 다른 패널 분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바다이야기는 국회의원, 보좌관, 문화관광부 공무원까지 사법 처리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P2E에 대한 정부의 현 규제에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었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셈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사고는 완전히 다르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2008년 부동산 대폭락 시절에 경제 활동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미래에 대한 전망 자체가 다르다. MZ세대는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자산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펼친다. 

특히 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국가 부도의 날'을 겪어보지 않은 채로 주위 사람들이 투자로 돈을 버는 모습만 지켜봤다. 여기다 물가도 연일 치솟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만으로 집 한 채 장만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가 된다. 그 어떤 세대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LUNA 폭락으로 인해 몇 십억씩 손해 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뉴스뿐 아니라 지인으로부터 그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운 요즘이다. 그런데 윗 세대는 위로는커녕 혀만 끌끌 찬다. '실체도 없는 것에 그만큼의 재산을 넣었으니 투기다'라고 지적만 한다. 트라우마가 없는 세대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지금 세대에게 새로운 트라우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트라우마가 지금 세대의  사고를 어떻게 바꿀지 다소 우려스럽다. 자칫하다간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더 나아가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처럼 기존 금융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를 부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혹자는 LUNA 사태를 두고 "가상자산 시장 다 망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조금 성급한 결론으로 보인다. 사태 이후에도 비트코인이 3만달러 선을 나름대로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크립토 겨울' 때 비트코인이 3000달러까지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지금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크립토 겨울' 사태를 겪은 사람들이 이런 시장에서도 굳건히 버티는 이유다.

물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일리 있다. 그동안 디파이 프로젝트가 높은 연 이자율을 앞세워 투자자를 유치했다가 결국 붕괴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실패들이 ‘실험’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왔다. 모두가 디파이의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해온 만큼, 대규모 붕괴 사태는 테라가 아닌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에서도 생존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는 필연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가 가상자산 시장에 만연하던 관행과 모럴 해저드를 경계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기를 바랄 뿐이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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