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겨레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의 주요 밸리데이터, VC들. 출처=한겨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양석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켰다. 합수단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고발을 ‘1호 사건’으로 맡았다. 테라는 처음부터 사기였는지, 권 대표는 피해를 막으려 최선을 다했는지 등이 수사 쟁점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권 대표를 어떻게 데려올지도 관심사다. 이런 수사 쟁점들을 짚어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왔고 큰돈을 투자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 사용하는 토큰은 없었습니다. 실생활에 쓰는 토큰, 우리가 만들겠습니다.”(신현성 전 테라 공동대표. 2018년 9월14일 업비트 개발자 대회 연설)

“(테라의) 디파이(DeFi·탈중앙금융서비스)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은 최대 20%의 연이자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것(테라)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스테이블코인입니다.”(권도형 테라 대표. 2021년 3월15일 앵커프로토콜 출시 이틀 앞두고 트위트)

“내 발명품(테라)이 모두에게 고통을 줬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고통스럽습니다.”(권 대표. 2022년 5월14일 트위트)

한국계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에 대한 신 전 대표와 권 대표의 주요 발언이다. 2019년 4월 테라 공식 출범 전부터 최근 몰락까지 흐름이 집약돼 있다. 이걸 보면 두 사람에게 테라는 완전히 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수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테라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논란과 별개로 형사 책임을 가리는 절차다. 전직 특별수사통 검사장은 24일 “이번 수사도 형사 책임을 질 사람을 가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서 테라가 언제부터 위험해졌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성 전 테라 대표가 2018년 9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로서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업비트
신현성 전 테라 대표가 2018년 9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로서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업비트

테라의 역사는 극단적인 여론 때문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테라의 가상자산 루나(LUNA)와 스테이블코인 테라유에스디(UST)의 몰락에 언론은 “테라의 탄생부터 전 과정이 사기 아니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거래소 ‘깜깜이 상장’ 논란도 그 오해 탓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선 다르게 이해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신 전 대표는 미국의 페이팔 같은 세계적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꿈이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안에서 인정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실제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을 결제시스템에 활용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를 혁신하는 게 그 당시 규제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하겠다 하고 2020년 3월 이후엔 회사의 어떤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핀테크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을 세워 지급결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신 전 대표가 떠나고 1년 만에 테라는 다시 크게 주목을 받는다. 권 대표는 2021년 3월17일 ‘최대 20% 연이자’를 약속하며 앵커프로토콜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디파이 서비스다.

권도형 대표가 4월2일 트위터에 앵커프로토콜의 20% 이자에 대해 언급했다. 출처=권도형 트위터
권도형 대표가 4월2일 트위터에 앵커프로토콜의 20% 이자에 대해 언급했다. 출처=권도형 트위터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불분명한 디파이를 이용해 규제의 간섭을 벗어나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워낙 높은 이자율 덕분에 지난해 디파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루나를 사용했다는 점이 전부였다. 신 전 대표는 국내외 15개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과 제휴해 가상자산 지급결제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거기서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을 늘리기 위해 테라 결제 때마다 결제액 수수료 0.5%를 루나 보유자에게 주려 했다. 당시 기존 결제대행업체들의 수수료 2~3%에 비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로 거래 기반(생태계)을 키우고자 했다.

반면 권 대표는 실생활 대신 정교하게 짠 프로그래밍 코드(알고리듬)로 테라유에스디의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악화와 외부 헤지펀드의 공격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한꺼번에 몰리자 알고리듬이 고장 난 것이다.

곧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낸다. 권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고 ‘테라 2.0’으로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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