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Tom Wilso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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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가상자산 산업을 휩쓸고 있는 이른바 ‘금융 팬데믹’에 여러 업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교훈 하나는 신기술의 잠재력이 아무리 커도 레버리지 사이클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융산업 투자자들이 지난 25년간 반복적으로 학습한 내용이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과학은 월가에 진출한 뒤 주기적으로 과도한 부채로 인한 투기를 부추겼다. 

1998년 LTCM(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태부터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2008년 금융 위기에 이르기까지 주기적으로 나타난 폭발적인 사건 속에서 한 가지 공통된 패턴이 발견된다. 그것은 곧, 신기술의 미래에 대한 열정이 투자 리스크를 부당하게 줄이며 왜곡된 사고방식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위 세 가지 사례에서 각 기술이 쓸모가 없었던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경제와 시장에 가시적인 혜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이번만큼은 다르다’라는 망상적인 사고방식을 부추기며, 지속불가능한 부채 중심의 투기를 조장했다. 그러다 신용 거품이 커지면 수익을 낸 사람들이 등장해 해당 기술이 ‘마법의 해결책’임을 선전하며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일반 및 기관 모두)를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다.

결국, 거품이 꺼지고 문제가 폭발한 순간 모든 손실은 후발 투자자가 떠안고 말았다. 

이때 정책입안자에게 한 가지 메시지가 전달된다.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라는 것. 나는 이 기사에서 규제 기관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다시 저울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가상자산 지지자들에게 역사적 인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소위 ‘문지기’를 없애고, 특정 시장 기능을 자동화하는 영리한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탐욕과 두려움의 악순환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특징을 완화하면서 기술이 안전하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출처=Chenyu Gua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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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M 위기에서 얻는 교훈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자는 LTCM 위기 같은 사건의 의미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젊다. 

그러나 월가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한숨을 내쉬며 장황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LTCM은 월가의 전설적인 회사 살로먼 브라더스의 채권 거래 책임자 존 메리웨더가 1994년 설립한 헤지펀드로 채권시장 차익거래에 과도한 부채를 베팅했다. LTCM 이사회에는 1997년 금융 옵션 가격 책정을 위한 블랙-숄즈 모델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이 참여했다. 

이러한 과학적 ‘혈통’은 LTCM에 후광효과를 더했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고안한 정교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듬에 금세 매료됐다. 이 알고리듬은 상관관계 이력이 있는 자산 전반의 가격 불일치를 식별했다. LTCM 펀드는 식별된 상황의 양쪽에서 반대 입장을 취한 채 시장이 평균으로 되돌아가면 수익을 낸다는 데 베팅했다.

다음은 LTCM의 유명한 전략 중 하나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듬은 가장 최근에 발행된 30년 만기 미국 채권과 이보다 1년 앞서 발행된 29년 만기 채권 간 수익률 차이가 커졌음을 식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최근에 발행된 채권에 약간의 유동성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즉, 수익률이 과거에 발행된 채권보다 약간 낮다)

그러나 양쪽 투자자 모두 미국 정부에 대해 ‘위험이 없는’ 태도를 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둘 사이의 수익률 격차가 너무 커져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유동성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는 시기에 LTCM 알고리즘은 최신 발행 채권에 대해 숏(매도) 포지션을, 그보다 앞서 발행된 채권에 대해서는 롱(매수) 포지션 전략을 실행한다. 그리고 나머지 상황은 ‘평균회귀’ 전략이 책임질 것으로 여겼다.

이 전략은 이후 수년간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LTCM 첫 3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각각 21%, 43%, 41%를 반환했다. 그 결과 당시 월가 최대 업체를 포함해 더 많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완전히 검증된 것으로 여겨진 이 펀드는 하이테크 기업 등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유치하면서 1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업체로 거듭났다.

그러나 1998년 월가에 만연한 침체 여파로 LTCM도 추락하고 만다.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러시아 금융 위기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지며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팔아버렸다. 이 상황은 결국 LTCM이 베팅했던 채권 간 수익률 격차 감소가 실현되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그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  

한순간에 수십억 건의 레버리지 거래 전략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출 기관이 압박해오자 펀드는 포지션을 해제해야 했고, 이는 시장 왜곡을 촉발해 LTCM 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자산시장 투자자에게 시스템 위험을 가중했다.  

그해 9월 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대규모 ‘펜데믹’이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경제 전반에 해를 끼칠 것을 우려했다. 이에 14개 주요 기관이 LTCM에 36억달러의 자본을 투입하는 구제금융을 실시, 강제 매도세를 중단할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난 뒤 해당 펀드는 청산 및 해제됐다. 

LTCM 사태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전체의 공황상태가 시장의 일반적인 ‘평균회귀’ 상태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블랙스완’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데이터 분석 기술이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LTCM이 사용한 전략은 여전히 많은 장·단기 헤지펀드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레버리지에 제한을 두고 인간의 두려움이나 탐욕이 과도할 때 조기 경고 신호가 작동해 시스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LTCM은 혁신 기술과 투자자 행동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제공했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LTCM이 파산할 즈음,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경제’가 훨씬 더 높은 자본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베팅을 시작하면서 이른바 ‘닷컴 붐’이 일었다. 그러나 2000년 3월 닷컴 붐이 정점을 찍은 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부상으로 인터넷은 변혁적 기술로서 완전히 검증되었지만, 붐이 한창일 때 지수로 회복하는 데는 15년 이상이 걸렸다. 

이후 10년이 채 안 돼 또 다른 거품이 터졌다. 이번에는 주택 시장이었다. 신용부도스와프(CDSs)와 부채담보부증권(CDOs)에서 비롯된 주택 시장 버블은 저가 자본의 대량 유입을 촉발했다. 이러한 자본 유입은 파생상품과 구조화 금융의 조합이 개인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충분히 분산시켰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신용평가 기관은 최상위 포트폴리오를 꾸린 이들 번들형 모기지에 트리플A 등급을 책정했다. 

결국, 이것은 2008년 전 세계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점은 Z세대, 밀레니얼 세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당시 주택 시장 거품이 지속하는 동안 번들형 모기지 및 확산하는 위험에 대한 접근 방식은 주택 금융시장을 뒷받침했고, 미국인의 주택 소유 비율을 한층 높였다. 

출처=Gabriel Meinert/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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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돌아보는 현 상황

지금까지 살펴본 역사적 사건은 모두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과 매우 닮았다.

LTCM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다수의 가상자산 업체가 쓰리애로우 캐피탈(Three Arrow Capital, 3AC)의 붕괴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상황은 1998년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가상자산 헤지펀드 문제는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 블록파이(BlockFi), 제네시스(Genesis) 같은 업체에 큰 손실을 입혔다. 

1990년대 닷컴 열풍을 주도한 과대광고는 ‘탈중앙화’와 ‘웹3’만큼이나 뜨거웠다. 그리고 지금의 열기는 광범위한 가상자산 투자자 커뮤니티의 투기적 사고를 부추기고, 높은 수익에 대한 잘못된 약속으로 이어졌다. 대부업체 셀시어스의 몰락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의 배후에서 CDS와 CDO를 만든 ‘퀀트’ 천재들이 오늘날에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의 발명가로 환생했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 몰락한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의 UST(테라USD), LUNA(테라) 같은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의 위험 관리 능력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잘못된 믿음이 퍼지도록 부추겼다. 

이러한 선례는 광기에 휩싸인 주류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상기시켜 준다. 그러나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기술까지 포함된다.

가상자산 산업의 경우 신기술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하되, 장기적으로 가치가 보장된 기술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 방법을 탐색해야 한다. 가상자산 기술에 미래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마술처럼 그 위험까지 사라지게 할 순 없다. 

영어기사: 최윤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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