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케른스 멜크제푸르트의 알프스 전경. 출처=Ricardo Gomez Angel/Unsplash
스위스 케른스 멜크제푸르트의 알프스 전경. 출처=Ricardo Gomez Angel/Unsplash

증권형 토큰은 기존 제도권 금융 모델을 기반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회계감사가 쉽지만, 유틸리티 토큰에 대해서는 가치를 매기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위메이드의 위믹스도 같은 이유로 명확한 평가가 어렵다.

실반 암버그 파트너는 지난달 30일 을지로 근처 카페에서 진행된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반 암버그는 세계 4대 회계 법인으로 알려져 있는 PwC에서 12년간 근무한 회계 컨설턴트다. 지난 2020년부터는 블록체인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회계 자문을 하는 법인인 실반 암버그 유한책임회사(LLC)를 열고, 스위스에서 가상자산 회계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암버그는 가상자산의 회계 처리 및 가치 평가는 토큰 가격이라는 명확한 요소를 빼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증권형 토큰이 아닌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에는 가치 평가가 어렵다고 했다. 

증권형 토큰(STO)이란 금융상품이나 기타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형태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뜻한다. 제도권의 자산을 디지털화한 경우가 많아서 기존 제도권의 기준으로 가치 평가가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 내에서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 발행되는 유틸리티 토큰은 아직 가치를 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유틸리티 토큰을 예로 들면 총 예치금(TVL)과 같은 가치 평가 기준이 있지만, 회계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기에는 변동성이 크고 기존 평가 방식과 궤를 달리하기 때문에 산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이 가상자산 관련 회계 기준을 발빠르게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암버그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인 위믹스에 대해서 증권형 토큰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인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앞서 위메이드는 백서에 회사 차원의 위믹스 매도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매도 시기를 공시하지 않고 매도를 진행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위믹스가 증권형 토큰이 아닌 유틸리티 토큰으로 취급되고 있다면, 매도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스위스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각 기업들이 이러한 토큰 매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자율적으로 마련하고 토큰 경제(Token Economics) 설계를 보다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실반 암버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실반 암버그 LLC의 실반 암버그 파트너.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실반 암버그 LLC의 실반 암버그 파트너. 출처=박상혁/코인데스크 코리아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회계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스위스의 가상자산 회계 정책은 어떤가.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감사·세무·수탁 전문가 협회(Swiss Expert Association for Audit, Tax, and Fiduciary)가 4년 전에 가상자산 회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규제 당국은 이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물론 협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법적 강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협회의 가이드라인이 당국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대차대조표 어디에 가상자산을 넣어야 하는지, 가상자산 수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변하는 식으로 작성됐다. 특히 4년 전에는 가상자산공개(ICO)가 유행했는데, ICO 이후 토큰 판매에 대한 회계 기준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백서에 명시된 대로 개발 비용 등에 토큰을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해당 토큰은 로드맵이 진행 중일 때는 선수금(Advance Payment, 미리 지급한 돈)으로 처리된다. 이후 각 로드맵 단계가 완료될 때마다 초과된 선수금에 대해서는 수익으로 처리한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대체불가능토큰(NFT), 이자농사 등 시장에 새로운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의 회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 회계 기준 마련과 발행자와 보유 회사의 공시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위스 당국은 유틸리티 토큰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지만, 증권형 토큰에 규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다. 토큰 보유 회사나 토큰 발행자가 공시를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가변적인 것들이 많고 무엇을 공시해야 하는지 정의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대부분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무법지대에 있기도 하다. 

물론 스위스에 금융서비스제공자(Financial Service Provider)로 정식으로 등록을 한 업체들은 규제 당국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공시 요청이 그렇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어떤 프로젝트는 백서나 계약서 내용에 대놓고 사기를 친다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 당국이 투자자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내 생각에는 지금 상황에서는 (공시 체계 확립보다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자 보호 교육 등이 더 급선무인 것 같다. 

사실 회계보다는 가상자산 규제가 필요한 다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부 거래다. 제도권 금융에서는 내부 거래가 밝혀지면 명백한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가상자산은 이러한 내부 거래가 규제 공백 지대에 있다. 가상자산 내부 거래에 대한 규제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위믹스라는 토큰을 매도하고, 이를 매출로 산정했다가 부채로 변경해서 일각의 비판을 받은 일이 있다. 스위스였다면 이러한 회계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을 거라고 보는가.

"스위스 기준으로 봤을 때 위메이드가 매도한 위믹스 토큰을 온전한 부채로 산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부채로 산정하려면 계약서 등에 변제와 관련한 규정이 명확하게 명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변제와 관련한 의무가 없다. 

다만 위믹스 토큰 매도는 선급금으로 처리될 수 있다. 위메이드가 생태계나 개발자들을 위해 매도한 토큰을 먼저 선급금(Prepayment)으로 처리하고, 장기적으로 해당 매도가 실제로 생태계 및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면 이것을 나중에 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위메이드에서 토큰 매도를 일종의 선수수익으로 잡고 부채로 처리를 한 것 같다."

주)국세법령정보시스템 용어사전에 따르면 선수수익은 금전적으로 변제되는 부채는 아니지만, 용역 제공을 통해 변제되는 부채의 일종이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매도할 때 구체적인 매도 시기를 미리 공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국내에서 나왔다. 

"위믹스가 증권형 토큰이라면 그런 지적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증권형 토큰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매도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스위스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증권형 토큰이 아닌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에는) 스위스에서 상장은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프로젝트에 토큰 로드맵, 사업과 관련한 여러 문서 등을 요구하는 식으로 검증이 이뤄진다.

물론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도 최근 이러한 토큰 매도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매도로 인해) 한 번 무너진 토큰 가격은 다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를 위해 각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토큰 경제(Token Economics) 설계를 보다 촘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시를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재무정보에 대한 가치가 측정돼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아직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측정 기준이 마련돼 있는가. 

"스위스는 가격을 기준으로 회계와 관련한 가치를 평가한다. 이를테면 가장 마지막으로 매도가 이뤄진 시점의 토큰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상장돼 있지 않은 토큰이라면, 프라이빗 토큰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가격 외에는 아직까지 가상자산 회계와 관련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틸리티 토큰에 대해서는 가치를 매기기가 매우 어렵다. 증권형 토큰의 경우에는 제도권 금융의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계 처리 및 감사를 하기가 쉽다."   

 

-스위스의 가상자산 기업은 다른 분야의 법인처럼 소득세를 낸다. 그리고 소득세는 칸톤(주)마다 다르고 실현된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고 들었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과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스위스는 개인 투자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장기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가 몇 년 뒤에 매수했던 비트코인을 팔아서 수익을 내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단타 트레이더는 예외다. 스위스 당국은 단타 트레이딩을 활발히 해서 수익을 내는 개인 투자자들은 일종의 자영업자로 간주한다. 파생상품 단타 트레이더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경우 세금이 많으면 30~50%까지 부과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법인을 설립하는 게 (절세 측면에서) 낫다고 말한다. 

현재 스위스의 가상자산 과세 정책 가운데 한 가지 문제는 정확히 어느 시점이 단타 투자냐는 것에 있다. 2년 정도 장기 투자를 하고 매도를 해서 수익을 내면 명백한 장기 투자자지만, 내 고객 중에는 1주일에 1번 정도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경우에는 단타 투자자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장기 투자자로 보기에도 모호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투자나 거래목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도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는 이를 아직까지 무형자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어떤 입장인가. 

"스위스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업이 무형자산의 취지에 맞게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설명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구체적인 설명이나 일관성이 없다면, 한국회계기준원의 말대로 금융자산에 속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NFT를 예로 들어보자. 한 디지털 아트갤러리 업체가 NFT를 구입 한 뒤에 "직접적인 투자 목적이 아니라 사업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장기 보유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을 달았으면, 이것은 무형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치 투자 수단처럼 NFT를 매일 사고 판다면, 이것은 금융자산에 속할 수 있다." 

 

-스위스의 NFT 회계 기준은 어떤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스위스도 NFT와 관련한 회계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코인데스크 코리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내가 투자하는 토큰의 프로젝트가 합리적인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코인데스크 코리아의 독자들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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