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중 일부. 출처=금융감독원
7월27일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중 일부. 출처=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7월27일 ‘7조원 규모 이상(異常) 외환송금’ 사건 검사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송금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되어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책임’ 의심, 근거 없어

검사 대상은 시중은행들이었는데 가상자산 업계에선 “어느 거래소가 이용된 거냐”는 엉뚱한 질문이 오갔다. 사건의 쟁점을 벗어난 논란이었다. 일부 온라인 매체들이 거래소에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다음 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외화의 일방적인 유출로 가상자산 투자자의 이익을 손상하는 시장 교란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지만 거래소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현행법에 금감원은 가상자산거래소 감독 기구도 아니다. 이 원장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우려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거액 외환 송금 사건에서 아직 거래소 위법 사실은 확인된 적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 거래소의 위법 여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거래소들에 부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여부를 근거로 한다.

애초 이 사건이 부분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코인 환치기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거래소도 책임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특금법 위반 의혹은 제기된 바 없다.

 

2021년 3월 이후 은행이 거래소 감독

2021년 3월25일 시행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가상자산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은행에 맡겼다. 이후 거래소들의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는 은행 책임이 됐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 직접 규제에 대해 부담을 느꼈고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 간접 규제를 시도한 셈이다.

개정 특금법 시행령은 가상자산사업자로 분류된 기업들에게 반드시 금융당국이 정한 요건에 맞춰 지난해 9월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치도록 했다.

신고 수리를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 필요했다. 특히 법정통화를 다루려는 거래소들은 반드시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입출금 계정을 발급 받아야만 신고가 가능했다. 원화 가상자산업은 은행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실명입출금 계정 발급 기준은 △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 ISMS 인증 획득 △ 고객의 거래내역 분리 관리 △ 은행의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였다.

그러나 은행의 자금세탁 위험성 평가는 예측 가능한 세부 기준이 없었다. 개정 시행령 발효 이후 거래소가 다른 기준을 잘 지켜도 “은행의 평가”라는 모호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은행 실명입출금 계정 확보와 계정 제공 은행 확대는 지금도 가상자산 거래업자들의 숙원이다.

 

"특금법 위반 거래소는 지금까지 영업할 수 없었을 것"

한 블록체인 보안업체 관계자는 "거액 외환 송금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기간이 2021년 1월부턴데 이후에 어떤 거래소라도 특금법 위반 사실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영업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화거래소들은 지난해 9월 정부 신고수리와 올해 3월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시행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매우 민감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학계의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은행이 거래소의 명운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거래소 책임을 거론하는 순간 은행과 금융감독당국에 물을 게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무역업체’ 관계자에 집중

이 사건은 대구지검이 한 무역업체의 거액 외환 송금을 포착해 관련 은행들을 통해 계좌추적을 하면서 알려졌다.

최근엔 이 사건에 연루된 다른 무역업체 관계자들이 대부분 서울에 주소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서울중앙지검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벌어져도 거래소들은 대부분 참고인 신분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부산지검장)는 “애초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이 송금된 국내 거래소 지갑의 명의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거래소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한 보도를 보면, 거래소나 거래소 관계자들이 피의자로 조사받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는 외환 송금 주체인 무역업체 관계자들과 그 배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상대 차명 외환 송금 의혹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는 7월2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복현 원장에게 ‘해외 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국가정보원이 조사하느냐’고 질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해외 유출 이후 단계 부분에 대해선 검사 조사 권한이 없어서 직접 보고 있진 못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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